기획 | 통일 과정 속 도시 문제, 시나리오별 대안 강구해야 2018년 11월호
기획 | 통일과 번영, 도시 변화의 눈으로 보다
한반도 냉전질서가 해체되고 실질적인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도시의 변화상과 관련한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성격을 지닌다. 통일 과정 속에서 대두될 도시 문제와 함께 북한 도시 변화의 특징을 살펴보고 분단과 통일 전후 베를린의 사례를 살펴 시사점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통일 과정 속 도시 문제
시나리오별 대안 강구해야
임형백 /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부 교수

지난 9월 17일 북한 평양의 대동강 인근 도심 전경 ⓒ연합
한국이 분단된 상태로는 영원히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통일은 개인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른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통일의 결과는 그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통일이 된다고 당장 영토와 경제적 규모가 순조롭게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통일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하여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도시 및 지역계획(urban and regional planning) 분야에 한정하고, 평양을 중심으로 통일과 이후 상황에 대해 생각해볼 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1990년에 통일된 이후 독일은 1990~1995년의 빠른 경제도약 단계, 1996~2004년의 정체 단계, 2005~현재의 새로운 도약 단계에 이르고 있다. 통일 당시 서독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었고, 동독도 공산권에서는 구소련 다음의 경제대국의 위치를 점했다.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과 경제력 비율 모두 약 4:1 정도였다. 이후 독일은 통일 이후 20년 동안 최저 1조유로(약 1,490조원)에서 최고 2조1,000억유로(약 3,129조원)를 투입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 격차를 줄이는 데 15년이 걸렸다. 독일은 지금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EU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구서독 지역과 구동독 지역 간에는 격차가 존재하고, 구서독 출신과 구동독 출신 독일인 간의 사회적 격차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독일 경험이 한반도 상황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남한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부분이다. 서독과 동독은 4:1의 격차였지만, 현재 남한과 북한은 2016년 기준으로 국민총소득(GNI) 45배, 수출은 176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통일 이후 평양은 베를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구조적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평양은 북한 내에서는 그마나 여건이 가장 좋은 도시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불만이 축적되고 과격해질 위험성도 물론 존재한다.
직업, 주택, 복지 … 도시 삶의 균형 유지 위한 대책은?
둘째, 평양의 활용에 대한 부분이다. 북한의 경제적 여건은 아직까지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반면 역설적이게도 평양은 사회주의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계획도시로, 화려하고 웅장하게 만들어졌다. 북한은 2010년 경제사정의 악화로 배급이 어려워지면서 평양의 면적을 축소하였지만 이러한 평양의 축소는 행정구역 측면에서의 축소일 뿐 평양의 공간구조(spatial structure)는 여전히 변함없는 상황이다.
평양은 또한 남한 내 어떤 도시보다도 녹지비율이 높다. 한국에서 가장 녹지비율이 높은 광교신도시보다도 녹지비율이 높다. 축소되기 이전의 평양의 면적은 서울의 약 3배인 반면 인구는 약 300만명에 불과하였다. 북한은 배급 등의 문제로 평양의 인구가 증가할 시 53개 출신성분 중 가장 하위인 계층부터 평양 밖으로 이주시켜 왔다. 역설적으로 인구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온 것이다. 통일 이후 평양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통일은 세종시의 위상과 존치에 대한 논란도 가져올 수 있다.
셋째, 평양 이외의 도시 문제다.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북한은 도시와 산업시설을 인위적으로 분산시켜 놓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입지적(location)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약하다. 집약적(intensive) 토지이용을 해온 한국의 공간구조와 조방적(extensive) 토지이용을 해온 북한의 이질적인 공간구조(spatial structures)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를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대부분의 북한 기업은 파산할 것이고 사회적 불만이 증가할 수 있다.
넷째, 인구이동이다. 어떠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여도 인구이동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자유로운 인구이동의 허용은 서울과 평양 등 대도시로의 인구유입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도시 문제를 수반한다. 서울과 평양은 이미 대규모 인구를 수용할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구이동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각 도시 및 지역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직업, 주택, 복지 등의 측면에서 세밀한 계획이 동반되어야 한다.
산업변화와 인구이동, 면밀하게 판단하여 대안 갖춰야
다섯째, 도시 복지의 문제다. 통일한국이 아무리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여도 북한의 기업의 상당수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북한 인구의 대부분은 자본주의체제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경쟁력이 약하다. 개성공단 노동자의 생산성은 초기에는 남한 노동자의 약 60% 수준이었다. 이러한 실직자를 고용할 직장은 그리 많지 않다. 도시는 SOC뿐만 아니라, 고용, 주택 등을 제공해야만 한다. 또한 앞에서 언급하였듯, 기존에 형성된 도시에 적합한 기업과 산업을 찾아내는 것 또한 상당히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찾아낸다고 해도 입주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도시 주변이 입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재산권 문제가 있다. 우선 실향민의 토지재산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북한 주민이 거주하고 있고 더구나 실향민의 경우, 남한과 북한의 양쪽에 자손을 남겨둔 사람도 많다. 북한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직업(특히 정부관료, 군인 등)을 그대로 유지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고려대상이다. 군인을 예로 들자면, 통일독일에서는 구동독 군인의 상당수가 강제로 전역했고 계급도 강등되었으며 중요한 자리에서는 배제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생계를 위한 배려는 제공되었는데 이러한 모든 문제들이 통일 과정에서 도시 변화라는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