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군비통제 본격화 국면, 합의 이행과 검증도 철저하게 2018년 11월호
특집 | 신뢰와 평화 … 남북, 군축의 발걸음 딛다
군비통제 본격화 국면
합의 이행과 검증도 철저하게
문성묵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지난 10월 22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남북과 유엔사령부 3자협의체 2차 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국방부는 “지뢰제거 작업이 공식적으로 완료됐음을 확인·평가했다”면서 “남과 북 그리고 유엔사는 10월 25일까지 JSA 내 화기 및 초소의 철수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으며, 이후 ‘3자 공동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
지난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과 부속문서로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남북군사합의)가 채택되었다. 동 합의서에는 남북 간 군사 신뢰구축 조치를 비롯하여 군사력의 운용을 제한하는 군비통제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잘 이행될 경우, 단계적 군축 조치를 취한다는 합의도 들어 있다. 동 합의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를 위한 남·북·유엔사 3자 협의기구 가동을 비롯하여 유해공동발굴을 위한 비무장지대 내 지뢰제거 등의 조치들이 이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군사합의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군비통제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평가한 후 향후 남북 간 군비통제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제언하고자 한다.
9·19 남북군사합의, 6개조 22개항의 방대한 내용 다뤄
이번 군사합의는 지난 4월 27일 남북 간 판문점선언(이하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군사 분야 합의를 이행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및 전단살포 행위 중지 및 수단 철폐’,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설정, 군사적 충돌 방지 및 안전어로 활동을 보장’, ‘상호 교류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에 따른 군사보장대책을 수립하고, 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방장관회담 등 군사당국자 회담 자주 개최’다.
이번 남북군사합의는 6개조 22개항, 5개의 붙임문서로 구성된 방대한 내용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1조는 지상, 해상, 공중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1항은 무력충돌 방지대책과 상대방 관할구역 침입, 공격행위 금지,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증강,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2항에서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연습을 중지하는데, 군사분계선(MDL) 5km 이내 포병사격 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지, 완충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 중지,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실탄사격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3항에서는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고 4항에서는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군사조치 단계 설정 등을 담고 있다.
제2조는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를 위한 군사대책으로, 12월말까지 GP 11개 초소 시범철수, 10월말까지 JSA 비무장화, 내년 4월까지 시범적 유해발굴 및 역사유적 공동조사 관련 군사보장대책 강구의 내용을 담았다. 제3조는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설정으로 6·4합의서 전면 복원 및 이행,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및 안전보장 등이 담겼다. 제4조는 교류협력에 대한 군사적 보장대책으로, 3통의 군사적 보장과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조치, 북측 선박의 해주직항로 이용, 제주해협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다뤘다. 제5조는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 위한 다양한 조치의 강구로, 군사당국자 간 직통전화,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군비통제란 무엇인가? 군사력의 건설, 배치, 운용, 사용을 확인, 제한, 금지, 축소하고 합의사항 위반을 제재함으로써 전쟁위험과 피해를 감소시켜 안보를 유지, 증진하는 정치·군사 전략이다. 군비통제는 통상 3단계로 추진되는데, 1단계는 신뢰구축, 2단계는 운용적 군비통제(또는 군비제한), 3단계는 구조적 군비통제(또는 군축)이다. 군비통제의 성격을 보면, 안보적 측면에서 안보를 저해할 시에는 군비통제 추진이 사실상 불가하며, 협상적 측면에서 보면 장기간 소요되는 특징이 있다. 군비통제의 성립 여건은 안보에 대한 확신과 상호 군비통제 필요성 인식, 공동이익의 존재, 상호신뢰 등을 들 수 있다.
군비통제 관련 남북 협상과 합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 초 7·4남북공동성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동 성명에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구축 조치에 합의하며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 설치 등에 대한 합의가 담겼다. 1990년대 남북기본합의서에는 군사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 등 신뢰구축을 위한 5대 조치와 단계적 군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두 차례 남북국방장관회담과 7차례 장성급군사회담을 통해 충돌방지 조치들에 합의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는 군비통제 추진을 위한 신뢰구축 등 여건이 제대로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군사합의는 군비통제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으며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적 안보우려 딛고 신뢰확보 위한 면밀한 접근 요구돼
첫째, 군비통제의 단계적 측면에서 속도 문제다. 즉, 남북 간 충분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올해 들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교류가 활성화되는 등 비군사분야에서의 남북관계는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 분야로 한정해서 보면, 올해 들어 끊어졌던 실무차원의 직통전화가 다시 연결되고 몇 차례 군사회담이 열린 것 외에는 본격적인 신뢰구축의 상태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이르다. 이번 군사합의에는 훈련 및 정찰금지구역, 비행금지구역, 완충수역 설정 등 신뢰구축 조치를 뛰어넘는 운용적 군비통제에 해당되는 사항이 담겨져 있다. 앞으로 면밀한 접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둘째, 안보적 측면에 대한 확신의 문제다. 즉, 현재까지는 북한 핵위협이 현저하게 감소되지 않은 상황 아래 재래식 역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담고 있는 점이다. 주지하듯 판문점선언이나 6·12 북·미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는 여전히 협상 진행 중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신고, 검증, 폐기단계 중 신고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이나 기타 핵미사일 시설이 동결되었거나 감소되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기에 아직은 이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잠정 유예된 상황이다. 물론, 우리 군이 안보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여 합의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서해 완충수역의 범위에 남북 간 차이가 있는 이유와 완충수역 내 포사격을 금지한다면 서해 5도의 안보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게 되는지, 비행금지 조치로 인해 기습적인 군사적 마찰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 탐지는 충분히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점을 해소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남북 간 균형을 맞춘 합의에 대한 여부다. 훈련 및 포사격 금지, 작전수행절차 중지 등의 합의는 명확하게 날짜를 정해서 시행하도록 합의한 반면,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용이나, 군사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시행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GP에 대해 동일 숫자로 철수하게 된 이유와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등거리 및 등면적의 서해평화수역이나 공동어로구역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도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우선,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는 정전협정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JSA 비무장화를 위해 남·북·유엔사 3자 공동기구 구성에 합의하고 이를 가동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북한은 ‘유엔사는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이라고 주장해 왔고 정상적인 관할권 행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엔사를 대화의 상대로 참여시킨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은 유엔을 통해 해체를 요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 합의도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만일,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이번 군사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에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사실상 그동안 남북 간 군사충돌은 이런 합의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정전협정이나 기존 남북군사합의를 성실히 이행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군사합의를 추진한 것은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를 촉진해보려는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북핵 해결과 동시에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적극 추진해야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 간 군비통제를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 국가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추진하는 군비통제가 북핵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위해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간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이 약속한대로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주도록 강력히 촉구해 나가야 한다. 핵·미사일은 물론, 대량살상무기인 화생무기의 해결을 위해 북한이 NPT 체제와 화학무기금지협약인 CWC에 가입할 것과 국제협약 준수도 촉구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궁극적으로 신고 및 검증을 통한 비핵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남북 간에도 본격적인 군비통제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미 합의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불성실하거나 속임수가 보이는 사항이 조금이라도 발견된다면 이를 즉시 시정하고 이에 불응한다면 합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조치까지 취할 각오를 해야 한다. 현재 JSA의 비무장화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JSA를 정전협정의 합의대로 가자는 것이다. 일단 지뢰제거의 검증이 끝나고 무기장비의 철수도 완료되었다. 향후 공동운영 방안을 합의하고 비무장 경비병력은 물론이고 민간인도 군사분계선을 자유왕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합의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되는지 철저한 검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뒤늦었지만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추진해야 한다. 10월 26일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열렸지만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대한 합의를 하루빨리 이루어 남북군사회담을 정례화,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판문전선언의 합의대로 제3차 남북국방장관 회담도 열어야 한다. 남북 고위군사당국자 간 군사직통전화도 즉각 설치·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정상 간 핫라인이 이어진 마당에 국방장관-인민무력상, 합참의장-총참모장 직통전화 설치를 미룰 이유가 없다.
서해 충돌방지를 위해서는 우리 측 2함대사와 북측 서해함대사 간 직통전화도 설치하고 함정 간 통신망도 별도로 개설할 필요가 있다. 남북 군사당국자의 상호교류도 적극 확대되어야 한다. 군사적 신뢰는 합의를 이행하고 이를 검증하는 상황에서 축적되는 만큼, 북한의 군사합의 이행에 진정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비태세를 조금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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