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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法 통일LAW | 「공무원자격판정법」, ‘민족간부’ 자질 시험대로! 2018년 12월호

북한法 통일LAW

「공무원자격판정법」

‘민족간부’ 자질 시험대로!

최은석 / 전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북한 사회에도 ‘공시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무슨 말인지 대부분 의아해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북한은 2005년 11월 23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정령 제1397호로 22개 조문으로 구성된 「공무원자격판정법」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우리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만큼 북한이 법을 폐쇄적으로 운용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북한법에 대한 무관심도 없지 않다고 하겠다.

북한이 이 법을 제정하게 된 기본 배경을 보면, 관료사회의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공무원의 자격판정과 직무능력을 정확히 평가하여 그 수준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등 개혁 이후에 당 간부 등 공무원들이 경제적인 이익을 개인적으로 취하는 부조리가 증가하는 등 해이해진 공무원 기강을 바로잡고 공직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사회에서의 공무원이라 함은 자칭 ‘민족간부’라고 불리며, 대학졸업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다른 사람을 지도 및 통제할 수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에서는 시험문제 출제와 자격에 대한 평가 사업을 하며, 자격 급수는 1~6급까지로 정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공무원 평가에 참가하지 않았거나 일정한 기준에 이르지 않아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명시했다.

제자리 급수 판정떨어지면 한급 내린다

북한의 내각과 도(道)급 기관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3년마다 의무적으로 재평가를 받아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5년까지 가능하며(제12조) 시험은 필답이나 구술식으로 하되, 필요시 실기 응용시험도 볼 수 있도록 했다(제15조). 북한의 공무원 자격판정 시험은 ‘제자리 급수 판정’과 ‘올라가는 급수 판정’으로 나뉜다. ‘제자리 급수 판정’에서 합격하지 못한 공무원은 한급 내리게 되는데, 내려갈 급수가 없는 공무원은 6개월 안에 다시 자격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제14조, 제16조). 판정 결과의 공개는 7일 안에 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이 ‘올라가는 급수 판정’에 응시하려면 해당 기관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공무원 평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행정적인 책임을 지우고(제21조), 평가 결과에 대해 의견이 있을 경우 해당기관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나 상급기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제22조). 북한의 노동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런 기준의 공무원 자격판정을 받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으나, 적어도 이 법규 해석만으로는 공무원 자격 평가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더러 우리의 공무원 직위체계로 북한의 공무원 직위체계를 단순 비교판단해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하겠다.

북한의 「공무원자격판정법」은 2005년 채택 이후에도 2008년 4월(1차)과 2011년 12월(2차) 2차례 수정보충되었다. 먼저 2008년 수정보충된 조항은 모두 6개 조항인데, 과거 입법 당시 공무원 자격판정의 제외 대상이었던 통신교육을 받거나 검정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공무원(일군)과 남자 60세, 여자 55세 이상의 공무원 외에도 개정법에서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임명 또는 선거된 공무원과 그밖에 따로 정해진 공무원을 제외 대상으로 포함해 확대했다(제6조 참조).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의 조직과 관련하여 과거에는 내각, 위원회, 성, 중앙기관,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위원회와 해당 기관에 비상설기구로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를 두고, 필요에 따라 위원회, 성, 중앙기관과 해당 기관의 하위 기관에 비상설기구로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으나, 개정법에서는 내각 소속의 별도 비상설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를, 내각 밖의 중앙기관에 부문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를, 위원회, 성, 중앙기관,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위원회에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를 각각 두도록 했으며, 필요에 따라 위원회, 성, 중앙기관과 해당 기관의 하위 기관에도 비상설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 또는 부문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를 별도 설치하여 조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수정보충했다(제7조 참조).

또한 처음 입법 당시 해당 기관이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 위원수를 5~9명 범위 안에서 결정하던 것을 비상설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의 구성 인원을 10~13명, 각급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의 구성 인원을 5~10명 범위 안에서 결정하도록 조정했다(제8조). 그리고 1급과 2급 공무원의 자격판정을 최고인민회의가, 내각 하위 기관의 2급 공무원의 자격판정은 내각이, 3~6급 공무원의 자격판정은 해당 기관이 해 오던 것을 1급과 2급 이하로 별도 구별했다.

2~6급 공무원의 자격판정은 해당 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가 하도록 신설했다(제11조). 그리고 과거 국가기관에 새로 입직하려는 공민은 공무원 자격판정을 미리 받아야 했지만, 개정법에서는 새로 임용된 공무원은 1년 안에 공무원 자격판정을 받아야 하는 걸로 절차를 보다 현실화 했다. 공무원 자격판정 사업에 대한 지도는 내각과 해당 기관이 책임지던 것을 개정법에서는 비상설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가 공무원 자격판정 사업체계를 바로 세워 공무원 자격판정 사업을 지도하도록 해 위원회의 위상을 높였다.

2011년 법 개정에서는 2개 조항을 손질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5년 입법 당시 공무원 자격급수에 따르는 기준은 공무원 자격판정 기준에 근거해 내각이 정하도록 했으나, 2011년 개정에서는 내각이 아닌 비상설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여 내각 소속의 별도 비상설기구가 직접 전담하도록 한 것이 주목된다. 따라서 공무원 자격판정의 기간을 정함에 있어서도 판정주기마다 국가적인 사업을 고려해 내각이 정하던 것을 비상설공무원자격판정위원회가 정하도록 정비했다(제13조).

필기와 면접 외 실무능력 응용 방법 평가 확대 경향

일각에서는 비사회주의적 일탈행위로 인한 공직사회의 부패현상에 제동을 걸고 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7·1조치 이후 내세운 실리성 추구로 인해 파생되는 다소 진전된 면모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 스스로가 공무원 자격시험에서 필기시험과 면접방법 외에도 필요에 따라 실무능력의 응용 방법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밝히고 있어 그 실행의 효과가 기대되나,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관련 시행령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법적 조치가 북한 내 공무수행을 위한 일군들의 해당 부문의 법규와 전문지식, 그리고 사업조직 지휘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의 평가 기준을 자체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이른바 직업 공무원 제도에 한발 다가가는 한 차원 높은 입법 조치라 할 수 있다.

지난 세기에 이미 분단국가에서 통일국가를 경험했던 독일은 적화통일을 이룬 베트남과 불안정한 통일을 이룬 예멘과는 달리 관료조직 통합 차원에서 직업 공무원 제도 통합을 이뤄 우리에게 많은 정책적 함의를 제공해 준다. 그렇지만, 이런 모범적 사례도 서독 관료제로의 통합과정에서 동독 관료의 저항, 재임용된 동독 관료의 재교육, 서독 관료제의 부적응 등 동독 관료의 활용이 순조롭지 못한 점도 없지 않았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서독이 보여 준 동독 관료의 활용에 대한 관용과 관대함에 우리는 새로운 시각에서 되새겨봐야 한다. 우리와 풍토·문화·역사적 조건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통일과정에서 남북 관료제(공무원)의 통합과 북한 관료 활용에 대한 법제도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유익한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독일통일이 여전히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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