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공개처형과 김정은식 공포정치 2014년 1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7
공개처형과 김정은식 공포정치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이제 그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고모부이자 지난 40년간 북한 정치의 실세로 치부해 온 권력 2인자를 공개석상에서 체포하여 불과 나흘 만에 처형하는 ‘극도로 잔인한(extremely brutal)’ 공포정치의 생생한 모습이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북한 신문 1면을 장식한 사진에는 눈언저리와 팔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는 모습으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초라한 ‘반역죄수’ 장성택의 모습이 나와 있다.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북한의 유일지배체제를 계승한 지난 2년간 권력엘리트에 대한 숙청과 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공개처형, 북한식 공포정치 전통메뉴
2013년 한 해 동안 북한 각지에서는 남한 드라마를 비롯한 외국영상물을 소지한 죄목 등으로 40여 명의 북한 주민에 대한 공개처형이 있었고, 지난 8월 부인 리설주에 관한 소문을 내었다는 죄목으로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예술인 9명을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로 공개처형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성택에 대한 처형이 있기 직전 그의 심복으로 알려진 리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등에 대한 공개처형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은 제한된 인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관총으로 총살되었다고 한다.
이번 장성택 처형사건을 통해서 북한식 공포정치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두 가지 대목이 있다. 첫째는 공개처형이다. 공개처형은 폭력과 두려움을 주민통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북한식 공포정치의 전통메뉴다. 공포정치는 권력의 무서움을 보여주어 주민과 권력 경쟁자들에게 심리적 공포를 조성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북한의 일반죄수에 대한 공개처형은 주로 장마당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이용한다.
이미 외부에 유출된 영상으로 생생하게 드러난 2005년 3월 함경북도 회령시 공개처형 과정은 끔찍하다. 방송차로 공개처형이 예고되고 수 백 명의 주민들이 집결된다. 두 눈을 가린 죄수에게 ‘인신매매와 미군의 인식표를 팔아먹은’ 죄목이 나열되고 ‘인민의 이름으로 사형이 선포’된다. 그 즉시 세 명의 사수에 의한 총살형이 집행된다. 처형이 끝난 뒤, 시신은 거적때기에 쌓여져 가족에게 인계되나 대부분 가족들은 시신인수를 거부한다고 한다.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어떤 정치적 불이익이 돌아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일반죄수들에 대한 공개처형 죄목은 여러 가지다. 살인 및 강간범, 마약사범 등 강력범도 있지만 탈북자를 도와준 ‘인신매매범’, 남한 및 외국영상물을 소지 배포한 ‘반사회주의 사상범’, 변압기 기름을 훔치거나 전기선을 절단한 ‘절도범’, 국영농장에서 강냉이 2만원어치를 훔친 자도 공개처형된 사례가 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친구에게 현지 쌀값을 알려준 이유만으로도 ‘간첩죄’로 공개처형 죄목에 해당한다. 이러한 장마당 공개처형 이외에도 북한 전역에 5~6개소에 달하는 정치범수용소에서 행해지는 내부 공개처형은 더욱 끔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출을 시도한 죄수는 물론 주요 규율을 따르지 않는 정치범들은 그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즉결 처분된다.
두 번째는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극단적인 처벌이다. 국제엠네스티는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았지만 단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구금된 죄수들을 정치범으로 규정한다. 이번 장성택에게 선고된 20여 개에 달하는 죄목 가운데 ‘국가전복음모죄’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발표내용 어디를 살펴보아도 그가 조직과 군대를 동원하여 반란을 감행한 증거는 없다. 단지 “언젠가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나라가 붕괴되기 직전 … 모든 경제 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총리를 하려고 했다.”는 자백이 전부다. 폭력수단은 물론 실질적 행위를 감행하지 않았지만 북한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 유일지배체제에 불손한 ‘생각’을 가진 장성택은 정치범으로 처벌된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 18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오른쪽) 의원이 북한 함경북도 회령에서 진행된 공개처형 장면을 ‘몰래카메라’ 형태로 찍은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장성택, 국가전복 기도? … 정치범으로 처벌돼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사형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사형을 언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집행을 하지 않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하물며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들 앞에서 죄를 지은 사람을 공개처형하는 것은 공포정치를 통해서 인간존엄성을 부정하는 야만적 행위다. 또한 장성택과 같은 정치범을 수감하거나 극형에 처하는 것은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하는 처사다. 그러나 공개처형이나 정치범 처벌이 북한이 가입한 유엔 인권규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북한 주민은 거의 없다.
2013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에는 공개처형 문제는 물론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모든 정치범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정은 시대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국가원수로서 지난해 10월 31일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연설한 차히르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언론인 출신으로 1990년 몽골 민주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몽골 대통령실이 공개한 그의 김일성대학 연설문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있다. “폭정은 지속될 수 없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며, 이는 영원한 힘이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