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월 1일 3

북한 맛지도 | 혀가 쩡한 감칠맛 ‘명태식혜’ 2014년 1월호

북한 맛지도 17 | 혀가 쩡한 감칠맛 ‘명태식혜’

CS_201401_66 남한에 오니 마시는 식혜가 있어서 참 혼란스러웠다. 북한에서 즐겨 먹었던 명태식혜라는 음식을 두고, 남쪽 사람들은 자꾸 식혜냐, 식해냐를 따져서 어느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북한에서는 명태식혜가 표준말인 반면에 남한에서는 명태식혜를 명태식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한다. 일단 북한 음식 이야기인 만큼 여기서는 명태식혜라 하겠다.

남쪽 사람들이 명태식혜를 보고 놀라는 것처럼 탈북자들도 남한에 처음 왔을 때 식혜를 몰라 어리둥절해 한다. 북한에서 쌀이 부족하기 때문에 쌀로 막걸리를 만들거나 식혜를 만드는 일은 전혀 없고, 어쩌다 감주나 탁주를 만드는데 쌀로 만든 감주는 그야말로 최고급 음료에 속한다.

사람 손의 산(酸) 때문에 식혜 맛이 달라진다?

명태식혜는 북한의 가정집들에서 많이 담가 먹는 겨울철 음식이다. 명태가 흔하던 시절에는 명태를 김장용 젓갈로도 사용하고 식혜로도 많이 담가 먹었다. 지금은 명태가 많이 잡히지도 않지만 있어도 거의 수출을 하기 때문에 명태를 젓갈용으로 넣어 김치를 담그고 명태식혜를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상당히 잘 나가는 집이다.

사람들은 어떤 집안의 음식에 대해 말할 때 손맛을 먼저 이야기하는데 북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사람마다 손에서 산이 나오는데 나오는 산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다. 비과학적인 것이지만 북한에서는 음식을 만들 때 비닐장갑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손맛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특히 명태식혜는 사람의 손맛에 대한 낯가림이 매우 심한 음식이다. 같은 명태를 가져다가 명태식혜를 만들어도 어떤 사람이 담그면 정말 입 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감칠맛이 돌고 맛이 좋지만 어떤 사람이 담그면 쓰고 군내가 나고 정말 맛없는 명태식혜가 된다. 그러다보니 북한사람들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산 때문에 그런다는 엉터리 이론까지 내어 놓는 것이다.

맛의 차이를 보이는 실제적인 원인은 명태식혜를 담글 때 발효를 어떻게 시키느냐에 따른 것이다. 명태식혜의 발효는 염도, 수분, 온도, 시간, 습도 그리고 공기마찰 등 다양한 조건들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매 과정을 계기로 잴 수도 없고 상당한 감각을 동원해야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음식이란 것은 상당히 감각적인 작품이다. 음식 조리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하나의 하모니로 조화시켜 만들어 내는 종합예술이다. 따라서 너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모든 것을 적당히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발효는 이러한 조정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발효음식을 만들 때 이러한 조정 과정이 잘 되지 않으면 이상 발효가 일어나서 나쁜 미생물들이 자라게 되는데, 나쁜 미생물들은 음식의 맛도 망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건강에도 상당히 해롭기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 나 역시 명태식혜를 만들 때는 상당히 긴장하는 편이다. 발효음식인 명태식혜는 잘 만들다가도 가끔 이상한 맛을 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삭히면 뼈가 녹아 칼슘 섭취에도 좋아

정말 맛있는 명태식혜 조리법을 표준화하여 훌륭한 레시피를 만들고 싶지만 레시피에 다 담을 수 없는 것들도 많다. 결국 최고의 맛은 많이 만들어보면서 익힐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북한과 남한의 명태식혜는 상당히 다르다. 남한에는 6·25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들이 명태식혜와 가자미식혜를 만들어 보급하면서 지금도 그 맥을 잇고 있는데 좁쌀을 넣어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북한의 명태식혜는 대부분이 무만 넣어 식혜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혹시 김장용 무가 없을 때는 쌀을 넣기도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는 조를 심지 않기 때문에 강냉이밥을 넣거나 쌀밥을 넣어 만든다. 맛은 무만 넣어 만든 식혜보다 훨씬 못하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무를 넣어 만든 명태식혜를 최고로 친다. 개인적으로도 쌀을 넣어 만든 명태식혜보다 무를 넣어 만든 식혜가 훨씬 더 맛있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특히 요즘같이 명태가 많이 잡히지 않아 금태소리를 듣고 있을 때에는 무를 많이 넣고 만들어 아작아작하면서 혀가 묻혀 돌아갈 정도로 쩡하고 감칠맛 나는 식혜를 만든다면 맛도 좋고 좁쌀을 넣어 만든 명태식혜보다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명태식혜는 삭히면 뼈가 녹아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도 매우 좋은 음식이므로 우리의 발효기술을 더 발전시켜 외국시장을 두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처럼 산업기술이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식품산업은 매우 열악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남의 것 베껴오기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 뚝심을 가지고 지금보다 더 우리의 전통을 연구하고 투자해 우리만의 고유 기술을 외국에 수출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CS_201401_67☆명태식혜 만들기

● 재료 명태 2마리, 무 1개, 고춧가루 8큰술, 마늘 3쪽, 파 1대(흰 부분), 소금 1/2컵, 실고추 조금, 생강 1쪽(마늘 크기)
① 명태는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하여 소금을 뿌려서 절인다. 2~3일 지나면 꾸둑꾸둑하게 되는데 이것을 2㎝의 너비로 썬다.
② 무는 길이 5㎝, 너비 1.5㎝, 두께 0.7㎝ 정도 되게 굵직하게 썬다. 파는 채 썰고, 마늘은 곱게 다진다. 생강은 잘게 다진다.
③ 명태 살에 무, 고춧가루, 소금을 넣고 버무린 다음 파, 다진 마늘, 생강을 넣고 다시 버무린다.
④ 단지에 차곡차곡 담고 꼭 봉하여 익힌다. 20℃ 정도의 온도에서 2~3일 정도 익힌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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