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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 스토리 | “저를 팔아 겨울 나세요” 2014년 2월호

윗동네 리얼 스토리 36 | “저를 팔아 겨울 나세요”

양강도 혜산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한 국경 도시다. 북한에서 계속되는 식량부족과 함께 중국과의 무역으로 주민들이 식량을 구입해 들이는 주요 도시이기도 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정부에서 승인한 교역 외 밀수 형식의 도강을 통한 식량구입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주민들의 교역하는 품목은 매우 다양하다.

밀수꾼에게서 다시 돌아온 풍산개 ‘맹순이’

수산물, 버섯 유색금속, 지방 특산물들인데 요즘 품목에서 뺄 수 없는 것은 바로 강아지 수출이라고 한다. 식용을 위한 교역이 아니고 애완용이나 사냥을 위해 값이 싼 북한 개들을 중국인들이 많이 사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북한에서도 최근 애완용 개를 기르는 집이 많이 늘었다. 실제 예뻐서 키우는 집도 있지만 대체로 팔기 위해 기르는 사람들이 많다. 값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종은 다름 아닌 풍산개다. 호랑이 앞에서도 겁 없이 덤벼든다는 풍산개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실제 풍산개의 가치는 용맹하고 사납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한 번 정한 주인에게 죽을 때까지 절대 충성하는 모습이 누구에게나 호감을 가지게 한다.

“가난한 주인 사정 알고 몸 바쳐 도운 것 아니냐”

혜산과는 자매 도시이기도 한 위연에서 이 풍산개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요즘 그곳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른다고 한다. 압록강변에 위치한 견 씨는 유달리 풍산개를 좋아한다. 성 씨가 ‘견’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맹순이’란 이름을 붙여 풍산개 한 마리를 집에서 길렀는데 하도 식량이 모자라 어느 날 강 건너 밀수 전문인 거간꾼에게 개를 넘겼다.

한 달 후 맹순이를 팔아 마련한 식량이 다 떨어져 갈 무렵 갑자기 낑낑대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팔려서 강을 건넜던 맹순이가 꼬리를 치며 풍덩거렸다. 한 달음에 달려 나와 맹순이를 얼싸안고 견 씨는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다고 한다. ‘설사 굶어 죽어도 다시는 너를 팔지 않으리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먹을 걸 줘도 도통 입에 대지 않고 맹순이는 물끄러미 주인의 얼굴만 바라본다. 팔기 전엔 아무 것이나 주면 꼬리를 치며 즐겨먹던 개가 그쯤 되니 주인으로서는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먹던 찌꺼기가 아닌 옥수수 죽이라도 먼저 떠서 줘 보았다. 김이 폴폴 나는 것을 일정하게 식혀 주는데도 왜 그런지 맹순이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상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쯤 날짜가 지나 맹순이를 만져보니 너무 여위어 뼈만 앙상했다.

다시는 팔지 않으리라 결심했지만 이쯤 되니 생각이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운했지만 거간꾼을 불러 또 중국에 팔아 버렸다. 거간꾼을 따라 가는 맹순이의 걸음은 날개가 돋힌 듯 가벼워보였다. 중국에선 개도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다더니 그 놈의 개가 한 달 동안 입에 올린 고기 맛을 잊지 못해 그러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견 씨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아무튼 곱씹긴 해도 다시 개를 판 덕에 견 씨는 많은 식량을 사들였다.

그런데 한 달이 흘러간 어느 날 밤 맹순이가 또 찾아왔다. 사람처럼 툭. 툭. 출입문을 두드리는 맹순이를 다시 만난 견 씨는 반갑기 그지없었으나, 이미 남의 것이 된 개인지라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맹순이는 예전처럼 주인의 품에 머리를 틀어박으며 반가워했으나 여전히 여물은 먹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로 중국에 팔려가던 날, 두 번째와 달리 맹순이는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주인과의 이별을 슬퍼하더란다. 그렇게 두 번 돌아와 세 번째로 팔려 강을 건넌 맹순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국경너머지만 같은 개를 세 번씩이나 팔아먹은 견 씨는 그 돈으로 겨울을 날 식량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 맹순이의 행동을 보면 의식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구석도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견 씨는 어두우면 압록강가에 서서 혹여 맹순이가 돌아오지 않나 살피며 눈시울을 적신다고 한다.

견 씨의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개도 가난한 주인의 사정을 알고 한 몸 바쳐 도우려 그렇게 했다.”며 “현대판 심청이면 그보다 더하겠냐.”고 마주서면 맹순이 소리를 한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돈을 받고 자기를 팔아버린 견 씨의 양심이 더러워 맹순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거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아무튼 먹는 고생에 찌든 북한 사람들 속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 하겠다.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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