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맛지도 | 이성계 원망하며 만든 개성의 ‘조롱떡국’ 2014년 2월호
북한 맛지도 18 | 이성계 원망하며 만든 개성의 ‘조롱떡국’
설날에 흰 떡국을 먹는 의미는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며 장수와 풍요를 기원하는 데 있다. 그러나 떡국을 서글픈 마음으로 먹는 사람도 있고 원한에 치를 떨면서 먹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조롱떡국은 개성 사람들이 설 명절에 꼭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개성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이면 온 식구가 모여 앉아 밤새 나무칼로 떡을 잘랐는데, 고려왕조를 무너뜨린 이성계를 원망하여 이성계의 목을 자른다는 의미에서 떡을 잘랐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개성 지방의 가정에는 식구 수에 해당하는 나무칼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개성 사람들은 그렇게 밤새껏 떡을 잘라 누에고치 모양의 조롱떡을 만들고 이것을 함지에 가득 담아 두었다가 설날 아침에 설음식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었다. 남한에서는 조랭이떡국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이 조롱떡국이다.
맛이 좋아 나무칼로 떡 써는 풍습 생겨나
위의 이야기 중에 나무칼로 떡을 썰었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서민들에게 쇠칼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은 그 숨은 유래가 있다. 개성에서 떡을 자를 때 나무칼을 쓰게 된 것은 700년 전쯤이다. 고려의 고종왕이 미각이 매우 예민해서 칼로 썬 떡에서 쇠 비린내가 난다고 하면서 싫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실에서는 고종왕이 싫어하는 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 떡을 나무로 썰도록 했다. 그런데 나무로 썬 떡은 금속 칼로 썬 떡보다 모양은 볼품이 없었지만 맛이 아주 좋아 고종왕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고려왕실에서 나무칼로 썰어 만든 떡국은 맛이 워낙 좋아 민간에까지 전해지게 되었고 조롱떡국은 개성 지방의 명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으며 개성 지방에서는 나무칼로 떡을 써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북한 현실 탄식하는 마음으로 조롱떡 만들어
필자의 외숙모는 개성 분이셨는데 음식을 아주 잘 만드셨다. 어떤 음식이든지 쉽게 만드셨고 그 맛은 요즘말로 환상이었다. 외숙모님이 특히 잘 만드는 음식 가운데 한 가지가 조롱떡국이었다. 외삼촌댁에 놀러 가면 설 명절 외에도 조롱떡국을 자주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조롱떡국을 함께 만들다가 늘 핀잔을 들었다. 외숙모님은 조롱떡을 아주 빨리 썰면서도 크기가 모두 같고 예쁘게 만드셨는데 내가 썬 떡들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면서 모양이 들쭉날쭉 했다.
외숙모님은 개성에서 자라신 분답게 음식을 만들 때 맛도 중요하지만 모양도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나에게 늘 잔소리를 하셨다. 여자는 음식을 잘 할 줄 알아야 어디 가든 대접받는다고 하셨다.
외삼촌은 평생을 군인으로 사셨는데 음식 좋은 외숙모님 덕분에 평생 입이 즐겁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런 외삼촌이 우리 가족의 탈북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인 평안남도 북창군에 있는 18호 관리소로 끌려가 추운 겨울날 한지에서 동사하셨다고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그 전에는 외숙모님한테 배운 조롱떡국을 만들 때마다 옛 추억만 떠올렸지만 이제는 외삼촌이 한 많은 세상을 떠나시면서 우리 가족과 어머니를 끝없이 원망하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만든 북한의 현실을 탄식하는 마음으로 조롱떡국을 만들곤 한다.
※ 조롱떡국
● 재료 흰쌀가루 3컵, 쇠고기(양지머리) 200g, 달걀 1개, 파 흰대 20㎝, 마늘 1쪽, 간장 1큰술, 참기름 ½큰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조금
● 만들기
① 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적당한 크기로 볼을 만들어 찜 솥에 찐다. 떡이 익으면 꺼내어 잘 치댄 다음 떡국 대를 만든다. 참대 칼로 떡국대를 돌려가며 도토리만한 크기로 잘라 누에 고치 모양으로 빚는다.
② 쇠고기(양지머리살)는 다져놓고, 여기에 다진 파, 마늘, 간장,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로 양념하여 재웠다가 절반은 팬에 볶아 꾸미를 만든다. 나머지는 뜨겁게 달군 냄비에 고기를 넣고 볶다가 고기가 절반쯤 익었을 때 물을 붓고 장국을 끊인다.
③ 달걀은 지단을 부쳐 모나게 썬다.
④ 국물이 끓을 때 조롱떡을 넣어 떠오르면 떡국을 그릇에 담고 볶은 쇠고기를 얹은 후 달걀 지단으로 고명하여 낸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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