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한반도 평화통일, 튼튼한 안보 위에서만 가능하다” 2014년 3월호
시론 | “한반도 평화통일, 튼튼한 안보 위에서만 가능하다”

지난 2월 7일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양촌리훈련장에서 육간 제20기계화보병사단의 대규모 전투장비 기동훈련이 실시돼 K1A1전차가 기동사열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현재 안보상황을 고려해 사단 전 지휘관과 여단급 규모의 장비 집결을 통해 최강 기계화사단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동시에 일전불사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진행됐다.
지난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언급한 이후 우리 사회에 때 아닌 통일론 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함께 2월초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에서 “한국·일본과 남북한 통일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중국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마치 통일이 우리 눈앞에 다가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통일담론’은 현 야당과 진보세력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통일에 대한 부담이나 기피론 등이 확산됐던 것에 비해 소위 보수정권에서 통일담론을 적극 제기하며, 사회적으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흡수통일 경계해야
그러나 통일논의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따른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매우 경계해야 한다. 나름대로 통일을 준비하고 맞이한 독일을 보더라도, 통일 후 20년간 최대 2조유로, 우리 돈으로 약 2,914조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비용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우도 지난 2010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추정한 통일비용을 보면, 북한 급변사태시 30년간 약 2,525조원이 들며, 이는 점진적 통일비용인 약 379조9,600억원보다 7배나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주도의 흡수통일은 국제정치적으로도 매우 쉽지 않다. 당장 중국을 보면, 최근엔 일각에서 한반도 통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까지 기조는 ‘통일한국’이 미국의 영향력하에 있는 걸 최악의 경우로 인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만에 하나 북한이 붕괴한다면,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선 통일과 관련해 어떤 경우의 수라도 준비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 상호 신뢰가 구축된 토대 위에서 평화적이고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대비태세를 완비하는 등 안보가 확고해야 한다. 최근 북한은 대내외 여러 채널을 이용해 유화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비방 중지 등을 합의하고, 실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해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계속 되고 있다. 우리는 익히 북한의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의 실체를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어떠한 오판도, 어떤 형태의 도발도 엄두를 낼 수 없도록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통일방안 변천과정을 보면, 결코 긴장의 끈을 늦추어선 안 된다. 북한은 1945년 이후 한반도 적화통일이라는 기본적인 대남·통일 전략노선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남북 간 체제경쟁에서 뒤처지고, 1990년대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국가의 몰락과 경제난까지 가중되자 자기 체제 유지를 위해 ‘남북 2체제 유지 및 공고화’ 노선으로 선회했다.
이는 지금 김정은 등 북한 지도층의 핵심 관심사를 보여 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 언론사가 탈북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2.5%가 “북한에서 가장 통일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중앙당 간부’를 꼽았고, ‘군부’란 응답이 7.5%였다. 10명 가운데 9명이 중앙당 간부와 군부를 꼽은 셈이다.
이를 볼 때 북한 지도층은 체제 유지, 엄밀히 말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선 남한에 대한 도발 등 어떠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체제 유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받을 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북한에 대한 절대 우위의 안보태세를 구축·유지할 필요가 있다.
부전이승(不戰而勝)의 벌모(伐謀) 필요
〈손자병법〉에선 최악의 승리로 ‘벌병(伐兵)’을 꼽는다. 벌병은 상대방과 직접 충돌해 결판을 내는 것이다. 이기든 지든 상처와 갈등이 남는다. 반면 최상의 승리로는 ‘벌모(伐謀)’를 말한다. 벌모는 상대방의 싸우려는 의도를 꺾어 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상대방도 인정할 만한 실력, 전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술, 즉 부전이승(不戰而勝)의 벌모가 아닐까 싶다.
백군기 / 국회의원,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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