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3월 1일

특집 | 北, 항구적·안정적 협상관계로 유도해야 2014년 3월호

특집 | 한반도 통일시대, 이렇게 열자!
|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본격화 |
北, 항구적·안정적 협상관계로 유도해야

지난 2월 14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2차 남북 당국간 고위급회담이 개최된 가운데 이날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2차 남북 당국간 고위급회담이 개최된 가운데 이날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3차 핵실험에 이어 무력시위를 통해 갓 출발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던 북한은 개성공단 재개 협상국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장성택 처형이라는 내홍을 겪은 뒤인 2014년 2월 북한은 무력도발 우려와 달리 두 차례의 고위급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과거와 일정정도 차이를 보이는 것이며, 이는 상당부분 박근혜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 추진기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주민 고통경감, 대북정책 최우선 과제 돼야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는 양적 성장을 거듭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갑이 되는 일방적 남북관계’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부정적 관행을 낳았다. 이는 국민들의 북한문제 피로감을 야기하는 동시에 대북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집권 1년을 경과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 같은 부정적 관행의 시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형성을 지향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 최근 대북 협상에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견지와 아울러 성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최근 북한이 대남 유화공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김정은 정권의 대내적 불안정성과 경제위기라고 할 수 있다. 제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대중관계의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대남관계 개선을 통해 체제안정을 위한 자원의 확보를 시도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남유화 공세는 일정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실험이나 대남 무력도발보다는 대남·대외관계의 안정을 통해 정권안정을 위한 외부자원의 유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의 추진에 일정정도 긍정적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진정성이 ‘전술적·제한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북핵문제에 있어서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 내 인도적 문제의 해소를 위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본격화를 위한 과제는 북한의 전술적·제한적 진정성을 상호 신뢰가 가능한 항구적이며 안정적인 협상관계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인도적 문제해결과 북한 내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역대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한계 중의 하나는 북한주민에 대한 직접적 정책이 미약했다는 점이다. 남북당국 대화의 중단이나 외교안보적 상황의 악화는 남북관계의 전면적 교착국면을 초래함으로써 식량난과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는 북한주민의 고통을 경감하는 정책의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주민의 고통경감은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최우선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북한주민은 헌법상 잠재적 한국국민이며, 정부는 이들의 고통경감에 대한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동독주민들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한계에 직면한 자신들의 체제를 스스로 포기했다. 이는 서독체제에 대한 동독주민들의 신뢰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서독의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대동독주민 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북한주민의 신뢰감 형성은 통일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북한의 인도적 위기해소와 인권상황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아울러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협력, 북한 시장화 촉진할 수 있어야

남북한의 동질성 회복과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한의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협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민족공동 행사와 사회문화 교류를 통해 양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남북교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북한의 태도와 지속가능성을 결여한 남북교류의 양적인 발전은 민족동질성 회복이라는 질적 변화를 견인해내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 노력은 과거와 다른 실질적 성과의 도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교류의 정치성을 배제하는 동시에 이벤트성을 넘어 진정한 민족동질성 회복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중근의사 유해발굴, 독도 및 과거사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등은 현실적인 협력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융합형 협력모델의 적용을 통해 남북경협도 과거와 다른 질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남북경협의 상징적 사례인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상당한 긍정적 성과의 도출에도 불구하고 북한시장화의 유도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사용되는 원부자재의 100%가 한국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완제품 전량이 다시 한국으로 반입되고 있어 북한 내 산업과의 연관관계를 전혀 맺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제2의 개성공단 등 새로운 남북경협은 북한 내 산업연관 효과 및 시장화 촉진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협력을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체화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미 나진항에 대한 투자의 결정으로 남·북·러 삼각협력을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 및 가스관 연결은 남·북·러 모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동북3성 및 러시아극동 개발사업에 대한 남북협력을 통한 참여 역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북한의 제한적·전술적 진정성을 넘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화하고 통일시대의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을 추구할 시점이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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