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부처 간 정착지원 협의와 정보공유도 제대로 안 돼 2014년 3월호
기획 | 북한이탈주민, 통일미래의 동반자
부처 간 정착지원 협의와 정보공유도 제대로 안 돼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2만6천명을 넘어섰다. 대략 2천5백만명에서 2천8백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의 인구를 감안할 때 북한 인구의 약 0.1%가 우리나라로 입국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에서 통일은 영토의 통일, 경제의 통일, 교육의 통일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통일도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볼 때, 그 어떤 통일보다 사람의 통일, 즉 마음의 통일이 중요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만나지 못한 99.9%의 북한주민들과 마음을 나눌 준비가 필요하다.
다수 지역협의회, 연 1~2회 형식적으로 개최
주요 포털 사이트에 ‘북한이탈주민’을 검색하면 상당수의 뉴스가 북한이탈주민의 부적응, 남한사회 정착의 어려움 등이다. 관련 연구주제 역시 적응력 제고, 심리정서적 지원, 정착지원 체계 개선 등과 같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경우가 많다. 0.1%밖에 되지 않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과연 나머지 99.9%의 사람을 만나는 통일에 대해 낙관할 수 있을지 반문해 본다.
현재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정책이 온전히 그들을 위한 혜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종종 발생한다. 가령 현재 각 시·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협의회는 지역의 대표적인 지원기관과 각계 인사가 모여 지역의 북한이탈주민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연 1~2회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새로운 제도나 기관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있는 인프라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여 직접적인 효과가 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거주지역이 배정될 때, 지방 중소도시에 배정되는 이들이 지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소외받는 일이 생긴다. 지역에는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문화·복지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을 선호하지만, 자발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려는 이들마저 정책의 접근성이 떨어져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게도 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 관련 단체만 지원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존 인프라가 북한이탈주민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이탈주민에 특화된 사회복지관을 늘리는 것보다 사회복지관에 가면 북한이탈주민도 자연스럽게 지원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도 완화할 수 있고 지역 주민과의 교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북한이탈주민 지원 체계에는 주무 부처인 통일부와 입국초기 단계에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지자체, 그리고 지원 서비스에 따른 관련 부처 간의 효율적인 업무협의와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 특히 외국의 난민지원 시스템 등과 비교할 때 이 부분은 많은 아쉬움을 자아해 낸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10대의 난민 청소년이 입국했을 때, 정부가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언어 교육 등을 지원한다. 물론 시설 보호단계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사정이 다르므로 입국초기의 지원 형태가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정착 초기 상황에서는 분명한 차이점이 보인다. 캐나다의 경우 난민 청소년이 어떤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중학교에 갈지 고등학교에 갈지를 정하여 이 난민 청소년을 가장 잘 지원해 줄 수 있는 학교에 배정한다. 이 때 해당 학교에는 이 난민 청소년이 사용하는 모국어를 아는 강사를 파견해 주며, 기존 학생들과 함께 듣는 통합수업과 별도로 수준별 언어교육을 하는 분반 수업을 유기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중간에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부처 또는 지원 기관 간의 연계망이 잘 정리되어 있다.
반면 탈북 청소년의 경우 국내 입국 후 하나원에 입소하기 전 3개월 합동심사를 받는 동안 교육의 손실이 있다. 또한 학생의 교육 수준에 대한 별도의 테스트 과정 없이 임의적 학제에 배치되는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는 탈북 청소년에 대한 전담 코디네이터를 두고 진로 및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례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캐나다처럼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연결 과정 중 특정 부처, 특정 기관에 구애받지 않고 연계성 있는 업무 진행도 요구된다.

지난 1월 21일 남북 청소년 우정 버러이어티 ‘별친구’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주원, 윤손한, 김현수, 최순미, 문희준, 백진혁, 채상우. ‘별친구’는 외로운 남북한 아이들이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남북 최초로 ‘통일학교’에서 만나는 남북 청소년들의 우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서비스 몇 회, 상담 몇 시간’으로 해결?
한 명의 북한이탈주민이 특정 부처만의 힘으로, 특정 기관의 지원만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는 없다. 통일이 통일부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닌 것처럼,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우리 사회 정착은 ‘분절적이고 도식화된 역할’로 나누어진 지원 체계로는 불가능하며, ‘서비스 몇 회, 상담 몇 시간’과 같은 실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북한이탈주민 한명 한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곧 통일 준비에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기초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이 늘 우리 사회에서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당장은 낯선 환경 속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인 만큼 손을 잡아주고 뒤에서 밀어주어 일으켜 세우면 분명히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직접 대면하고, 이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옆집에 북한이탈주민과 같이 살아보니, 서로 의지도 되고 너무 좋더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이미 통일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는 의미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윤상석 / 무지개청소년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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