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3월 1일

기획 | 북한이탈주민법 제정 17년, 사각지대 보완해야 2014년 3월호

기획 | 북한이탈주민, 통일미래의 동반자
북한이탈주민법 제정 17년, 사각지대 보완해야

국내입국 탈북자들이 2만6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성공적으로 대한민국에 정착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사회적응에 실패한 탈북자들은 정착금을 조기에 탕진하기 일쑤이다. 결국엔 범죄에 연루되거나 부랑자처럼 살기도 하고 심지어 재입북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돼가는 현 시점에서 탈북자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이유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주최로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하는 2013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북한이탈주민과의 화합, 교류의 장을 상징하는 한반도 주먹밥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주최로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하는 2013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북한이탈주민과의 화합, 교류의 장을 상징하는 한반도 주먹밥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외형상 하드웨어적 측면 완비 … 사각지대 여전해

현재 정부는 탈북자의 국내정착 지원을 위해 ①초기 정착금 지급(정착기본금, 정착장려금, 정착가산금으로 구분) ②취업 지원(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사업장 알선, 지역별 취업박람회 개최, 고용지원금 지급, ‘맞춤형 직업훈련-취업연계 프로그램’ 등) ③교육 지원(학력 인정, 학비 지원 등) ④사회보장 지원(생계급, 여의료혜택) ⑤거주지 보호(정착도우미, 취업보호담당관·거주지보호담당관 및 신변보호 담당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각 지역협의회 등에 의한 보호) ⑥주거지원(임대주택 알선 또는 주거지원금 지원) ⑦사회적응훈련 및 심리안정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외형상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탈북자 지원제도는 어느 정도 완비되어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사각지대나 미흡한 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는 몇 가지 정부에 대해 고려해야 할 사항 내지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하기로 한다.

첫째, 취업지와 거주지의 일치가 요구된다. 현재 탈북자에 대한 직업훈련은 정착지 배정 이후에 시행되고 있는데, 탈북자들 간에 임대주택 교환이 금지되어 있어 거주지 이동이 사실상 곤란하다. 따라서 탈북자들에게 직업훈련이 적기에 실시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탈북자가 초기 직업훈련을 이수하고 해당 직종에 취업하는 경우 거주지를 취업지와 일치시키는 등의 제도보완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임대주택의 교환을 엄격한 조건하에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종 장려금 제도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탈북자의 조속한 국내정착 지원을 위한 장려책으로 직업훈련 장려금, 취업장려금, 고용지원금 등이 도입되어 있다. 하지만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이 취업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비율이 높고 고용지원금 제도도 일시적으로만 고용 확대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특히 탈북자에 대한 직업훈련 직종이 일부 분야에 편중되어 있어 적합 직종이 아니라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직업훈련 장려금은 대부분 취업 회피 혹은 ‘장려금만 타먹는’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현재의 ‘선 직업훈련-후 취업’ 구조를 ‘선 취업-후 직업훈련’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더불어 탈북자의 자립·자활 촉진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취업 장려금은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상당수에 이르는 자영업자의 취업 장려금을 신설하고, 보육문제로 취업장려금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여성에게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 적극적인 역할 독려해야

셋째, 정착지원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독려해야 한다. 탈북자의 숫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전국에 산재하여 거주하는 상황이어서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역할 위임에 소극적인 태도, 지방정부 재정 부담 회피와 단체장의 의지 미약, 지역협의회의 형식적 운영 등으로 인해 효율적인 국내정착지원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현장 중심, 수요자 중심, 찾아가는 탈북자 정착지원제도로의 개선이 요망된다. 이와 관련해서 ①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위임 ②지방정부의 재정 부담(매칭펀드 조성을 위한 법률적 강제 여부 적극 검토 필요) ③지역협의회의 내실 있는 운영 ④정책 사업 실행에 대한 평가 체제 구축 및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등의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수준의 정착지원 서비스 전달체계 상의 중복·혼선 및 비효율을 불식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다양한 정착지원제도가 설치되고 정착지원 활동영역도 계속 확대되고 있으나, 정착도우미, 지역적응센터, 전문상담사 등 각 제도 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기능이 상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서비스 대상자 1인에게 유사한 서비스가 중복 제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하나센터를 명실상부한 지역 정착지원체계의 허브기능을 담당하는 지역 거점으로 내실화함으로써 통합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①하나센터 운영예산 확대 ②종사자 처우 개선 및 안전성 보장 ③하나센터가 전문상담사의 직접 운영·관리를 통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시행 ④정신건강 담당 심리상담사 배치 ⑤하나센터의 사후관리기간을 5년으로 연장(현재는 1년) ⑥하나센터 교육수료자에 대한 금전적 인센티브 제공 ⑦정착도우미 봉사기간을 6개월로 단축 ⑧법률적 차원의 위상 명시 등의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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