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소치 동계올림픽? 북한엔 수치! 2014년 3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56 | 소치 동계올림픽? 북한엔 수치!

지난 2월 11일 러시아 소치 아들러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4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한국의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TV로 지켜보며 황홀경에 빠져 소치에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번 대회는 88개국에서 온 2,800여 명의 선수와 임원들이 참가해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이 참가한 대회라고 한다.
그런데 이 대회에 북한이 참가하지 못했다. 북한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째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대회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데다 각 국제연맹에서 와일드카드도 받지 못해 불참했다고 밝혔다.
얼마나 체육 실력이 한심했으면 열대지방 나라들인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인도에서까지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북한이 참가 못했겠는가. 북한 지역은 백두산 지역을 비롯해 동계체육 종목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말끝마다 노동당의 체육정책이 어떻고 현명한 영도가 어떻고 하는데, 도대체 체육발전에 무엇을 기여했는지 모르겠다.
먹는 문제도 해결 못하는데 체육은 무슨…
체육수준은 그 나라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체육을 잘하는 나라들을 보면 거의 다 발전된 나라들이다. 체육은 선수들의 육체적 조건도 좋아야 하고 체육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적 조건들이 충분히 보장돼야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먹는 문제도 풀지 못해 선수들의 체력이 좋지 못하다. 잘 먹기만 해서도 안 된다. 실력향상을 위한 훈련장과 기재가 질적 양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또 과학적인 기술지도가 뒷받침 되어야 하고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외국 선수들과 경기도 자주 해보면서 실전경험을 풍부히 해야 한다. 이런 것을 다 하자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굶어죽는 사람들도 구제하지 못하는데 체육부문에 쓸 돈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 선수들은 중요한 국제경기가 임박할 때라야 고기와 계란 등 영양 식사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잘 먹어야지, 사람이 기름을 넣자마자 힘을 쓰는 자동차처럼 갑자기 잘 먹인다고 해서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은 갑자기 공급하는 영양 식사를 흡수해 내지 못해 설사를 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먹는 것이 이런 정도면 다른 문제들은 논의하기조차 어렵다.
북한의 체육실태가 이렇게 한심한 것은 민족의 망신이다. 다행히 남한이 잘하고 있는 덕분에 위안을 찾는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한국은 역대 최다인 남자 41명, 여자 30명 등 71명의 선수단과 임원진 49명으로 총 120명이 참가했다. 북한과 너무 대조적이다.
체육발전, 경제력 뒤따라야 … 개혁·개방 절실해
한편 한국 내에선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활약을 기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모 업체는 이번 대회기간 우리 선수들이 따는 금메달 수만큼 말발굽모양의 금패를 순금으로 만들어 추첨형식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한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의 체육발전이 체육선수들만의 노력이 아니라 높은 사회적 관심과 세계 10위권의 막강한 경제적 바탕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은 겨울철 체육종목이 활발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인공눈을 만들어 스키를 탈 수 있고 무더운 여름철에도 실내 스케이트장들이 운영된다. 이런 환경과 조건이 한국의 동계체육 종목을 발전시켰다.
북한도 경제가 비교적 양호하던 시기엔 체육이 지금처럼 한심하지 않았다. 북한 사람들은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 대회에 참가해 여자 스케이팅 3천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한필화 선수를 아직도 추억하고 있다. 그 후 1972년 삿포로 대회와 1984년 사라예보 대회, 1988년 캘거리 대회,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 참가했고,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는 황옥실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북한 체육이 뒤떨어지게 된 요인은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체육에 대한 당국의 간섭이 문제다. 체육의 주인은 체육인이다. 북한 당국은 체육분야에 필요한 조건들을 해결해주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굳이 훈련과 경기 과정에까지 개입해 전술적 문제, 기량 문제까지 참견할 필요 없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감독의 말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당국이 참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체육에 필요한 환경과 조건이 마련될 것이다. 또 체육인들이 성과를 거두면 자기의 것이 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금메달을 따도 훈장과 몇 푼어치도 안 되는 선물 따위로 선수들을 속여 노력의 대가를 당국이 차지하는 식으론 안 된다. 남한 체육인들은 경기성과에 따라 명예와 재부를 얻기 때문에, 이런 것이 선수들을 자극해 발전을 도모한다.
이번에 소치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한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손님으로 갔다. 그는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유엔 사무총장 등을 만나 담화를 했다. 자국 선수들이 한명도 참가하지 못한 곳에 체면을 무릅쓰고 어슬렁어슬렁 찾아간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북한이 이런 처지에서 벗어나고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나서기 위해서라면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개혁·개방이 절실한 이유다.
도명학 / 망명북한작가펜(PEN)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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