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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맛지도 | 포도주와 과일 향미 가득 ‘사리원불고기’ 2014년 3월호

북한 맛지도 19 | 포도주와 과일 향미 가득 ‘사리원불고기’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시대 극히 초기를 빼고는 김정일 시대에 이어 현재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온통 배고픔의 연속이다. 김일성은 해마다 신년사에서 “우리 인민의 최고 민족적 숙원인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기와집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은 약속일뿐이었고, 북한 주민은 늘 굶주렸다.

북한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생일에 돼지고기를 조금씩 명절공급용으로 제공하는데 뼈 채로 나누어주는 주먹만 한 고깃덩어리로 5~6명의 식구가 나누어 먹어야 한다. 쇠고기는 구경도 어렵고 그나마 명절에 조금씩 나누어주는 돼지고기 역시 배급과정에서 여기저기 거치는 데가 많고 거치는 곳마다 떼어먹고 나니 정작 인민들에게는 국물 냄새조차 맡을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양의 고기가 올 뿐이다.

CS_201403_66 현실은 이렇지만 유명한 전통음식들 중에는 고기요리가 많다. 전통적으로 평안도의 순안불고기나 강원도의 송도원불고기와 함께 황해도에서는 사리원불고기가 유명하다. 불고기라는 명칭은 1950년대에 불에 구워먹는 고기라는 뜻으로 생겨났다가, 점차 양념한 고기를 익히는 의미로 바뀌었다.

황해도는 전통적으로 논농사 지역이어서 여러 가지 곡식이 풍부하고 과일과 채소, 산나물, 산과일 등이 다양해 먹을거리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사리원은 황해북도의 도 소재지로서 지방 산업이 발달된 곳이다. 특히 사리원 포도술은 강계의 포도술과 함께 북한에서는 아주 유명한데, 여기에 덧붙여 사과까지 유명하다.

한때 북한에서 인기 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는 남한의 ‘도전! 골든벨’과 유사한 형식인 ‘전국 알아맞히기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사리원에서 온 학생들의 성적이 대부분 좋았다. 남이나 북이나 자식들을 공부 잘 시키는 것은 어머니의 간절한 희망인지라 당시 북한 엄마들의 치맛바람 분석에 따르면 사리원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영양 많은 사과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황해도 황주사과, 대구사과와 함께 예부터 유명

뜬금없는 이야기 같겠지만 나름 유행을 타고 북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사과를 많이 먹이고 싶어 난리를 쳤던 적도 있다. 물론 북한에서 사과를 많이 먹기란 몹시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유명한 사리원불고기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과일이 풍부하게 들어간다.

평안도 순안불고기는 석쇠구이, 송도원불고기는 검은 돌판에 굽는 불고기라면, 사리원불고기는 사리원 특산물인 포도주와 과일을 이용한 양념으로 재운 양념 불고기이다. 달콤한 양념이 밴 불고기와 슴슴한 국물까지 함께 먹는 사리원불고기는 구이보다는 전골에 가까운 느낌이다. 여기에다 냉면사리까지 넣어 먹으면 그 맛이 환상이다. 담백하면서 뒷맛이 아기자기한 것은 과일이 풍부하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리원불고기

CS_201403_67● 재료 쇠고기 1.2㎏, 파 1대, 생강 작은 1쪽, 배 ¼쪽, 사과 ¼쪽, 마늘 4쪽, 간장 5큰술, 소금 ½작은술, 식초 2큰술, 참기름(또는 식용유) 1큰술, 포도주 1½큰술, 참깨 4작은술, 설탕 3큰술, 후춧가루 조금, 육수 1½컵
● 만들기
① 쇠고기는 두께가 0.2㎝정도 얇게 저며서 잔칼질을 한다.
② 배, 사과, 생강은 갈아서 즙을 내고 파와 마늘을 다진다.
③ 간장에 육수, 배즙, 사과즙, 식초, 소금, 설탕, 다진 파, 다진 마늘, 생강즙, 참깨, 참기름, 후춧가루를 넣고 섞어서 불고기 양념을 만든다.
④ 쇠고기에 ③의 불고기 양념과 포도주를 넣고 무쳐서 20~30분 동안 재운다.
⑤ 불판을 180℃로 달군 다음 식용유를 조금 바르고 양념에 재운 쇠고기를 펴놓아 굽는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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