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4월 1일

특집 | 현상유지 끝 … 적극적·선제적 외교행보 시작 2014년 4월호

<편집자주>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및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3월 3~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양회는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전면심화개혁’을 국가정책으로 구체화하였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양회에 대해 “중국의 기적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독사에 물린 손목을 자르는 기개와 배수진을 치고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새로운 개혁을 통해 중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전 세계의 방향을 견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양회를 거쳐 대내외 각 분야 정책에서 개혁의 구체적 방향성을 확정하고 추진계획을 통과시킨 이후 시진핑은 “개혁의 나팔 소리는 이미 울려 퍼졌다.”며 “이제 관건은 실천”이라고 천명했다. 전면심화개혁을 통해 제2의 질적 성장을 꿈꾸며 다시 출발선에 선 시진핑. 그가 들어 올릴 개혁의 깃발이 향후 중국의 대내외 정책에서 발현될 모습을 전망해보고 우리의 대비책을 살펴봤다.

 

특집 | 시진핑, 전면심화개혁 깃발 들다
현상유지 끝 … 적극적·선제적 외교행보 시작

중국 최고 국정자문기관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 12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정협은 이날 폐막 전체회의에서 당·정에 제시할 4,900여 건의 정책 제안을 확정했다.

중국 최고 국정자문기관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 12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정협은 이날 폐막 전체회의에서 당·정에 제시할 4,900여 건의 정책 제안을 확정했다.

시진핑 체제 1년이 지나면서 시진핑 정부의 외교정책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올 한 해 동안 국내적으로 안정 속의 성장과 개혁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대외적으로 개방의 확대와 적극적인 외교를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이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 방향을 살펴보기 전에 지난 1년의 성과를 되돌아보자.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1년 동안 대국 외교, 주변국 외교, 개발도상국과 다자 외교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신형대국관계를 수립해가는 한편,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첫 번째로 러시아를 방문하여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추진했다. 주변국 외교에도 역점을 두어 21개 주변국과 고위급 교류를 했다. 글로벌한 차원에서도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미국 4대주 22개국을 순방하였고, 65명의 외국 원수와 정부 지도자를 영접하였으며, 300여 명 이상의 외국 정계인사와의 회담을 통해 정상외교를 펼쳤다.

한반도와 관련,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간 교류협력도 강화했고 그 결과 한·중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대외관계에서 교류협력만 있던 것은 아니다.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와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며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다. 향후 지역 내 이러한 갈등국면을 어떻게 처리하고 미국을 비롯한 대국들과 신형대국관계를 수립해갈 것인지, 또 역점을 두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동북아 안보질서를 재건축해 갈 것인지가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강군건설 … 동북아 안보질서 구축 선제적 대처 시도

지난 3월 3~13일 개최된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및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표명된 기본정책 방향과 동북아 안보와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시사점을 짚어보자. 우선, 국방개혁을 통한 ‘강군건설(强軍建設)’이 특징적이다. 인민해방군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은 국가의 핵심이익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 강조하고 ‘강군건설’ 목표 실현을 위해 국방과 군대개혁을 심화시켜 나갈 것을 주문했다. 시진핑은 경제와 군사 및 대외관계에서 가장 핵심적 정책결정 기구의 역할을 할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와 ‘국가안전위원회’, ‘인터넷영도소조’ 조장에 이어 ‘심화국방군대개혁영도소조’의 조장을 맡음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또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국방예산도 전년도보다 많은 12.2%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강한 군대 건설을 위한 국방개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이 동북아 안보질서 재건축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동북아 안보에서 가장 핵심이슈인 중·일관계에서 단호한 입장과 강력한 대응이 전망된다. 리커창 총리가 양회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표명하면서도 역사의 수레를 역행하는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은 댜오위다오와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대립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일관계와 관련, 왕이 외교부장은 3월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국면은 결코 중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며, 두 나라 인민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역사와 영토문제에서는 타협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일관계가 무력충돌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한반도 문제와 관련 왕이 외교부장은 첫째, 한반도에서 도발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임을 강조한 것과 둘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진정하고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임을 강조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비핵화가 선결조건임을 표명한 것으로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비핵화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더 중요함을 강조해 오던 과거 입장과 비교할 때 변화된 점이 주목된다. 도발 불용을 강조한 것 역시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과거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적극적인 대외개방 확대 정책도 이어질 전망이다. 2013년 시범적으로 시작된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의 확대 실시와 내수확대를 위한 서비스업 개방으로 외자유치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시진핑은 상하이시 대표단과 만나 새로운 개혁·개방의 시험대인 상하이자유무역구를 더욱 대담하게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또 리커창 총리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미국 및 EU 등과 투자협정을 발전시켜 나갈 것과 함께 한국, 호주 등과 FTA 체결 협상을 가속화 하고자 한 것 역시 개방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경제 벨트의 조성과 이를 통한 지역별 맞춤형 발전 전략 및 한·중 협력 가능성이다. 동북 3성의 지역경제 발전전략이 남북한을 포함하는 새로운 한반도와 더불어 동북아지역 발전전략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한국의 새로운 한반도 구상과도 맞물리므로 그 가능성도 낮지 않다 할 것이다.

동북 3성 발전전략 통한 한·중 협력 기회 살려야

결론적으로 시진핑 정부의 대외정책은 현상유지를 벗어나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나아갈 전망이며 이제 그 방향을 향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올 한 해 중국은 그 청사진을 마련하고 구체적 정책들을 제시해 나가기 시작하여 몇 년간 지속해 갈 것이다. 중국이 주변국 전략의 관점에서 한국을 중시하고 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통일을 언급했다는 점과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양국은 공동 이익에 기반하고 있으며 따라서 한·중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의 시기에 비핵화와 남북한 문제를 넘어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어떤 방향으로 부합되는지, 또 동북아 지역 발전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하게 제시한 가운데 한·중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지혜 역시 지금의 한국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다.

이태환 /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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