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현대화된 강군건설로 대(對)미·일 군사균형 추진 2014년 4월호
특집 | 시진핑, 전면심화개혁 깃발 들다
현대화된 강군건설로 대(對)미·일 군사균형 추진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및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3월 3~13일까지 개최되었다. 이번 양회는 집권한 지 1년을 맞은 시진핑 체제의 대내외정책뿐 아니라 중국의 국방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회의기간 동안 최고 지도자들은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강한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으며, 2014년 국방예산 규모를 공개하고 첨단군사력 개발과 관련하여 최근 부쩍 강화된 군사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의 국방정책에서 가장 큰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국방 및 군 현대화를 통해 강한 군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적 지위에 걸맞고 국가안보와 발전이익에 부응하는 강한 군대를 건설하는 것이 곧 평화발전과 현대화를 위한 전략적 임무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하여 지역 내 동맹 및 우방국들과 안보관계를 강화하고, 일본과의 해양영유권 문제 및 역사인식 문제가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이들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지속적인 국방예산 증가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양회기간 중 중국은 2014년 국방예산을 작년에 비해 12.2% 증가한 8,082억위안(1,320억달러)으로 발표했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인상폭을 보인 것으로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군 현대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올해 軍예산 1,320억달러 … 2011년 이후 가장 큰 인상폭
중국은 금년도 국방예산이 세계 2번째 경제대국의 지위에 걸맞은 적정한 규모이며, 군인 1명당 국방비 규모로 볼 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크게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공식 국방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지출을 고려할 경우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은 2,0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군사력 균형의 변화가 가져올 지역불안정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일본의 역사인식과 정치적 우경화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리커창 총리는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중국은 전후 국제질서를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최근 일본의 역사인식을 강하게 비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양회기간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역사와 영토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와도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으며, 인줘다오 정협위원은 회의석상에서 청·일전쟁의 치욕을 잊지 말고, 피와 눈물, 굴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진핑 역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인민해방군 대표단과의 회의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의 정당한 권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로 핵심이익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언제든지 싸울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군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방과 군 현대화는 주권과 이익을 수호하는 것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비하고 주변국과의 해양영토 분쟁에 대처하는 데 주안을 두고 있다. 다만 이번 양회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양회기간 중 중국 내에서는 첨단군사력 개발에 관한 자신감도 표출되었다. <인민일보>는 장거리 대형수송기인 Y-20 개발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독자기술로 개발된 엔진이 장착될 이 수송기는 이륙중량 22만t에 적재하중 6만6천t으로 미국의 C-17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작년 1월과 12월에 시험비행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수송기가 개발될 경우 중국은 원거리 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 종심지역에 대한 폭격 등 전략적 공격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출 것이다. 또한 <인민일보>는 중국의 우주개발과 관련하여 2020년이 되면 현재의 국제우주정거장은 수명을 다하게 되는 반면 중국의 우주정거장이 완성되면서 인류의 유일한 우주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과 이를 수출용으로 개조한 J-31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략 2018년경 실전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항모단 및 대형함정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DF-21D 대함탄도미사일의 경우 중국의 ‘야오간’ 감시위성 및 ‘베이더우’ 위성항법체계 개발로 적 함정의 탐지 및 정확성이 더욱 중가하여 미 해군에 위협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 투사는 항모단을 주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 개발은 향후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첨단군사력 개발에 대한 자신감도 표출
전반적으로 본다면 시진핑 체제 하에서 중국의 국방정책은 ‘국방 및 군 현대화’를 가속하는 것으로 수렴되고 있다. 중국은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국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며,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비할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대를 거스르는 반동적 역사인식을 가지고 ‘보통국가화’를 지향하는 일본과의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데 비중을 두고 국방정책을 이끌어 갈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지역 및 한반도 안보에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경쟁과 중·일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건설적인 외교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중국의 군사대국화가 북핵문제, 북한 급변사태, 그리고 한반도 통일 등 한반도 안보에 미칠 파급영향을 분석하고 미리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창희 /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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