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주민 인권의식 변화 주목해야 2014년 4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30
북한주민 인권의식 변화 주목해야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북한인권조사보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인권 유린이 반(反) 인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며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등 행동에 나설 것을 유엔에 촉구했다.
북한인권 문제가 또 다시 국제사회와 국내정치의 뜨거운 관심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북한인권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1년간 조사한 결과물인 유엔의 공식적인 문서에서 정치범수용소, 차별적 기근, 비자발적 구금(납치 문제) 등 세 가지 사안이 ‘인도에 반하는 죄(Crime against humanity)’로 규정되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내에서 자행된 이러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를 안보리에 권고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비난 차원에서 ‘처벌의 정치’ 차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 ‘처벌의 정치’ 차원으로 진행
국회에서는 지난 9년간 표류하고 있는 ‘북한인권법’ 처리를 둘러싼 협상이 진행 중이다. 북한인권법 통과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관련기관에서는 북한인권법과 관련한 캠페인 및 토론회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내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법안이다.
현재 야당은 이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의 실효성은 국제사회와 국내여론 등 보다 광범위한 영향력 차원을 고려하여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북한 정부가 당장 인권탄압을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주권침해라면서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일본 등 북한인권법을 먼저 제정한 국가들이 이러한 유사법안을 계속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주민들 인권 민감성 매우 낮게 나타나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 홀로코스트박물관(IHMEC)에서 개최한 북한인권 세미나에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31) 씨가 토론 패널로 참석하여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하고 있다.
국내입법을 통한 인권개입(legislative engagement)의 실효적 영향력 대상은 주권 장벽에 막혀있는 당사국 주민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자국민 여론이다. 즉 북한인권법은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호소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또한 청소년을 포함하여 국내여론을 계몽하고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인권 개선의 궁극적인 주체는 북한주민들이다. 북한인권은 북한주민들의 요구와 참여에 의해서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정보통제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이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에 큰 효과를 가져올 지 의문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북한주민들의 인권의식을 조사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북한주민들에게 인권이란 매우 낯선 용어이며 인권 민감성이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대부분 북한여성들은 남성우월적인 북한사회의 가부장적 체제 속에서 이중적인 착취를 당하고 있다. 당과 국가를 위해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집안에서는 양육과 가사, 그리고 생계를 위한 추가적인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과 성매매 등이 광범위하게 사회 저변에 확산되고 있지만, 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는 매우 취약하다. 북한 여성들 스스로가 이러한 상황을 체념적으로 혹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체제도 매우 열악하다. 학교나 사회 어느 곳에도 인권이란 말은 들어볼 수 없다. 국가의 배급제도가 무너지고 국가통제에 의해서 모든 자원이 군사부문에 집중되는 체제 속에서 북한주민들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해나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인권보호 제도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북한주민들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인권의식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 속에서 먼저 그러한 변화들이 나타난다. 남한에 와서 인권이란 용어를 처음 접하고 북한에서의 삶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깨달아가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인권단체를 만들고 북한주민들의 인권은 물론 남한 내에서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각종 차별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가고 있다.
북한 내부의 상황을 살펴보면 최근 북한주민들은 남한의 드라마, 영화 등 한류문화와 접촉하면서 새로운 의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가장 폐쇄적인 북한체제 속에서 역설적으로 정보에 대한 목마름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남한의 드라마 등 녹화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 중대한 범죄자로 처벌받는 상황 속에서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남한 영상물을 보고 있다는 역설적인 현실이 초래되고 있다.
또 이처럼 외부정보에 접하는 북한주민들이 자유가 무엇인지를 지식으로 알 뿐 아니라 몸으로 체화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결국 북한사회도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확산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예고한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