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4월 1일 0

Zoom In | 한-캐나다 FTA, 상징성과 잠재력 주목해야 2014년 4월호

Zoom In | 한-캐나다 FTA, 상징성과 잠재력 주목해야

지난 3월 11일 한-캐나다 FTA(자유무역협정)가 최종 타결되었다. 아직 양국 의회의 비준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늦어도 2015년 내에는 협정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캐나다는 이미 오래 전인 2005년 7월부터 협상을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나오며 협상이 중단되었다가 최근 7차례의 비공식 회의를 가지면서 이번 타결을 이끌어 내었다. 협정이 발효되면 품목 수를 기준으로 97.5%에 대해 10년 이내에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하하게 된다.

캐나다, 아시아지역 첫 FTA 대상국 한국 선택

사실 우리에게 있어 캐나다는 큰 시장은 아니다. 캐나다가 넓은 국토면적을 가진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GDP 규모는 세계 11위에 그쳐 15위인 우리나라의 두 배가 안 되는 수준이다. 또한 한국의 입장에서 캐나다로 가는 수출은 우리의 전체 수출 중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시장의 상징성과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가 가지는 전 세계적인 FTA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목표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협정이다. 캐나다와의 협정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14위 경제대국 중 9개국과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FTA 경제영토(세계 GDP 대비 FTA 협정을 맺은 국가의 GDP)는 62%로 칠레(78.5%), 멕시코(64.1%)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른다. 나아가 현재 진행중인 한-중 FTA가 체결되면 우리의 FTA 경제영토는 70% 이상으로 상승하며 멕시코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둘째, 캐나다는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협정이 많지가 않다. 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북미자유무역협정)1)를 제외하고는 주로 무역의존도가 낮은 남미 지역 국가들과 협정이 맺어져 있다. 특히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 일본과는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아시아 지역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캐나다와 FTA 협상을 타결하게 되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캐나다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관세가 없어져 중국산 및 일본산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약 10%, 일본이 3%인 반면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협정을 계기로 캐나다에서 우리 시장점유율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캐나다는 석유 매장량 세계 3위 및 생산량 6위의 자원부국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4위, 우라늄 생산량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자원부국인 캐나다와의 FTA는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캐나다 FTA가 가져오는 산업별 영향을 보면 우선 가장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는 품목은 자동차이다. 한국의 캐나다에 대한 수출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약 43%에 달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까지 합할 경우 절반에 해당된다. 자동차 품목에 대해서는 현 6.1% 관세를 24개월 만에 철폐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캐나다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캐나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 44.5%)과 일본(33.6%)에 밀려 있던 한국(12.0%)의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섬유 등 시장점유율 제고 계기

지난 3월 11일 한국과 캐나다의 FTA가 타결됐다. 이번 타결로 캐나다에 대한 우리나라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들

지난 3월 11일 한국과 캐나다의 FTA가 타결됐다. 이번 타결로 캐나다에 대한 우리나라 자동차의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들

또한 섬유 제품의 경우 현 평균 5.9%(최대 18%)의 관세가 대부분 3년 내 철폐되어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섬유 산업의 경우는 대부분 중소기업의 영역이라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부진한 중소기업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과 일부 기계 품목에 대해서도 수출확대를 기대해 본다. 다만 우리나라의 캐나다 수출 품목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휴대폰과, 이외 반도체, 철강, 석유제품 등은 이미 관세 없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출 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가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을 보면 주로 원자재 품목 비중이 높은데 이들 대부분 품목들이 이미 관세가 없고 국내 산업과 경합되는 부분이 적어 큰 피해는 우려되지 않는다. 다만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의 축산품들은 수입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쇠고기는 단계적으로 관세율이 낮아져 15년 후에는 무관세가 된다. 돼지고기의 경우 품목별로 5년 또는 13년 내에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게 된다. 따라서 이 품목과 관련된 농축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국내 쇠고기 시장의 경우 이미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지는 미국과 호주에 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캐나다산 쇠고기가 특별한 비교우위가 없다면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전체적인 수입산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식품이라는 재화가 기호품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국내산과 수입산 쇠고기 시장이 어느 정도 분리가 되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 시장의 잠식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수출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워낙 부존자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사적 경험으로 보면 빠른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수출 중심의 경제발전전략 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 우리의 내수 시장을 내어 주어야 한다. 특히 농업 등 우리의 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부문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정부에만 그 책임을 떠넘기려하지 말고 한국 사회 전체가 취약 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 산업경제연구실장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