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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미·중, 아시아판 MD와 6자회담 둘러싼 줄다리기 중 2014년 4월호

집중분석 | 미·중, 아시아판 MD와 6자회담 둘러싼 줄다리기 중

지난 2011년 10월 5일 하와이주 카우와이에 있는 태평양사 미사일 사격훈련지원소에서 사드(THAAD) 체제를 위한 작전 테스트가 실시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5일 하와이주 카우와이에 있는 태평양사 미사일 사격훈련지원소에서 사드(THAAD) 체제를 위한 작전 테스트가 실시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워낙 이슈다 보니, 3월 24~25일 열린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담의 모든 초점이 한·미·일 정상회담에 쏠린 듯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동아시아의 G2 체제(신형대국관계) 재편이라는 큰 흐름에서 볼 때,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역시 미·중 정상회담이다. 지난해 6월 7~8일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은 기존 대국인 미국과 떠오르는 신흥대국인 중국 사이에 패권 조정을 위한 매우 중요한 회담이었다. 일부에서는 지난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 방중에 버금가는 역사적 의미를 띠고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회담은 그 후속편에 해당한다 하겠다.

북·중, 6자회담 총력 … ‘아시아판 MD’ 무력화 시도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나 올해나 중국 측이 그 준비 과정에서 보인 모습 역시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회담에 앞서 두 번 모두 북·중 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5월 22일~24일 북한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거꾸로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가 지난 3월 17일 전격 방북했다. 지난해 최룡해 방중의 하이라이트가 북한의 6자회담 참여 의사 표명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두 번의 움직임 모두 6자회담과 관련돼 있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결국 중국 측은 오바마-시진핑 간의 ‘역사적’ 회담에 앞서 반드시 북측으로부터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을 청취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미국 대통령을 만난 김에 회담 개최에 대해 담판을 짓고자 한 것인가? 6자회담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양국 정상회담의 많은 이슈들 가운데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의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중국 측에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미국이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판 MD’가 바로 그 이유다. 중국 입장에서는 6자회담 그 자체보다도, 미국의 아시아판 MD추진 명분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패로써 북한의 6자회담 참여 의사 확인이 중요한 것이다.

美, 필리핀·말레이시아 X밴드 레이더 기지로 검토

왜 그런가. 우선 아시아판 MD의 최근 진행 상황을 보자.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담 못지않게 제대로 진상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게 바로 오바마의 4월 아시아 순방 계획이다. 이 역시 한국, 일본 방문 사실만 부각됐을 뿐, 아시아 순방의 원래 목적이 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실 4월 말 순방은 원래 한국이나 일본에 오고자 한 게 아니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방문이 목적이다. 지난해 가을 APEC 정상회담 뒤 가기로 했으나 당시 미국 재정사태로 오바마가 APEC 회의 자체에 참석하지 못해 자동 순연되어, 4월에 다시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그 방문 목적이 바로 아시아판 MD와 깊게 연관된 것이다.

지금 미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판 MD의 핵심은 바로 사드(THAAD 종말고고도 방위 미사일) 시스템의 구축이다. 이미 보편화돼 있는 패트리어트 3(P3)가 상대방 미사일이 떨어지는 최후의 단계에서 영격하는 미사일인데 비해 사드는 상대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돌입하는 단계(종말단계)에, 성층권 위의 고도에서 영격하는 최첨단 미사일 시스템이다. P3의 사정거리가 20~35km인데 비해 사드는 영격고도 150km에 사정거리 200km로 알려졌다.

이 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핵심이 되는 게 바로 탐지거리 1,000km에 이른다는 X밴드 레이더 기지이다. 지난 2006년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시에 있는 항공자위대 샤리키 파견기지에 한 대가 설치된 이래,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2월22일 아베 일본 총리 방미 및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 교가미사키 파견 기지에 또 하나를 설치하기로 미일 간에 합의한 바 있다. 이제 한 대만 더 설치하면 동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나머지 한 군데로 지난 2012년부터 유력하게 거론돼 온 곳이 바로 필리핀 또는 말레이시아였던 것이다. 지난해 오바마가 둘 중 한 군데와 합의했다면 사드 시스템 운용을 위한 X밴드 레이더 기지 후보지가 모두 결정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올해로 넘어온 것인 만큼, 이번 아시아 순방은 미국의 아시아판 MD 추진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인 셈이다.

그런데 그것과 6자회담이 무슨 관계가 있나. 지난해 6월 7일~8일의 미·중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가볼 필요가 있다. 당시 미·중 양국 간에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경제협력(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이고, 미국 달러 가치 하락 방어 및 재무성 채권 계속 구입 등)을 하는 대가로 중국 해군이 동지나해에서 서태평양으로 진출(즉 제1열도선에서 제2열도선으로)하는 것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은 남지나해에서의 미 해군의 자유통항권과 아시아판 MD를 묵인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시아판 MD는 중국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거짓말이다. 미국 MD망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제1열도선 방어를 위한 중국의 접근저지/영역거부(A2/AD) 전략 무력화라는 것을 중국이 모를 리가 없다. 바로 A2/AD 전략의 가장 유력한 무기인 지상발사 탄도미사일(DF-21D)방어가 주 목적인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계속 북한 핑계를 대며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계속 따지기 보다는 북한을 설득해 성의를 갖고 6자회담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게 중국의 판단인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복잡한 계산이 시작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G2 체제(신형대국관계)를 통해 중국의 협조를 받아야할 부분이 많다. 6자회담도 그 중 하나다. 중국이 작년부터 계속 주장해오고 있는데 시간 끌기로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내심 바라는 대로 6자회담이 되면 아시아판 MD를 그만 둘 상황은 결코 아니다. 다만 6자회담의 고리를 걸어놓지 않고 MD로 직행해버릴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6자회담 불발은 물론이고 대립관계가 격화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결국 미국이 택한 것은 일단 중국의 요청을 받아서 6자회담의 고리를 걸어 프로세스는 진행시키되, 아시아판 MD는 4월 오바마 아시아 순방 때 예정대로 간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시작되니 MD를 중단하라는 중국과 6자회담과 MD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미국의 줄타기가 팽팽하게 맞서있는 형국인 셈이다.

남문희 / 〈시사IN〉 한반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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