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2014년 4월호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13 | 〈초롱꽃에 준 물〉, 〈너구리의 과일농사〉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아동영화 〈초롱꽃에 준 물〉은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17분짜리 아동영화이다. 정확한 제작연도는 알 수 없으나 2010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되었고, 캐릭터 등을 볼 때, 최근의 작품으로 판단된다. 주목할 점은 평양영화기능공학교 아동미술반 3학년 학생들이 대거 제작에 참여하였다는 점이다. 영화 마지막에 이 학생들의 이름이 일일이 소개되기도 한다. 영화 외적으로 ‘평양영화기능공학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제는 지극히 간단하다. 저학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꽃가꾸기에 대한 상식을 일화와 연결지었다. ‘꽃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알고 꽃을 바로 키워야 한다, 하나의 상식을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지 허투루 알면 소용이 없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북한 아동영화로는 드물게 송아지 형제와 게사니(거위) 형제가 등장하기도 한다.
“강한 햇볕 속 물주면 꽃도 화상 입어”
선동이(송아지) 형제가 여름방학을 외할아버지 집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배에 오른 선동이는 친구 게사니와 반갑게 재회하였다. 게사니는 선동이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선동이가 들고 온 상자에 무슨 물건이 들었는지 궁금해 하였다. 선동이는 보물이라면서 보여주지 않으며, 우쭐거렸다. 옆에 있던 다른 동물들이 선동이에게 계속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선동이는 못 이기는 척 종이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아름답게 꽃이 핀 초롱꽃 화분이 있었다. 배에 있던 동물들이 모두 선동의 꽃을 보고 감탄하였다. 선동이는 초롱꽃을 학교 온실에 두고 키우려고 가져간다고 하였다. 그러자 친구들은 초롱꽃도 예쁘지만 선동이의 마음씨가 더욱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이때 게사니가 나섰다. 자기도 꽃이 있다고 하면서 초롱꽃을 보여주었다. 두 꽃을 비교해 보니 게사니의 초롱꽃이 선동이의 것보다 꽃도 많고 아름다웠다.
게사니는 초롱꽃을 잘 가꾸기 위해서 자세히 관찰하였다. 꽃과 잎을 관찰하면서 나무의 성장에 맞추어 물을 주었다. 동생이 물을 주자고 졸랐지만 게사니는 “사람에게 밥 먹는 시간이 있듯이 식물도 시간에 맞추어 물을 줘야 돼.”라고 일러 주었다. 게사니와 달리 선동이는 꽃 가꾸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선동이는 물만 많이 주면 꽃이 많이 잘 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한낮이 되어 햇빛이 따가웠지만 연신 물을 주었다. 게사니는 뙤약볕이 강할 때는 물을 주면 안 된다고 말렸다. 하지만 선동이는 “더울 때 물이 많이 필요해.”라며 물을 듬뿍 주었다.
초롱꽃에 물을 듬뿍 준 선동이 형제는 물주기가 끝나자 놀러 갔다. 그 사이에 게사니 동생이 수박을 갖고 선동이 형제와 함께 먹으려고 찾아왔다가 선동이의 초롱꽃이 잘 크는지 돋보기로 관찰하였다. 얼마 후 얼음과자를 사가지고 돌아온 선동이의 동생은 초롱꽃이 시들어 말라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동이 형제는 게사니 동생이 돋보기로 초롱꽃을 관찰하느라 햇볕이 쪼여서 초롱꽃이 시들었다고 생각하였다. 게사니가 시샘이 나서 자기의 초롱꽃을 못쓰게 하였다고 생각하고는 게사니 형제를 찾아 나섰다.
과한 빛·음악 때문에 과일이 말라 죽어가
선동이는 시들어 죽어가는 초롱꽃을 보여 주며 게사니 동생에게 책임을 물었다. 한편 나갔던 동생이 돌아오지 않자 게사니가 동생을 찾아 나섰다가 선동이가 동생에게 꽃을 죽게 만들었다고 다그치는 것을 보았다. 게사니는 자기 동생이 한 짓이 아니라면서 선동이에게 초롱꽃이 시든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선동이는 “햇볕이 강할 때에 꽃에 물을 주었는데, 그렇게 하면 물방울이 확대경과 같은 렌즈작용을 하여 꽃과 잎이 화상을 입어.”라고 알려주었다. 꽃이나 식물에 물을 줄 때는 아침과 저녁에 주는 것이 좋고, 낮에 물을 주게 된다면 나무에 직접 주지 말고, 흙에 물을 주어야한다는 함께 상식도 알려 주었다. 그제서야 선동이 자신이 오해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너구리의 과일농사〉는 조선과학교육영화촬영소 아동영화창작단에서 제작한 13분 분량으로 북한 아동영화의 대표작인 ‘령리한 너구리’ 시리즈의 41번째 작품이다. 적당한 햇빛과 음악은 과일의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주제의 만화영화이다.
너구리, 야옹이, 곰돌이가 과일품평회를 앞두고 있었다. 너구리는 음악을 감상한 꽃이 더 빠르고 크게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알려주었다. 너구리와 친구들은 음악으로 과일을 잘 키워서 과일품평회에 내놓기로 하였다. 하지만 욕심이 난 곰돌이는 과일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친구들 몰래 혼자 야외 스피커를 설치하고 24시간 동안 음악을 매우 크게 틀어놓았다.
이때 야옹이가 곰돌이의 과일농장을 찾아왔다. 야옹이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곰돌이는 야외 스피커를 가려놓고는 전등불빛이라 속였다. 곰돌이의 말을 들은 야옹이는 과일에 하루 종일 빛을 쐬면 더 자랄 것이라 생각하였다. 야옹이는 자신의 과일농장에 밝은 전등을 설치하고는 강한 빛을 쏘이게 하였다.
천둥번개가 치는 어느 밤, 너구리는 친구들이 걱정이 되어 곰돌이와 야옹이의 과일농장을 찾아갔다. 친구들은 농장에 거대한 스피커와 전등을 켜고 있었다. 과일들은 너무 과한 빛과 음악 때문에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너구리는 놀라는 친구들에게 과일에는 적당량의 햇빛이 있어야 하고, 각각의 과일마다 어울리는 적당한 음악이 있어야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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