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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맛지도 |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 ‘두부밥’ 2014년 5월호

북한 맛지도 21 |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 ‘두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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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식이 그렇기도 하지만 북한의 두부밥이 생겨난 배경을 알게 되면 북한의 경제 변화과정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1984년 8월 북한은 한국의 수재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보냈다. 처음에 김일성은 수재민에게 구호물자를 보내겠다고 하면 자존심 때문에 안 받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남쪽에서 받겠다고 하니 당황했다는 말들도 있었다. 어쨌든 당시 북한은 남한에 보낼 수재물자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들은 야간전투를 하면서도 남한에 보낼 천을 짜고 약을 만들고 시멘트를 생산했으며 몇 년 동안 전쟁예비물자로 보관하였던 벼를 찧어 식량을 마련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지만 한국에 구호물자를 보낸 이후 북한은 결국 알거지가 된 것과 다름없었다. 식량도 부족하고, 병원에 가면 흔하던 아스피린조차도 구할 수 없어 주민들은 고통스러워했고, 상점에서 옷가지는 물론이고 팬티조차 부족해 살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고 1980년대 후반 동유럽 국가들은 붕괴되어 사회주의 시장에 의존했던 북한의 경제는 날로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점점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중국의 영향을 받아 조중 국경지대에서는 장사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제발전 소식은 북한 주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중국을 동경하며 중국 방문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인 ‘사사 여행자(친척 방문자)’로 불리는 재중 조선족 교포들의 북한 방문이 증가했는데 이들의 주요 목적은 친척방문이나 여행이 아닌 바로 장사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중국의 연길에 있는 시장에는 ‘조선피발’이라는 상가가 따로 있는데 이곳에서는 중국에서 만든 싸구려 상품들이 북한으로 넘어가기 위해 차고 넘친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여행객 주머니 겨냥

중국인 사사 여행자들에 의해 시작된 북한주민들의 장사 행위는 북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고, 북한주민들도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게 되었다. 이후 김일성의 사망과 함께 북한의 식량난은 더욱 더 악화되었고 인구의 12%인 약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알려지고 있는 ‘고난의 행군’ 시기가 시작되었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과 활동방식,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시기 북한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먹는 문제’였고 식량을 해결하는 문제가 모든 일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식량 구입을 위한 장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북한에서 새로운 시장체계를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변화였다. 이러한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기존에는 없던 길거리 음식들이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돈이 되는 것이면 보잘것없던 음식까지도 상품으로 둔갑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전혀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원리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정치경제학을 통해서가 아니라 고난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통해 깨닫고 실전을 통해서 이미 익힌 상태이다. 결국 북한의 장마당이나 역전 근처의 길거리에는 음식 장사들이 계속 늘어났고, 이 속에서 여행객의 주머니를 겨냥한 ‘두부밥’이 시장에서 최고 히트상품으로 태어났다. 두부밥은 두부를 얇게 저며서 소금을 약간 뿌려 놓았다가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진 다음 두부의 사이를 갈라 그 안에 밥을 넣어 만드는데 길거리 음식으로는 제격이었다.

남한에는 김이 많지만 북한은 사실 김이 흔하지 않다. 황해도 지방에서나 김을 구경할 수 있는데 그것도 교통이 여의치 않아 다른 지방에서는 먹어 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니 함경도 지방 같은 데서 김밥은 사실 별미음식에 속한다. 함경도 지방을 비롯한 내륙 지방들에서는 구하기 힘든 김밥 대신 주먹밥을 많이 만들어 먹는데, 장사에 눈을 뜬 북한주민들이 주먹밥보다는 단백질도 풍부하고 맛도 더 좋은 길거리 음식으로 두부밥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게 된 것이다.

양념장 따로 얹어 새콤, 달콤, 매콤!

CS_201405_69 남한에서 두부밥과 비슷한 모양의 음식은 유부초밥이다. 유부초밥에 들어가는 양념은 달짝지근한 맛이 강하고, 밥에 많은 양념을 하지 않지만 북한의 두부밥은 밥 위에 따로 양념장을 얹어 먹기 때문에 새콤, 달콤, 매콤한 맛이 남한의 유부초밥에 비해 강렬한 것이 특징이다. 남한에 정착한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초대할 때 두부밥을 대접하곤 하는데 그 맛이 많은 화제가 되곤 했다.

북한의 식량난과 ‘고난의 행군’은 두부밥 외에도 냉면과 송기떡, 녹두지짐, 만두밥, 순대, 족발 등 여러 가지 길거리 음식들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는 계기가 되었다. 남한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길거리 음식들. 배고픈 시기에 먹어 더 맛있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지만, 통일이 되면 북한 길거리 음식의 맛이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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