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5월 1일 0

박계리의 스케치北 | 우표로 들여다 본 북한 속살은? 2014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9 | 우표로 들여다 본 북한 속살은?

CS_201405_73 북한은 1946년 우표를 발행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발행할 뿐만 아니라 우표에 담기는 그림이나 사진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표를 통해 북한 사회와 문화의 변화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국가주도로 생산되고 있는 북한 우표는, 우리의 우표처럼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로 편지나 물품을 보낼 때에도 공개적인 위치에 붙여져 노출되기 때문에, 국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도 나타난다.

북한이 처음으로 발행한 우표는 흥미롭게도 ‘무궁화’였다. 이는 물론 북한이 ‘김일성화’와 같은 국가 상징을 만들기 전인 1946년에 발행된 우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후 곧 김일성 초상을 토대로 만든 우표가 제작되기 시작하였으며, 자신들만의 국가표상이 만들어진 이후인 1949년에는 국기, 1950년에는 국기훈장을 우표로 제작해 발행하였다.

외국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우표의 특성은 북한의 지역성을 드러내는 이미지와 더불어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우표로 만들어지게 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우표들은 1946년부터 2002년까지 4,200여 종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제작된 이미지들의 주제는, 우선 북한의 특수성을 드러내고 있는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우상화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 및 초상화, 국제적 의의를 갖는 행사 및 인물 초상화, 북한의 특수성이 잘 반영된 건축물 및 문화예술적 성과들, 인민들을 교양하기 위한 표어들, 북쪽 땅에서 벌어진 유구한 역사와 문화, 자연, 지리, 동식물들이 우표로 만들어졌다.

우표는 외교관계 기상도 … 최근엔 외화벌이용?

흥미로운 것은 조선시대 인물들이나 한반도에 생식하는 동식물 등 북한 땅에 살진 않지만 분단 이전에 남북한이 함께 공유하고 있었던 전통들, 전통미술 작품들도 우표로 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 인물 및 해외 작가들이 그린 명화도 제작되고 있다.

1940~1950년대 북한과 소련의 관계가 좋았을 때는 소련의 인물뿐만 아니라 소련의 우주로켓 발사를 기념하는 우표 등을 발행함으로써 성장하는 소련의 이미지를 통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고자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소련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소련 관련 우표 수가 격감했다가 1980년대 이후 소련 관련 우표가 다시 증가함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해외 우표의 이미지 선택은 외교관계의 기상도와도 밀접히 관련됨을 알 수 있다.

1970년대에는 1972년 북한이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1976년 캐나다 올림픽에서 처음 메달을 따는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올림픽 관련 스포츠 우표가 급증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러한 스포츠 우표의 급증은 스포츠 마케팅을 국가이미지 관리에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1980년대에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 관련 우표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피카소 우표도 제작되었다. 피카소는 우리나라의 6·25전쟁을 자신의 그림으로 그렸던 작가라는 점에서 한반도와도 관련이 있는 작가다. 그는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하였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장르는 입체주의일 것이다. 그러나 입체주의라는 화풍은, 피카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북한에서 발행한 우표에서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성을 갖고 있는 대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추상회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리려는 대상을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위에서 보고 아래서 보는 등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보고, 이때 보이는 부분을 한 화면에 동시에 그려넣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추상화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는 피카소의 대표작품으로 입체주의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다. 형식의 새로움이 갖고 오는 전위적 발상을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북한은 여전히 ‘미술’의 개념에 대해 대상을 ‘재현하는 미술’로 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카소 우표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보다는 해외 판매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1990년대 이후 해외판매용 우표의 제작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이는 우표가 외화벌이 수단으로써 안정적으로 판매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계리 /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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