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0월 1일

특집 | 나진항 사업, 남·북·러 경제적 연계 촉진 시발점 2014년 10월호

특집 | 동북아 지정학의 부활 – 러시아
나진항 사업, 남·북·러 경제적 연계 촉진 시발점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러·북 협력관계가 새로운 질적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러시아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작금의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변화는 영토문제뿐만 아니라 과거사문제가 자국의 민족주의와 결부되어 국가 간의 정치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의 대두와 이에 대응하는 미국, 일본 등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으며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인해 동북아의 안보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지역에서 국가들 간의 정치적 불편함이나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경제면에서 각국은 상호의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넓게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통합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미·중을 중심으로 통합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지역 어느 국가와도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비록 경제통합 과정에 뒤처져 있기는 하지만, 어느 쪽의 경제통합 프로세스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전략적인 입장에서 보면 미·중이 서로 견제하는 상황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미·중 양국의 중개자로서 행동하게 되어 이 지역으로의 영향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푸틴, 북한 채무 문제 해결 … 대북 경협 장애 해소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의 일원으로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어울리는 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러시아 극동지역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집권 3기를 시작한 2012년 5월 극동개발부를 창설하였고, 2025년까지 극동지역 장기 사회경제 발전프로그램을 만들어 경제발전에 중요한 교통 및 산업 인프라 구축에 중점적으로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푸틴 정권은 극동개발을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여기고 있으며, 이 지역의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동북아지역의 주요 경제 강국들인 한·중·일과의 협력관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비록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대러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미국, EU와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러시아는 동북아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크게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근년 아태지역의 중요성이 현저히 증대되면서 러시아의 외교 축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 경제위기, 미국 셰일가스 혁명의 영향, 중국의 대두, 그리고 인구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극동지역의 경제개발 촉진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극동에서 러시아와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관계를 살펴보면, 2013년 러시아가 동북아 한·중·일 3국에 수출한 비중이 92.2%을 차지했고, 수입의 비중도 78.4%였다. 그만큼 이들 3국에 대한 러시아 극동지역의 무역의존도가 높으며, 교역구조가 상호보완적임을 알 수 있다.

한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경제협력 관계는 20여 년 정도로 짧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돼 왔다. 1990년대 초부터 진행된 극동 연해주의 나홋카시 근교에서의 한·러 공동 테크노파크 정비 구상의 경우 당시 러시아 정부의 준비부족으로 사업이 실현되지 못하기도 하였으나 지금 러시아 극동지역의 사정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개발을 위해 ‘개발경제특구’를 조성하여 법적·제도적 장치와 세제혜택을 주면서까지 외자와 기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향후 3~4년이 극동지역에 대한 한국기업들의 진출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남북한과 균형외교를 추진하면서 극동지역 개발에 남·북·러 3각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북한의 대러 채무 110억 달러 가운데 90%를 탕감하고 나머지 10%는 20년간 무이자로 북한 보건, 교육, 에너지 분야에서의 사업에 충당하기로 했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남·북·러의 경제적 연계를 촉진시키는 시발점은 한국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예정인 나진항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산과 나진 철도 연결은 러시아 입장에서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러시아는 나진항으로 인접 국가들과의 수출화물을 끌어들여 러시아 하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운송할 계획이다. 이것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국제적인 수송망이 되는 것이다. 둘째, 러시아는 석탄 등 자원을 철도로 나진항까지 운반하여 동아시아로 수출할 계획이다. 셋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 추진에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경제 개방에 대비해 권익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의 일환으로 북한 나진항과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국제적인 수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진은 나진항의 모습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의 일환으로 북한 나진항과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국제적인 수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진은 나진항의 모습

한반도 긴장완화 위한 대러 공조 요구돼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 한·미·일과 달리 북·중과 함께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 재개를 바라고 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이해당사국 모두 참여하는 다자회의가 중요하며, 현재 중단되어 있는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현재 동북아의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유일한 협의체로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회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극동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동북아지역의 안정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안보불안은 동북아에서 군비를 증강시키고,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배치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이것은 러시아가 원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미·중·일과 함께 러시아와도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러·북 협력관계가 새로운 질적 단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러시아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태강 / 한림대 러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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