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북한판 ‘명량’ … 힘과 지혜 겸비해야 2014년 10월호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19 | 〈두 장수 이야기〉
북한판 ‘명량’ … 힘과 지혜 겸비해야
<두 장수 이야기>는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2007년에 제작한 25분짜리 만화영화다.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몸소 들려주신 이야기’를 옮겼다고 하지만 풍랑을 이용하여 엄청난 수의 왜선에 맞서고, 바다 속에 준비해 놓은 쇠사슬로 적을 물리치는 내용이 참 낯익다. 더구나 풍랑으로 거세진 바다는 울돌목의 물살을 연상시키고, 왜적에 맞서는 배는 한눈에 판옥선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왜장의 투구에서 갑옷, 배 모양에 이르기까지 사실적 재현의 흔적이 역력하다. 이쯤 되면 영화 <명량>의 북한 아동영화 버전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울돌목·쇠사슬·판옥선 … 역사 재현의 흔적 역력
옛날 어느 한 바닷가 기슭에 무쇠장수가 이끄는 도래마을과 샛별장수가 이끄는 나루마을이 있었다. 두 마을은 해마다 무술경기를 펼쳤다. 말타기, 활쏘기, 씨름, 줄다리기 시합을 벌였지만 양측 모두 팽팽한 실력이었다. 승부가 나지 않자 장수들이 대결하기로 했다. 무쇠장수와 샛별장수가 나섰다. 시합이 벌어지려 할 때였다. 독수리가 날아와 수탉을 채어 하늘로 올라갔다. 두 장수는 말을 박차고 활을 당겼다. 두 장수의 화살은 각각 독수리의 숨통과 다리를 꿰뚫었고, 시합은 무승부가 되었다.
이때 나이 많은 어르신이 나서며 두 장수에게 과제를 주었다. 활을 쏘아 나무기둥에 닿기 전에 달려가 화살을 반토막 내는 것이었다. 먼저 샛별장수가 나왔다. 어르신이 쏜 화살을 쏜살같이 달려가 잘랐다. 무쇠장수 역시 쇠몽둥이로 화살을 조각냈다. 대결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르신은 마지막으로 과제를 주었다. 담장 밖에 길게 금을 그은 다음 닭털을 주었다. 시합은 금 밖에서 닭털을 던져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내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무쇠장수가 먼저 나섰다. 무쇠장수는 온 힘을 다해 닭털을 던졌다. 가까이서 던져보기도 하고, 도움닫기를 해서 던져도 보았지만 가벼운 깃털은 담장을 넘어가지 않았다. 이어서 샛별장수가 나섰다. 샛별장수는 닭털을 던지기에 앞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해 보았다. 샛별장수는 닭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후~’하고 불었다. 그러자 닭털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 한 바퀴 회전을 하더니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샛별장수의 승리였다.
대결이 끝난 얼마 후 배를 탄 왜적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다. 무쇠장수는 왜적에 맞서기 위해서 달려 나갔다. 무쇠장수의 배가 나가자 왜선들이 둘러쌌다. 무쇠장수는 왜적의 배에 올라 용감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반면 샛별장수는 군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왜적 대장은 샛별장수가 왜 후퇴하였는지 의심이 들었다. 왜장은 배를 돌려 뒤로 물러나도록 했다. 하지만 때마침 강한 바람이 불면서 바다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왜적의 배들은 강한 바람 때문에 만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샛별장수는 나서는 무쇠장수를 말리며 북을 울렸다. ‘둥. 둥. 둥.’ 북이 울리자 산 위에서 불화살이 날아들었다. 만에 갇힌 왜선에 불이 붙었고, 불화살로 왜적의 배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적지 않은 피해를 당했음에도 왜장은 여전히 우세한 숫자를 믿고 마을로 쳐들어가려고 했다.
배가 도래마을로 향하는 것을 본 무쇠장수가 달려가려고 했다. 샛별장수는 다시 한 번 무쇠장수를 말리며 두 번째 북을 울렸다. 북소리가 나자 마을 사람들은 거대한 도르래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다 속에 있던 쇠사슬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왜선들은 쇠사슬 때문에 꼼짝할 수 없었다. 좌충우돌하는 왜선을 몰아 싸움은 마을의 큰 승리로 끝났다.
무쇠장수는 샛별장수가 기묘한 전술로 왜적을 물리쳤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을로 돌아와 승리에 대한 환대를 받은 무쇠장수는 마을 어르신에게 왜 닭털 넘기기 같은 시합을 한 건지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일로 훌륭한 장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술도 잘 해야 하지만 지혜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북한영화, 일본 긍정적으로 표현한적 없어
물살과 쇠사슬을 이용하여 새카맣게 몰려든 왜적을 물리친다는 설정은 여러 면에서 명량해전을 연상시킨다. 좁은 길목에서 조수의 흐름 때문에 대함대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도록 했고, 왜선을 걸어 넘어뜨리기 위해 물 속에 쇠사슬을 늘여 놓았다는 내용을 관련한 기록 일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록의 진위에 대해서는 역사학계의 의견이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연의 흐름과 원리를 전장에서 적절하게 이용하여 이겼다는 사실이다. <두 장수 이야기>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자연과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기획되었다.
북한 영화에서 일본은 한 번도 긍정적으로 표현된 적이 없었다. 고전물을 비롯하여 현대물에서 일본은 간악하게 그려진다. <두 장수 이야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적개심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 효과도 상당해 보인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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