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김정은 정권 실체 인정 … 다층적 대북접근 필요” 2013년 1월호
특집 | 박근혜 정부, ‘신뢰’로 통일외교 새시대 연다
[통일·대북정책] “김정은 정권 실체 인정 … 다층적 대북접근 필요”
1_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이 향후 남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 유호열 |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은 신뢰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기존의 남북한 또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나 합의사항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해나가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남북관계에 조금 더 전향적인 진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통일·대북정책과 비교할 때 압박을 통한 강경정책 일변도를 탈피하여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며 접근 방식에 있어서도 유연하고 실용적인 태도로 임하게 될 것입니다.
| 김근식 |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워낙 실패로 평가되고 있고 남북관계가 파탄지경이기 때문에 우선 남북관계 개선과 당국 간 대화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긴 하지만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전제로 하고 있고 후보시절 내놓은 공약도 관계개선과 대화재개의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진보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 모두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박근혜 당선인의 인식인 만큼, 임기 초반 원칙을 지키면서도 우선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차문석 |
박근혜 당선인의 통일정책 구상은 이명박 정부의 ‘평화·경제·민족공동체’ 구상과 단계적 구조는 매우 유사하며 따라서 정책의 전환으로 인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국면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기조와 구체적 방향에서 어떻게 정립·실행될지가 향후 남북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또한 대북정책을 인수위원회 시기에 곧바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가 시작되면 급박하게 변화하는 한반도 주변정세와 남북관계 국면에 대응해 유연하고 동태적으로 대북정책을 구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2_ 박근혜 당선인이 표명한 ‘先평화정착, 後경제공동체건설’ 관련 김정은 정권과 통일 논의를 진행하는 데 시사점은?
| 유호열 |
통일문제에 있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결과로서의 통일 및 통합보다는 과정에서의 화해 및 협력 등에 조금 더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새로 출범한 김정은 체제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구축하는 데 상호 협력할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의구심(북한정권 타도 등)을 해소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통일문제를 중장기 정책과제로서 차분히 준비하고 공론화하되, 당장의 현안인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남북 간 대화협력을 모색하는 이중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 김근식 |
박근혜 정부는 관계 정상화와 대화재개에 주력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더라도 일단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임기 동안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통일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박근혜 정부의 보수적 성격과 그동안 6·15선언 2항 등을 비판했던 입장을 감안하면 통일논의를 진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북핵문제와 군사적 신뢰구축 등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일정하게 진전되지 않는 한, 김정은 정권과 통일논의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기는 무리일 것입니다.
| 차문석 |
‘先평화정착과 後경제공동체 건설’과 관련, 양자 관계를 단계론적으로 보거나 선후 관계로 설정하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조금 더 유연한 실행이 이루어지도록 병렬적이고 유연한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원칙을 너무 완고하게 만들면 그만큼 원칙을 만든 측의 행동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평화정착과 경제공동체 건설을 너무 단계론적인 방식으로 설정하게 되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이벤트들이 발생하면 결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3_ 박근혜 정부 아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향후 정책 제언은?
| 유호열 |
국제적 현안인 만큼 유엔안보리 차원에서, 특히 미·중·일 등 관련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제공조 체제를 가동하여 해결해야 합니다.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 간, 미·북 간 추가 회담을 개최하고 6자회담의 재개 시 보다 효율적인 운영과 역량강화를 위해 주최국인 중국과의 전략대화를 진행하여야 합니다. 특히 한·미·중 3자회담, 또는 북한의 6자회담 참석을 전제로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여국들의 사전 회담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6자회담에서 논의하게 될 한반도 평화체제 및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 등 관련 현안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새로 등장한 미·중·일·러 정부와의 정책조율에 착수해야 할 것입니다.
| 김근식 |
악화된 북핵문제를 대화와 협상 및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원래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정책목표임을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6자회담 재개를 강력 추진하되 실질적인 북핵진전을 위해서는 6자회담 외에도 북·미 양자협상, 남북대화, 남·북·중 3자대화와 한·미·중 전략대화 등 다양한 틀의 대화협상틀을 병행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상이 재개되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라늄농축 문제가 추가되었고 북이 이미 평화협정 문제를 비핵화와 연동시키고 있으며 이제 장거리 미사일 기술까지 확보한 지금의 상황변화를 반영하여 9·19와 2·13을 계승하되 현 상황까지 해결가능한 합의도출이 필요합니다.
| 차문석 |
현재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할 의사가 없고, 핵문제를 남북관계의 의제로 다루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6자회담에 복귀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만의 힘으로 혹은 관련국과의 공조만으로는 북핵해결 노력을 지속하기 힘듭니다. 결국 북한이 재차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 대북제재 외에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해법을 달리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 선험적으로 대북정책 기조를 미리 결정하고 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 상황과 입장, 해당 시기별 북한의 태도와 전략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하고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4_ 박근혜 정부 아래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전망은?
| 유호열 |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체제의 특성(수령절대권력-독재체제)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의미 있는 수단이자 통로이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간주하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2차례 정상회담과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경험을 토대로 섣불리 접근하는 것, 개최시기를 사전에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집권 후 대북정책 및 주변국과의 외교정책을 확정하고, 남북 간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북측과 협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아래 발생했던 도발에 대해 북측의 전향적 조치와 북핵문제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논의를 지켜보면서 대화의 수준과 방식을 모색하면 좋을 것입니다.
| 김근식 |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우선 임기 초반에 남북관계 복원과 당국 간 대화재개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를 보고 그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5·24조치 해제 문제만 놓고도 박근혜 정부와 북한은 상당기간 동안 평행선을 달리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기 초반 현안문제들에 대한 남북의 타협과 절충 여부가 향후 관계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이고, 잘 해결되어 대화재개와 관계복원이 이뤄지고 순탄하게 남북관계가 진전될 경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이 있을 경우 정상회담 추진도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현안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 차문석 |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빠를수록 좋다고 봅니다. 김정은 정권의 대외관계 노선이 확고하게 안착되지 않은 상태라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김정은 정권의 향후 행동에 우리의 변수가 개입되도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남북관계를 평화로운 방향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한과 모든 의제를 조율하기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어야 합니다. 주변국들과 북한이 짜놓은 프레임에 우리가 뛰어드는 형국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하면 각종 의제에 종속적 지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반드시 국회를 경유하여 국민의 지혜와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적 합의라는 토대 위에서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5_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에 대한 전망과 제언은?
| 유호열 |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개발 지속 등 안보적 측면에서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확대나 금강산관광 즉각 재개 등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남북경협 확대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설정했던 5·24조치에 관련된 만큼 보다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5·24조치의 일방적 해제보다는 조치결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근거한 현실적·실용적 해법 모색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진정성 있고 내실 있게 공론화 및 제도화 할 수 있는 통로와 방식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문제에 대해 예컨대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의 공청회를 개최하여 포괄적·전향적 해법을 도출 및 제안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민간단체·언론 및 포괄적 TF 등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 김근식 |
박근혜 정부가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가시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금강산관광 문제를 얼마나 전향적으로 풀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미 2009년 김정일 위원장의 신변보장에 대한 구두확인과 당시 현대아산과 아태위원회의 합의서가 있는 만큼, 이를 인정하고 박근혜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에서 관광재개를 우선 단행하고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재발방지와 신변보장 대책을 협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도 개성공단이 지속되었던 위력과 역설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는 더 적극적인 경협 활성화에 나서서 남북관계의 비가역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남북합작의 성공적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규모 경협 역시 ‘남북 간 신뢰와 비핵화 진전에 따라’ 가능하다는 전제조건부 접근보다는 역으로 ‘경협 활성화를 통해 남북 간 신뢰와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전향적 입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차문석 |
북한이 재발방지와 사과 등 신뢰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무조건적이고 자연적인 사업 확대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인 부담만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체제생존을 위한 남한의 대북지원이 절실한 만큼 박 당선인에게 대화 국면의 재개 등 보다 협력적인 국면을 만듦으로써 남북경협의 돌파구를 열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뢰 있는 행동을 하고 비핵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결정적인 지렛대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남북경협으로 말하자면 사업이 북핵의 가치만큼 혹은 그보다 막대하게 커야 된다는 것입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북한이 남북경협에 전부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될 사업기획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좌담참여자>
유호열 /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김근식 /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차문석 /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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