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균형 잡힌 실리외교로 한미·한중관계 발전시켜야” 2013년 1월호
특집 | 박근혜 정부 ‘신뢰’로 통일외교 새시대 연다
[외교·대외정책] “균형 잡힌 실리외교로 한미·한중관계 발전시켜야”
1_ 차기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관련,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여 주목해야 할 부분은?
| 정진영 |
남북관계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북관계에 너무 기대를 걸거나 남북관계 개선에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지 말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러나 끈기를 갖고 관계개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지만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남북관계가 악화돼도 한국 정부는 국내정치적으로 문제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 당국이 한국의 제재와 규율을 의식하며 박근혜 정부와 관계개선을 추구할지 새로운 정부를 시험해 보기 위해 도발행위를 계속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 홍현익 |
큰 틀로 볼 때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대외전략 기조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면서 이를 대외전략의 주축으로 삼으며 동시에 한·중의 전략적 협력관계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실용적 균형외교와 사실상 유사한 내용을 가진 듯하나, 박근혜 당선인이 사용하는 대외전략의 균형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동맹강화 쪽에 방점이 놓여있습니다. 따라서 한·미동맹 강화 및 발전은 비교적 수월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중국의 협력도 증진할 수 있을지가 주목됩니다.
| 박인휘 |
지난 5년 동안 G20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GCF본부 등의 유치를 통한 한국의 글로벌 지위 향상은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였습니다. 이 부분은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직접 언급한 바도 있습니다. 외교정책의 대표적인 실정은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 그리고 제한적인 우리 외교자산을 한·미관계에 집중적으로 투입한 일이라고 봅니다. 차기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 향상을 위한 지속적 노력,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 한·미동맹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이 될 것입니다.
2_ 대미정책 중요 이슈와 바람직한 한·미관계에 대한 제언은?
| 정진영 |
대한민국은 안보적으로 한·미동맹에 의존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점점 더 의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도 포기하거나 가볍게 볼 수 없는 관계입니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우리의 대중 협상력을 높여 줄 것이고, 중국과의 우호적이고 끈끈한 관계가 우리의 대미 협상력을 높여줄 것입니다. 세계의 양대 강국으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의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는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되, 미국 일변도의 대외정책을 추진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균형 잡힌 실리외교를 취한다는 입장으로 한·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 홍현익 |
전반적으로 한·미동맹은 우호적으로 발전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가 어렵고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중시’ 대외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이므로 미국이 한국에게 비용 분담 증대와 함께 대북 억제를 넘어 중국 견제 역할까지 요구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증진된 상호신뢰에 입각해 방위분담금 협상이 원활히 타결되더라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최대 현안이자 난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2015년 12월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잘 추진하는 것이 주요 안보 과제입니다. 또한 한·미동맹을 반중동맹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발전시키는 것이 통일외교에 절실히 필요할 것입니다.
| 박인휘 |
한·미관계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다져놓은 우호적인 한·미동맹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2013년 상반기로 예정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그리고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 과정 등에서 사안별 이견이 노출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 역시 양국의 근본적인 국가이익이 상이한 것은 아니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처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우리의 통일외교라는 관점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외교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적극 활용하는 ‘균형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3_ 대중정책의 전망과 함께 가장 중점을 두고 지켜봐야 할 점은?
| 정진영 |
한·중 간의 경제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식협상이 시작된 한·중 FTA의 체결이 이러한 목적에 기여할 것입니다. 성장하는 중국시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경제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의 젊은 엘리트들 사이에 북한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중국의 대북정책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의 인식 속에 한국이 북한과 크게 다르다는 점이 부각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정책 관련 중국과의 협의를 강화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 국제적 합의를 만들어 가며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 경제적 불이익을 앞세워 압박을 해온다고 하더라도 너무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제재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와 같은 국제무역 규범을 통해 대응하고 부당한 압박은 뿌리쳐야 합니다.
| 홍현익 |
한·중 경제협력은 무난히 계속 증진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대북정책에 대한 한·중 공조 확보에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한·중관계의 우호적인 발전을 위한 대중 양자외교와 함께 두 가지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한국 정부가 대미일변도 외교를 펴는 것을 자제하고 외교에서 미국과 중국의 비중을 7:3 또는 6:4 정도로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대북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한국의 대북정책이 합리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중국은 우리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자진해서 북한의 도발을 통제하고 남북대화가 증진되도록 측면에서 지원할 것입니다.
| 박인휘 |
한·중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조화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안별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서 모두 전략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중관계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할 부분은, 지난 5년간 의도하지 않게 한·중관계에서 서로 신뢰를 상실한 부분이 있다면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또 글로벌 이슈에서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또 실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4_ 주변국과의 역사 및 영토갈등 문제에 대한 제언은?
| 정진영 |
일본이 적반하장 격으로 왜곡된 역사인식과 영토분쟁을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가 일본 국내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는 것을 막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가급적 소급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미 일본 국내에서 정치화되었고 조용히 대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이제는 중국 등 주변 국가들과 더불어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영토갈등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방책입니다. 일본으로서도 주변국의 단호한 대처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소극적인 대응이 일본으로 하여금 더욱 과감한 행동을 하도록 유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국내정치가 그릇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으려면 그것이 일본에게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홍현익 |
중국과 일본 어느 한 측도 영토문제에서는 양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동북아에서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려하는 미국도 중·일 간 어느 정도의 알력과 갈등 지속이 화해 및 관계심화보다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일 간 화해는 매우 어려워보이나 그렇다고 정면으로 대결할 가능성도 크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미·중 세력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일 대립에 미국이 일본 편을 들고 있기 때문에 미·중관계도 협력국면이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중 간 및 중·일 간 신뢰가 촉진되는 방향의 외교를 펼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호혜적인 경협을 증진하는 것입니다.
| 박인휘 |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가 동북아의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한 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 우리가 기본적인 우려 수준 이상의 입장 표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우리의 국가이익을 충족시키면서 어떻게 전략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느냐’는 점입니다. 물론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대한반도 및 대중국 정책에 영향을 미쳐 당분간 한·일관계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도 동북아의 안정과 공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본 등 주변국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인식 문제나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상호 이익의 도출을 위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일종의 복합적인 외교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5_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경제외교 추진에 대한 전망과 제언은?
| 정진영 |
경제외교 분야는 이명박 정부가 비교적 잘 해온 분야이며 차기 정부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야 합니다.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 시장을 더욱 많이 개척해야 하고 우리 기업들이 그러한 지역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외교적 인프라를 놓아야 합니다. 에너지를 비롯한 주요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우리의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공적개발 원조를 통한 우리의 기여외교가 확대되고 있는 국면을 잘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미국 및 EU와 FTA를 체결한 상황에서 한·중 FTA나 한·중·일 FTA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협력이 경제적 룰에 따라 진전할 수 있으면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외교안보 협력도 뒤따라 올 수 있습니다.
| 홍현익 |
대북정책과 달리 경제외교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되므로 그 장점을 잘 계승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발전에 성공한 경험을 살려 국제사회의 남남갈등 해소에 기여하고, 공적개발 원조를 증액하여 국가이미지를 제고하며 통상외교에서 실리를 극대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성공적으로 개정함으로써 원자력 산업 발전의 기틀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국내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한·중·일 FTA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입니다.
| 박인휘 |
차기 박근혜 정부에서 민생경제의 회복은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의 하나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이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경제외교의 중요성 역시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FTA 추진을 핵심 외교전략의 하나로 설정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소위 정부 차원에서 역설한 ‘낙수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즉 FTA의 결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효과는 창출되었지만, 그것이 일반 국민에게까지 전달되는 구체적인 경제효과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는 경제외교의 핵심 목표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에 있고, 나아가 경제외교의 혜택이 일반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좌담 참여자>
정진영 /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장
홍현익 /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박인휘 /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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