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60여년 한(恨) 맺힌 이산가족사 … 고령자 대안 절실 2013년 1월호
기획 | 이산가족, 이제는 시간이 없다
60여년 한(恨) 맺힌 이산가족사 … 고령자 대안 절실
1971년 8월 12일 최두선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반세기에 걸친 남북 간의 장벽은 온갖 민족비극의 원천이며, 특히 남북으로 갈린 이산가족들의 비극은 금세기 상징적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며 역사적인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하였다. 남북으로 흩어진 1천만 이산가족들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들의 생사·주소 소식을 알려주며, 재회를 알선하기 위해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대한적십자사가 제창한지도 벌써 4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대한적십자사는 분단으로 가족들과 헤어져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는 이산가족들을 위해 인도주의와 동포애 정신에 따라 고통을 경감하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괄목할만한 큰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70세 이상 79% … 이명박 정부, 2차례 상봉
1985년 9월, 서울과 평양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이 이루어져 남북 65가족(남5가족, 북30가족) 157명이 꿈에 그리던 혈육들을 만나 가족상봉의 기쁨을 느꼈다. 이후 또 다시 15년간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던 이산가족들에게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들이 서로 만나 합의한 ‘남북공동선언’은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시기에는 6차례 대면상봉을 통해 6,210명이 그리운 가족을 상봉하였으며, 2차례에 걸쳐 2,267명이 생사주소 확인을 하고, 1차례의 서신교환을 통해 600명 이산가족이 안부를 나누었다. 또한 2003년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건설에 합의하였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10차례 대면상봉을 통해 1만 2명이 가족친지들과 상봉하였다. 또한 서울-평양 간 화상 전용망을 통해 3,748명의 가족친지들이 7차례에 걸쳐 화상 상봉을 하였다. 한편 남북이 합의하여 금강산 지역에 건설하기로 한 이산가족면회소는 2005년 8월에 착공하고, 2008년 7월에 준공하였으나 지금은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2차례 대면상봉을 통해 1,774명이 가족상봉을 하였으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2010년 금강산에서 추석계기 이산가족상봉 이후로 더 이상의 상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북측에 살고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신청·등록한 이산가족 수는 12만8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5만3천여 명이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 또한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은 7만5천여 명으로 생존자 가운데 70대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이 5만9,627명인 79%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3천~4천여 명, 하루에도 10여명의 고령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세상을 떠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의 사망률과 평균 기대수명으로 보더라도 7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은 10여 년 후에는 대부분 사망할 것이며, 20년 후에는 모두가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 상봉이 1년에 6천명 이상 상봉하더라도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한적, 영상편지 제작 … 재북 가족에 전달 예정
이산가족들에게는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이산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매우 절실하고 급박한 인륜적 문제이다. 남북의 정부당국은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갖고, 이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해야 한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는 통일부와 함께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면적인 이산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를 토대로 이산가족 교류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고령 이산가족들을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였다.
대한적십자사는 당국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외에도 명절에 고령의 이산가족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위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이산가족들을 직접 찾아가 이산가족에 대한 정책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산가족들과 적십자 봉사원이 결연을 맺어 돌보미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그 대상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고령 이산가족들을 위해 금년 8월 영상편지 제작을 위한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1만6천여 명의 영상편지 제작희망자를 파악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영상편지 제작 중에 있다. 작년 12월 10일부터 금년 2월까지 800여 편을 제작하고, 내년에는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영상편지를 촬영·제작하여 보관하고, 향후 북측과 협의를 통해 재북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그동안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18차례 대면상봉, 7차례 화상상봉, 2차례 생사주소확인, 서신교환, 영상편지 시범교환 등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애타게 그리워하다 작고한다. 이산가족들에게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대한적십자사는 그동안 남북관계가 정체되고 어려울 때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또한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서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60여 년 동안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이 그리운 가족들을 품에 안으며 가슴 속 응어리를 덜어 내고, 환희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허정구 /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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