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유권자, 민주당 ‘징벌’로 자민당 압승 2013년 1월호
기획 | 요동치는 일본 정국, 우향우!
유권자, 민주당 ‘징벌’로 자민당 압승
2012년 12월 16일 치러진 일본의 중의원 총선거에서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고 야당으로 물러났던 자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 집권당이 되었다. 자민당은 중의원 의석 480석 중 294석을 획득하며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더욱이 자민당이 공명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기 때문에 공명당이 얻은 31석을 더하면 325석으로 중의원 의석의 2/3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베 자민당, 군국주의 회귀 천명
중의원에서 의석의 2/3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일본헌법 제59조는 중의원에서 가결된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될 경우 60일 이내에 중의원 출석 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재가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에서 어떤 법안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자민당의 이러한 압도적인 승리는 기본적으로는 자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의 측면이 매우 강하다. 선거 전 조사에 의하면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조사기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25% 미만으로 나타났다. 결국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징벌적 투표’가 자민당의 압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09년 총선에서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정권교체를 이루었지만 집권 초기부터 계속된 실정으로 리더십의 부재와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 부족을 노정하면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민주당 정권 첫 수상이었던 하토야마 유키오 수상은 매니페스토에 오키나와에 있는 후텐마 미군비행장을 현외 혹은 국외로 이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가 집권 후 기지이전에 실패한 후 결국 물러났고, 뒤이어 취임한 간 나오토 수상은 3·11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이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들을 안고 취임한 민주당의 세 번째 수상인 노다 요시히코 수상은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일본 부흥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다 자민당과 타협하고 결국은 중의원 해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번 총선에서의 승리로 아베 자민당 총재가 2006년에 이어 다시 수상이 되었지만, 이는 일본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한국과 같은 대통령직선제라면 국정의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스스로 물러났던 인물이 다시 최고지도자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전쟁 금지한 ‘헌법9조’ 개정 분위기 우려
민주당의 실정에 덧붙여 자민당 승리의 원인을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야당의 난립을 들 수 있다. 이번에 일본유신회를 비롯해 총선을 앞두고 현직의원들의 이합집산으로 신당 창당이 줄을 이어서 12개의 정당이 총선에 도전했다. 결국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유권자의 심리가 자민당에 대한 투표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중의원 총선에서 쟁점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의 개정이었다.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총선 결과, 자민당을 비롯하여 일본유신회 등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우파 정당들이 의석의 2/3 이상을 차지하면서 주변국에서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헌법 개정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의 양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참 양원에서 각각 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국회에서 의결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과반수가 찬성해야 비로소 개헌이 가능하다. 개헌 발의를 위한 의원수를 구체적으로 보면, 중의원(의원정수 480)은 321명 이상, 참의원(의원정수 242)은 162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자민당이 294석, 공명당이 31석을 획득해 자·공이 개헌 발의가 가능한 2/3는 넘겼다. 공명당은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다른 행보를 보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공명당이 개헌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개헌에 찬성하는 일본유신회가 54석을 획득했으므로 일본유신회와 합치면 중의원에서는 개헌 발의가 충분히 가능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참의원이다. 참의원은 현재 민주당이 106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자민당, 공명당, 다함께당을 다 합쳐도 162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개헌 발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개헌발의가 가능하려면 2013년의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어야 하는데, 그것은 자민당 정권이 참의원 선거 전까지 얼마나 국정을 잘 운영하는가에 달려있다.
참의원에서까지 개헌 발의가 이루어지면 다음은 국민투표다. 그러나 헌법 9조를 개정하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헌법 9조의 개헌에 찬성하는 비중이 50%가 안 되기 때문에 아직 개헌이 현실화되기에는 여러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제 일본 중의원은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가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호헌세력인 일본공산당이 8석, 사회민주당이 겨우 2석을 차지하는 데 그침으로써 보혁대립으로 상징되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향후 자민당을 비롯한 보수우익 정당들이 2013년 7월경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에 따라 일본의 보수화에 제동이 걸릴지, 가속이 붙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정미애 /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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