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월 1일

기획 | 대미협조·대중공조·대북설득 통해 선제 대응해야 2013년 1월호

기획Ⅱ | 요동치는 일본 정국, 우향우!

대미협조·대중공조·대북설득 통해 선제 대응해야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 차기 총리인 자민당 아베 신조 총재가 보낸 축하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 차기 총리인 자민당 아베 신조 총재가 보낸 축하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일찍이 아베 총재와 자민당 등 보수우익 세력은 자위대의 국방군화 및 집단적 자위권 발동, 이를 위한 헌법 개정, 독도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강화(공무원 상주 등), 야스쿠니신사 참배, 고노담화 철회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들이 언제 어떤 식으로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계적인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며, 우리 정부의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할 것이다.

2013년 상반기까지 아베정권의 모든 정치행위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에 맞춰져 있다. 참의원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헌법 개정의 향배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현재 의석 수 만으로도 참의원이 자민당의 법안을 거부하더라도 다시 중의원에서 3분의 2이상 재가결하면 법안은 통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리한 국정운영 방식은 여론과 국민적 반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강행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아베정권의 국정운영은 참의원선거 전까지의 1단계와 참의원선거 결과에 따른 2단계로 구분해 전망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경화된’ 일본에 대비해야

우선, 1단계 기간의 아베정권은 국내적으로는 장기간의 경제불황 타개를 위한 예산과 재정 정책 출범에 역량을 집중하고, 외교적으로는 미·일관계의 복원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부터 시작하는 일본의 회계연도에 맞춰 3월말까지의 통상국회(정기국회)에서 여야는 2012년도 결산과 2013년도 예산을 심의하고 통과시켜야만 한다. 사실상 아베정권의 첫 국정운영의 기조인 예산편성을 놓고 여야 간 첫 번째 격돌과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아베정권으로서는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정확대 예산편성과 엔저 기조 금융정책을 출범시켜야만 한다. 한편, 예산·재정 정책 출범에 치중하느라 아베정권은 정권 초기부터 중국·한국·북한 등 주변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그동안 민주당정권에서 취약해진 미·일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엔저 기조의 금융정책과 수출증대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7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에서는 정권교체의 성과를 보여주기가 어렵다. 따라서 아베정권은 3월까지는 국회 대책과 예산·재정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겠지만, 7월 참의원선거를 앞 둔 4월 이후부터 중국·한국·북한에 대해 본격적인 수준의 외교적 공세는 아니더라도 점차 일정한 수준의 정치적 퍼포먼스나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을 통해 국내 여론에 어필하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차기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응하는 한편, 협력적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한·일관계를 동북아에서의 한·미·일 안보동맹, 북한리스크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매우 긴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한·일 간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관리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상반기 중 한·일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를 통해 공통의 이해관계를 재확인하며 장기적 차원에서의 협력관계와 위기관리 시스템을 복원할 가능성이 높다. 아베정권과 박근혜 정부 모두 새로 출범하는 만큼 셔틀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데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7월 참의원선거 결과에 따라 한·일관계 역시 큰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참의원선거 결과 자민당과 보수우익 연합세력이 과반수를 탈환한다면, 자민당과 보수우익은 보다 우경화된 정책과 노선, 나아가 마침내 헌법 개정을 시도하려 들 것이다. 상반기 동안의 신중했던 태도와 달리 이때부터 아베정권은 공명당과의 연립을 파기하는 대신 일본유신회 등 여타 정당들과의 연합을 통해서라도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 호응과 공감이 중요하다

이때는 박근혜 정부 역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고 지역경제를 위해 우선시했던 한·일협력 기조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중국과 공조하여 일본의 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우리 국민과 박근혜 정부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전후 일본정부의 첫 개헌을 우리 국민이 용납하든가, 아니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라면, 일본과의 정치·경제적 협력관계 파행, 독도 등 영토 문제와 역사 문제를 둘러 싼 전면적 갈등 확산의 여파는 물론이고, 중국과의 공조관계를 강화하는 대신 일본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까지도 어색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일본의 헌법 개정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반대 목소리와 불안감이 국제사회에서 호응과 공감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본 헌법 개정의 문제점, 즉 일본의 군사대국화 우려, 동아시아에서의 군비경쟁 격화, 주변국과의 갈등 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일 간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역사 문제, 영토 문제, 인도적 차원에서의 명분을 확보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적극 어필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한·일관계를 양국 관계에서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협력을 위해서든 견제를 위해서든 중국과의 공조, 북한에 대한 설득, 미국의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중·일 3국 협력 사무소에서의 이니셔티브를 활용하여 3국 간 위기관리 대응시스템을 마련하거나 한·중·일 FTA 협의를 가속화하거나, 6자회담 또는 북·일 간 회담에서 한·일, 한·미, 한·중 간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그 방법이다.

일본은 ‘우경화’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우경화’되었다. 지금의 자민당과 보수우익은 55년 체제의 복귀도 아니며, 민주당과 야당 또한 과거의 혁신·진보 세력이 더 이상 아니다. 앞으로의 일본은 과거의 일본과 차원이 다른, 2011년 3·11대지진 이후 시대의 새로운 일본의 정치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경화된 일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오일환 / 국무총리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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