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독자적 한국형 로켓 개발 전념해야 2013년 1월호
포커스 | 독자적 한국형 로켓 개발 전념해야
지난 2012년 12월 12일 오전 9시 51분,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북한이 만든 장거리 로켓 ‘은하 3호’가 지상을 박차 올라 우주로 향했다. 은하 3호는 탑재된 100kg급 위성 광명성 3호를 우주궤도에 안착시키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위성의 지상 교신이 이뤄지지 않아 위성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나로호와 비교했을 때 북한이 로켓에서는 우리보다 적어도 반보 이상 앞서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로켓과 미사일은 유사점이 많은 물건이다. 1957년 구소련이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로켓은 역시 구소련이 개발한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7을 개조한 것이었다. 또한 로켓과 미사일은 매우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약간의 속도만 올려준다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국가들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바탕으로 로켓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이렇게 개발된 로켓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검증하거나 발전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로켓, 탄도미사일 기술 검증에 이용돼
로켓과 미사일은 추진제의 특성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미사일의 경우 즉각적인 발사가 가능하고, 보관이 용이한 고체 추진체를 주로 사용한다. 반면 로켓의 경우 보관은 용이하지 않지만 강한 추력을 낼 수 있는 액체 추진체를 선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1970년대부터 고체 추진체를 개발해 탄도미사일에 적용해 왔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은 모두 고체 추진체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고체 추진체의 개발이 미진한 상태이다. 대신 구소련이 개발한 스커드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미사일과 로켓을 개발했기 때문에 액체 추진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군사 목적의 탄도미사일과 우주개발용의 로켓개발을 분리해 적용하고 있다. 나로호의 경우 군사적으로 사용이 힘든 액체추진체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경우 군사 목적의 탄도미사일과 우주개발용의 로켓 개발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또한 기존의 탄도미사일을 확대 개량해 로켓으로 개발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은하 3호 로켓을 미사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구소련의 스커드 탄도미사일을 복제한 화성5/6호(스커드 Mod B/C), 노동, 무수단 그리고 KN-2 미사일을 개발하여 배치한 상태이다. 이들 미사일들은 사정거리에 따라 짧게는 수도권, 길게는 일본 등 지역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탄도미사일은 아직 보유하지 못한 상태이다.
북한이 이번 은하 3호 로켓 발사에 이르기까지 총 5차례의 로켓 발사를 감행한 데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특히 이번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탄두 대기권 진입에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 중 하나가 탄도미사일의 판매와 기술이전이다. 특히 북한은 이란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있어 끈끈한 커넥션을 자랑한다. 북한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에 화성5/6호 탄도미사일을 판매하였으며, 이후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반면 이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고, 이제는 양국이 공동으로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은하 3호 발사에도 이란이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일본의 방송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은하 3호 로켓 발사 한 달 전 발사 계획을 이란에 사전 통보했다고 한다. 이란은 북한과 유사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과 마찬가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없는 상황이다.
로켓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로켓 선진국인 미국이나 러시아도 초창기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만약 이들 국가들이 몇 번 실패했다고 로켓 개발을 접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로켓 선진국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실패를 좌절로 생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아갈 때만 로켓 개발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한·러 합작의 꼬리표가 붙은 나로호를 벗어나 독자적인 한국형 로켓 개발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비록 나로호를 통해 로켓 발사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로켓 개발에 핵심적인 로켓 엔진 기술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체 추진체 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미 미사일 지침을 통해 제약을 받고 있지만 미국과의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우주개발에 필요한 고체 추진체 로켓 개발의 길을 반드시 열어야 할 것이다.
김대영 /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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