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중국에 두고 온 탈북여성 자녀는? 2013년 1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15
중국에 두고 온 탈북여성 자녀는?
중국출생 ‘탈북여성 자녀(아동)’ 혹은 ‘탈북여성의 중국 잔류 자녀(아동)’ 문제는 북한체제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인권적 사안이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억압적인 체제를 피해 중국으로 탈출한 대다수의 북한여성들은 공안의 단속에 쫓기면서 현지인과 사실혼 관계로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녀를 출산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당국은 자녀출산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탈북여성들을 체포하여 강제송환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친모로서의 권리와 가족결합의 권리 모두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많은 탈북여성들은 한국행을 선택하고 또 다른 이산가족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어려운 생활을 살아가고 있다.
강제북송 등 대부분 친모와 이별
일부 민간단체들은 탈북여성의 중국 잔류 아동 규모를 수만에서 최대 10만까지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조사연구의 추정산식과 현지 정보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중국 내 탈북여성 출산 자녀수 최대치는 2~3만 규모로 추산되며 특히 이 가운데 요보호 아동 수는 약 4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호구문제는 중국 내 ‘북한계 아동’ 인권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사안이다. 여러 현지 조사연구를 살펴보면 ‘접근가능한’ 중국 내 탈북여성 출산 자녀들의 경우 74~95% 정도가 호구를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각 연구 조사시점이 2~3년의 차이를 보이는 점과 학령기에 접근하는 연령대 아동이 늘어나게 됨으로써 보호자들에 의한 호구취득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내 호구취득 과정에서 100~3천위안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중국 당국이 중국출생 탈북여성 자녀들에 대해서 탈북여성과의 ‘불법적’ 혼인관계에 따른 벌금조의 비용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용부담은 그동안 이들 아동들의 호구취득이 늦어지게 된 중요한 요인이며 생모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회피하려는 요인도 작용하였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2011년 11월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국 내 탈북자 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회견에는 중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탈북여성 3명이 참석해 인권유린 등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 사진은 탈북여성 오선영 씨가 자신의 딸과 주고받은 서신이다.
정부, 인도적 보호 문제 적극 제기해야
대다수의 현지 아동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친지와 지역사회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고 친모와의 분리에 대한 심리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용역보고서를 보면, 전체 조사대상의 44%가 지역공동체, 특히 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약 24% 정도가 어머니로부터 일정부분 생활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조사대상 가운데 80% 아동들이 친모와 분리되어 생활하고 있었으며 조사대상의 36% 아동들의 친모는 중국 공안에 의해서 강제북송되었다. 전체 조사대상의 24%는 친모의 가출로 분리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전체 조사대상의 70%에 해당하는 아동들이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응답하고 있다. 친모와 연락을 취하는 아동들은 전체 조사대상의 23%대에 지나지 않고 있다.
30명의 대상자를 조사한 국내 탈북여성 조사결과에서도 가족분리에 따른 심리적 트라우마와 정서적 고통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 탈북여성들은 중국 내 잔류아동에게 월 50만원 정도를 송금하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국내 정착한 탈북여성들이 2중, 3중의 경제적 및 심리적 부담을 안고 힘든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호구등록제도를 개선하여 어머니의 불법체류 여부와 상관없이 그 아동이 정상적으로 중국의 호구에 등록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 및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동의 이익을 고려하여 최소한 중국인과 가정을 이룬 탈북여성에 대해서는 강제송환정책을 즉시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UN과 같은 다자인권무대는 물론 중국과의 양자교섭 시 일반 탈북자 문제와 분리하여 중국 내 가족권 보장 및 미성년 아동에 대한 인도적 보호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통일을 이루는 그 날까지 탈북자의 행렬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서 현지 자녀를 남겨두고 또 다시 어렵고 힘든 길을 거쳐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여성들의 아픈 가슴을 달래고 이들 잔류 아동들의 인권을 보살피는 것은 선진 통일국가를 모색하는 우리의 중요한 국가책무가 아닐 수 없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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