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2013년 1월호
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16 |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 남녀평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장과 달리, 북한 당국이 북한 여성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덕목을 보면 전통적인 주부와 혁명가로서의 역할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 1990년대 이후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떠맡겨진 가족부양의 책임은 가정내에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경제적 자립능력이 향상되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광복과 함께 「남녀평등에 관한 법률」(1946년)을 제정하였고, 정권 수립 이후 헌법 등을 통해 남녀평등을 법적으로 보장하였다.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적극 장려하였으며, 이를 위해 육아·교육의 사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런데 남녀평등의 법적 보장과 여성들의 사회 활동 참여는 여권 신장의 측면보다는 6·25전쟁 이후 부족한 노동력 확보차원에서 적극 추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북한은 공산주의가 완성되면 가족 제도가 소멸한다는 ‘공산주의 이론’에 따라 성문화된 가족법을 만들지 않고 김일성의 교시와 당의 정책, 그리고 몇 가지 단편적인 규정들로 가족 관계를 다루어 왔다. 하지만 당의 적극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사라지지 않자 1991년 「가족법」을 제정하였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
가족법에서 여성의 지위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호주제도’를 없앰으로써 호주상속, 재산상속 및 분배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고 있다. 둘째, 부부 간 동등한 사회·정치생활 참여와 권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 권리가 실제 행사될 수 있도록 여성의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사회화하는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법적으로는 양성평등을 위한 남녀평등권 법령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사회를 보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남성과 동등하지 않다. 이는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적 바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이렇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여성의 구체적 ‘삶의 현장’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남녀평등의 원칙 천명과 여성의 지위 상승 과정은 여성의 자각에 따른 여성운동의 결과라기보다는 사회주의 혁명 과정에서 부여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제도로서의 남녀평등과 달리 실제 생활에서는 가부장적 질서와 함께 남녀불평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가사분담의 원칙과는 달리 가사노동에 관한 한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가사노동을 남녀 공동책임으로 보지 않는 의식구조 아래에서 여전히 가사노동을 여성이 전담하는 의식과 관행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밥을 짓는 것이 여성의 천직이라는 의식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지배적이다.
마찬가지로 직업배치와 관련해서도 여성은 차별을 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국가기관의 노동력 흡수 계획에 따라 모든 노동 능력자를 일정한 직업에 배정하기 때문에 직업의 선택 과정은 남성과 여성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성별’지위가 추가되어 이른바 여성상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부분의 여성인력을 집중하여 여성 전문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적 역할 자체에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종 간 임금 격차 등 취업 및 직장 배치에서의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경우를 보면 북한에서도 기업의 여성 지배인(남한의 사장과 같다)도 많이 있고 여성 농장 관리위원장도 많다. 시·군 행정위원회 같은 실무기관 부서에도 많은 여성들이 간부급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여성들의 경우이고,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은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녀평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장과 달리, 북한 당국이 북한 여성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덕목을 보면 전통적인 주부와 혁명가로서의 역할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이 따라 배워야 할 여성은 크게 두 명이다.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 김일성의 아내이며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남편에 대해 순종적·헌신적 아내였고, 자식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충실성과 효성을 가르치며 교육에 정성을 다한 전통적인 ‘조선여성’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장마당’ 경제력, 여성 발언권 강화
그런데 북한에서도 1990년대 이후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이러한 남녀에 대한 인식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식량난으로 인해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유지를 떠맡게 되면서부터 그동안 가장으로서의 절대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남편들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국가로부터의 배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생계유지를 위해서 어떤 형태로든 장사를 해야 하는데, 남자들은 위신상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결국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장사 등 경제활동에 나서게 됐고, 경제권을 쥐게 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편들이 청소나 아이 돌보기, 밥 짓기 등의 집안일을 분담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폭력적이고 무능력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젊은 여성들 가운데 독신을 선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난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떠맡겨진 가족부양의 책임은 여성의 과도한 노동과 건강악화를 초래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 내에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경제적 자립능력이 향상되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 /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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