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권 연수기 (베트남) | 왜 북한은 개혁·개방 하지 못할까 2013년 1월호
사회주의권 연수기 (베트남) 1
왜 북한은 개혁·개방 하지 못할까
지난해 10월 말에 있었던 ‘2012 통일교육 우수사례 발표대회’의 참여는 우연한 기회였다. 그동안 실시한 학교의 통일교육과 개인적으로 쌓아온 내공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참가를 하게 되었다. 결과는 입상을 하여 부상으로 주어지는 베트남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
연수를 통해 새로운 통일교육의 이정표를 만든다는 설렘으로 체제 전환중인 베트남의 생생한 변화실상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북한에 적용 가능한 개혁·개방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4일까지 5박6일간의 연수를 다녀왔다.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어
무척 더운 날씨가 당황스러웠지만 현지에서는 우리 연수단을 환영해주었다. 공항에서 내려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쌀국수가 국물은 없고 그냥 먹는 것이 신기로웠다. 그런데 지독한 향은 비위를 상하게 하였지만 점심을 먹지 않은 탓에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이어 전쟁기념관으로 갔다. 느낀 것은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얻었다. 한때 적대국가였던 미국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미국을 상대로 승리한 역사에 대해 가감 없이 전시를 하고 있었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고엽제 피해에 대한 묘사도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생생하였다.
연수 첫날 저녁에 실시한 특강에서 <통일을 생각하는 모임> 문무홍 대표가 ‘남북관계 현황 및 대북정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 중에 소개한 개성공단에서의 일화는 인상 깊었으며, 남북관계가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지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암담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쳤다.
둘째 날 메콩강 일대의 문화탐방이 있었다. 여기서 베트남의 과거를 볼 수 있었다. 우거진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뱃사공, 그리고 자연환경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또한 저녁에는 베트남 개방정책에 관한 현지 교수의 특강이 있었는데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통역도 좋았고 교수의 진지한 강의 또한 유익하였다. 왜 북한은 개혁·개방정책을 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셋째 날 구찌터널 방문이 있었다. 이곳은 베트남 현지 사람들이 20세기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이어서 미군의 베트남전에 대항하기 위해 지은 땅굴이다. 약 200km가 넘는 길이로 몸집이 작은 베트남 사람도 겨우 들어갈만한 굴을 팠다. 그것도 현지 남녀, 아이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팠다고 한다.
노트북 크기만 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면 끝없는 굴이 펼쳐진다. 이 굴이 가끔은 미군 진영까지 이어져서 미군이 야영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보면 침입한 흔적도 없이 군인들이 모두 죽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곤 했다고 한다. 일명 미군을 패전으로 이끈 베트남군의 게릴라전이었다.
그리고 대통령궁을 방문하였는데, 지금은 통일궁이란 이름으로 관광객을 상대로 개방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엄청났다. 점령당하던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사실 대단한 건 없었지만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들린 것 같은데, 나중에 한국도 통일이 되고 나면 평양에 있는 것들과 DMZ를 그대로 보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호치민시 문화체험에 나섰다. 이곳의 노틀담 성당이라는 곳은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교회 건물보다도 못하였다. 그런데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종교 건물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작고 화려하지 않은 성당이 이곳의 노틀담이라고 한다.
독립과 통일 이룩한 지도자 인기 실감
그 바로 건너편에는 원래 병원으로 쓰려고 프랑스 사람들이 짓다가 병원보다 우체국이 필요한 당시 실정을 반영해 우체국으로 용도를 변경한 후 지금까지도 호치민시의 중앙우체국으로 사용되는 건물에 갔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우체국 업무를 보고 있고, 그 맞은편에서는 열심히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에 국제전화를 걸 수 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있는 것을 보고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리고 저녁에 실시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통일준비의 필요성’에 대한 동영상 강좌는 직접 장관에게 듣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넷째 날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로 이동하였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남쪽의 호치민이 상업도시라면 이곳 하노이는 정치문화의 도시다. 11세기에 수도 황롱이 놓여진 이래 1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에 어울리는 유서 깊은 절이 많다. 호수와 공원길을 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어딘가 온화한 느낌을 주는 하노이 시가지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로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시내버스가 운행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인 것 같다.
호치민 시내에 도착해서 거리 구경을 하였다. 걷기엔 너무 매연이 심하고 지저분했지만 경제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이만큼 발전하였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다시 한 번 북한의 우리 동포를 생각하게 했다.
이어 최초의 대학 문묘와 베트남 독립선언 장소인 바딘광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이라는 두 가지 위대한 업적을 남긴 호치민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건국기념일이면 수많은 시민들이 모이고 평소에도 호치민 묘를 찾아오는 시민들과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호치민은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로 베트남 사람들의 경애를 얻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주의국가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날에는 하롱베이를 방문하였는데 하롱베이국립공원은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영화 <인도차이나>와 로빈 윌리엄스의 <굿모닝 베트남>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이다.
이렇게 5박 6일의 베트남 일정을 모두 마쳤다. 끝으로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 준 통일부 관계자들, 같이 동행한 16개 시·도교육청 통일담당 장학사들과 선생님, 각 시도의 통일교육위원, 그리고 미래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대학생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번 연수를 통해 몸소 터득한 산지식을 바탕으로 청소년 통일교육에 더욱 이바지하고자 한다.
전승환 /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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