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아세안, 한국미래 핵심파트너 … 실질적 혜택 낳는 활동 해야죠” 2013년 1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아세안, 한국미래 핵심파트너 … 실질적 혜택 낳는 활동 해야죠”
한-아세안센터 2대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다가오는데, 소감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10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한국과 아세안 지역을 오가면서 무역·투자·문화·관광 분야의 20여 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참 가슴 뿌듯해요. 그간 성취한 센터의 활동 결과에 대하여 아세안 회원국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며 고마워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더 큰 사명감을 느껴요. 앞으로 더욱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통하여 한-아세안 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협력 증진 및 통합에 기여하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아세안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1년 첫 번째 해외 부임지인 주싱가포르 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를 했어요. 주태국 참사관을 거처 1990년대 초에는 외교부 동남아과장을 수임하였죠. 당시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수교를 맺는 뜻 깊은 일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 후 주태국 대사도 지냈고요. 뒤돌아보니 저의 외교관 생활의 많은 부분이 아세안과 연결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동남아시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아울러 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런 가운데 한국이 세계로 나아가는데 아세안이 매우 중요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죠.
아세안, 한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역인지?
우리나라의 현재는 물론 미래에 가장 중요한 협력파트너입니다. 지난 198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이후 2010년 전략적동반자관계로 격상되기까지 지난 20여 년간 한국과 아세안은 다방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실질협력을 이룸으로써 상호의존도를 높여왔어요. 이제 한-아세안 관계는 양자관계 발전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이슈까지도 함께 논의하고 이끌어 갈 정도로 성숙한 단계에 와 있죠.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는 2011년에 1,250억달러를 기록함으로써 미국, 일본, 유럽연합을 제치고 중국 다음으로 큰 교역파트너로 떠올랐습니다. 같은 해,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는 총 308억달러를 달성했는데 이중 약 60%가 넘는 187억달러가 아세안과의 무역에서 창출되었죠. 아세안은 또 우리의 2대 투자대상이자 해외건설 수주 지역입니다. 우리의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2011년 총 590억 달러 중 22%인 127억 달러를 동남아시아국가에서 수주했어요.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2015년 아세안 공동체 달성을 목표로 역내연계성(Connectivity) 강화를 위한 인프라 건설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한국의 해외 건설역사상 최대 규모(10억달러) 프로젝트이자 고난도 공사인데 국내 기업이 성공적으로 건설하였지요. 동남아시아는 우선 지리적으로 가깝고, 자원이 풍부해 현지 원자재 조달이 쉽고, 동기부여가 잘 되어있는 풍부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도 ‘포스트 차이나’로서 더 많은 우리기업이 진출하여 성공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경제협력관계뿐만 아니라 아세안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어요. 양 지역 상호 방문객이 2011년 500만명을 넘어섰고요. 한류의 진원지이자 전파지로, 한국의 문화적 코드를 가장 빨리 흡수하며 한국어 열풍이 가장 거세게 일어나는 지역이기도 하죠. 국내로 눈을 돌려 보면, 외국인 100만명 중 23만명이 아세안 국민이에요. 외국인 노동자 23만명 중 15만명이 아세안 출신으로 약 65%를 차지하죠. 한국 내 아세안 유학생도 약 7천명까지 늘어났고요. 2000년대 초 4천여 명에 머물렀던 동남아 여성의 한국으로 결혼이주는 지난해 약 6만여 명으로 늘어났어요. 한국이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데 있어 아세안 국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정치·외교·안보적으로도 북한 리스크를 관리해야하는 우리로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지역의 평화, 번영, 발전을 위하여 아세안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어요. 1994년 아세안 주도로 출범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창설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아태지역의 외교·안보 분야의 신뢰구축을 위하여 아세안과 힘을 합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아세안센터는 언제,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정부가 공동으로 교역증대, 투자촉진, 관광활성화 및 문화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한 정부 간 국제기구입니다. 2007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1차 한-아세안정상회의 계기에 ‘한-아세안센터 설립 양해각서’가 서명되었고, 이후 모든 회원국의 비준절차를 거쳐 2009년 3월에 한-아세안센터가 출범하였죠.
센터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정부의 고위관리 등이 참여하는 이사회 및 집행위원회 체제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의하여 구체적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요. 아세안과 한국 정부는 센터의 8개 고위직에 정부 관리를 파견하고 있으며, 센터의 사업 기획 단계부터 종료 시까지 아세안 회원국 정부가 깊게 참여하고 책임을 공유함으로써 사업 신뢰도를 높여주며 후속조치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죠. 이런 체계적 노력으로 센터의 위상은 아세안 국가에서 더욱 빛나고 있어요.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증대 및 투자촉진을 위한 센터의 사업은?
센터는 한국 시장의 수요가 많은 상품에 대한 무역전시회를 개최하여 아세안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한국 기업에게는 구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또한 우리나라 무역사절단의 아세안 파견 및 아세안 무역사절단의 국내 초청 사업을 통해서 한국과 아세안 간의 교역증진에 기여하고 있고요. 아세안 10개국 간의 경제산업 발전수준도 서로 다른 만큼 국별로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하여 가장 긴요한 산업분야를 선정하고 해당 분야 한국전문가를 파견하여 상품개발 역량강화를 통한 인력개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예를 들어 최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천연염색 텍스타일 제품의 디자인 개발 및 마케팅 역량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한국의 천연염색 마켓 트렌드, 천연염색 상품의 생산과 유통, 천연염색 상품의 디자인 개발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인도네시아 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을 지원한 바 있어요.
양 지역 투자 촉진사업으로는 해마다 국별 투자세미나를 개최하고, 투자조사단을 파견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기업인에게 아세안의 다양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각 국별 투자세미나를 서울과 지방 주요도시에서 개최하고 있어요. 또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조사단을 아세안 회원국에 파견하여 참가자들이 해당국의 투자정책 및 유망산업 등 현지 산업현황을 파악하여 투자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센터는 아세안의 전문 인력을 한국으로 초정하여 그들의 역량개발을 위한 산업현황 연수프로그램을 매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에는 아세안 10개국 ICT 담당공무원과 투자기관 담당자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ICT 역량강화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죠. 새해에는 무역 투자분야 활성화를 위한 한-아세안 비지니스 네트워크, 아세안 인프라 연계성 워크숍 등의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아세안의 문화교류 측면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센터는 양 지역의 국민이 서로 문화로 하나되는 소통의 장을 축제, 공연, 전시, 역량강화 연수 등의 다양한 사업을 통하여 제공하고 있어요. 매년 열리는 ‘아세안 문화관광축제’는 아세안의 전통 춤과 공연을 즐기고 동남아의 음식을 맛보며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형 시민축제로 해마다 6~7만명이 참가하고 있어 동남아시아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어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세안 국민들이 참가하여 춤과 노래를 겨루는 경연으로 열기를 더하는 ‘브라보 아세안!’ 프로그램은 이제 동남아 출신 국민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하며 함께 화합하는 즐거운 축제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또 한국과 아세안의 젊은 작가와 학생들이 참가하는 ‘한-아세안 멀티미디어공모전’은 아세안 국가의 예술적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에게는 공모를 통해 작가로서 성장하고 한국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꿈의 무대이기도 하죠. 지난해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으로부터 약 3천건에 가까운 응모작이 접수되는 등 동 프로그램에 대한 아세안 청년들의 관심이 날로 커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센터는 이밖에도 양 지역의 국민 간 소통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아세안 시민강좌, 언어강좌, 스쿨투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웹사이트와 각종 출판물을 통해 아세안에 대한 지식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센터 내 ‘아세안홀’은 동남아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일반 시민 누구나 방문하여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각국의 전통악기, 디자인 공예품의 전시를 감상하며 아세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아세안문화원 역할을 하고 있죠.
올해는 다문화사회의 성숙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다문화 국제워크샵 등 다양한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자 합니다. 또한 양 지역의 수준 높은 전통과 현대적 문화를 서로 나눌 수 있는 한-아세안문화축제를 한국과 아세안의 주요 도시에서 펼칠 예정이고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아세안 관계 측면에서 제언한다면?
아세안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지구촌의 핵심 지역으로 떠올랐습니다. 미·중·일·러 및 인도 등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결정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요국들이 모두 아세안과 협력에 전략적 포석을 두고 있어요. 아세안은 경제, 문화, 안보 등 다방면에서 우리 국가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는 핵심파트너이자 우리기업에는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중요한 거점지역이죠. 지난 아세안+3 정상회의 당시 한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비전그룹(EAVG)II’이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2020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축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담겨 있잖아요. 이제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과 함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향한 역내 협의가 더욱 진전될 것입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국제무대에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은 새정부 아래에서도 일관되게 확대·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죠.
한-아세안센터의 향후 계획?
2013년 새해, 설립 5년째를 맞이한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을 잇는 영속적이며 진정한 협력관계의 핵심채널로서, 우리의 활동을 통하여 센터의 회원국인 한국과 아세안에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인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에요. 우리와 닮은 성격의 기관으로 각각 중국과 일본에 설립된 중-아세안센터와 일-아세안센터와도 협력하여 동아시아지역 연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함께 발굴하려고 해요. 이를 통해 한-아세안센터는 ‘아세안+한국’뿐만 아니라, ‘아세안+3(한·중·일)’의 협력증진에도 일익을 담당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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