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군(軍) 통합 못하면 진정한 통일은 불가능 2013년 1월호
독자기고 | 군(軍) 통합 못하면 진정한 통일은 불가능
통일은 양자 간의 통합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의도적인 산물인 동시에 체제붕괴나 전쟁 등의 사태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급변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통일은 남북한 당사자의 의지와 정책, 북한체제 내부의 문제, 주변국의 외교전략 등이 혼합되어 계획하지 않은 시점에 우리가 안아야 할 과제로 다가올 수 있다. 통일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 간의 분야별 통합과 격차 해소로서, 병영국가인 북한체제의 특성상 남북한 군(軍)통합이 통일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제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지도층의 분열과 군부 쿠데타 또는 민중봉기, 대량탈북 등에 의해 언제든 급변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에 대한 군사작전을 준비해왔다. 1999년에 추상적인 단계로 최초 제시된 ‘작전계획 5029’는 2008년 북한 김정일의 건강 악화 후 구체화되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은 ①핵·생화학무기·미사일 등 북한 대량살상무기 탈취 위협, ②북한 정권교체, ③쿠데타 등에 의한 북한 내전 상황, ④북한 주민 대량 탈북, ⑤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작전, ⑥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등 6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북한군 통합, 통일 성공 좌우
지금 김정은 체제는 외형적으로는 세습을 안정적으로 완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30일 군 최고사령관을 시작으로 불과 4개월만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올라 권력을 승계했으며, 민간출신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군 위계질서에 혼란을 가중시켰고, 군의 이권사업을 당으로 전환해 군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한 경제개혁을 위한 ‘6·28방침’을 내세웠으나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의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2012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2만4천여 명이며, 중국 등 제3국으로 탈출한 북한주민은 10만명이 넘고 있고, 최근 북한 인민보안부 발행 ‘법 일꾼 참고서’에 의하면 북한군 내 부정부패와 일탈현상이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태로 인해 북한이 붕괴되든 북한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북한군에 대한 통합은 통일의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최대 관건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 통일정책은 정부의 몫이지만, 북한군의 동화와 통합은 우리 군의 과제임이 명백하다. 그 해답은 ‘연착륙(soft landing)’에 있다.
모든 정보로부터 차단되어 오직 지도자에 복종하는 것을 신앙으로 삼고 있는 청장년으로 구성된 북한군을 단기간의 통제나 교육으로 동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군 보병부대의 경우, 교육훈련의 목표를 ‘당에 대한 충성심 함양’과 ‘당 지시에 기계적인 임무완수능력 함양’, ‘고도의 혁명사상 견지’로 설정하고, 훈련중점을 ‘사상확립을 위한 정치교육, 체육, 사격, 전술훈련’에 두고 있으며, 사상교육인 정치학이 전체 훈련의 30~50%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사상보다 사회경제교육에 중점 둬야
이러한 북한 군인들은 통일과정에서 심각한 혼란과 불안, 상실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자칫 그들의 지도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멸시를 접하게 될 경우 집단시위나 탈영 등 소요사태나 무력행동까지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북한 군인들이 사회심리적으로 연착륙하며 적응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군통합 동화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선 우리 사회에 대한 정보접근성과 활용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동안 철저히 차단되어 있던 북한 밖 세계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보를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도록 북한군 내 정보화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일방적 주입식 교육은 그들에게 체제 선전으로 오인 받고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스스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고 느낄 수 있는 자율적인 정보화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민족적인 일체감 형성을 위한 문화예술활동 활성화이다. 체제 비교나 사상 비판보다는 가장 근본적인 공통요소인 민족적인 측면을 부각하기 위해 민·관의 지원 하에 북한 군부대에 대한 전통문화공연과 체험프로그램 적용 등 문화예술활동으로 일체감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정훈교육에 있어 정치사상교육보다는 사회경제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국제정세,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상을 제시하고 그들의 제대 후 취업과 관련된 교육을 통해 자발적인 동화를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 군의 정훈 및 교육훈련담당 간부는 계획과 내용을 담당하고, 북한 군 간부 중 선별하여 동화교육 교관임무를 담당토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북한군의 지휘체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유지해주어야 한다. 급변사태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우리 군이 북한군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방식보다는 스스로의 지휘체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이를 다각적으로 확인하는 간접적 지원, 통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훈련체계의 과도기적 통합이다. 사상교육을 제외한 일반 교육훈련내용과 방법은 최대한 유지해주며 통합군 체계가 정립될 때까지는 상호 분리된 교육훈련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병영국가다.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동독군이 받은 불평등과 불만은 매우 컸지만 독일군의 비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군내 갈등이 사회갈등으로까지 직접 확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116만명의 정규군과 700여 만명의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군생활이 사회생활의 전제조건이 되는 특성상 군을 통합하지 못하면 진정한 통일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통일을 위해서 그리고 통일 이후에 분열과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군에 대한 통합방안이 우선적으로 수립·시행되어야 한다. 세뇌교육으로 순치되어 우리에 대한 증오와 열등감으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북한군인들을 당당한 대한민국의 군인, 국민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고정관념과 자존심을 최대한 유연하게 변화시키면서 하나의 민족구성원이자, 시장경제사회의 시민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제복을 입고 어우러지도록 그것이 통일을 위해 우리 군이 수행해야 할 또 하나의 과업인 것이다.
박성준 / 육군 정보학교 소령(정훈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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