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 新성장엔진, 시베리아를 가다! | 북극 자원 향한 러시아의 질주 2013년 1월호
통일한국 新성장엔진, 시베리아를 가다! 13
북극 자원 향한 러시아의 질주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 밑의 다양한 가능성이 물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가능성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기선을 제압한 국가는 북극권의 최대 강국인 러시아였다. 북극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겠다는 모스크바의 움직임과 선언은 요란스러웠다.
2007년 7월 28일 크레믈린이 북극 특별대표로 임명한 아르투르 칠링가로프는 핵추진 쇄빙선 로시야호의 호위를 받으며 해양연구선 아카데믹 표도로프호에 승선하여, 심해 잠수정 미르 1, 2호와 소형잠수정을 탑재한 러시아 북극 원정대를 이끌고 러시아의 북방 도시 무르만스크를 출발했다. 선두에서 로시야호가 북극해의 얼음을 깨며 해로를 확보한 덕분에 8월 1일 저녁 8시쯤 러시아 북극 원정대는 북극점에 도착했다. 아카데믹 표도로프호는 8월 2일 오전 잠수정 미르 1, 2호를 북극점에 투하했다. 수심 150m에 이르자 빛이 사라졌다. 그 때부터 바다는 암흑의 세계가 된다. 수심 4,000m를 넘어 드디어 4,261m, 4,302m. 2007년 8월 2일 러시아의 북극원정대는 마침내 수심 4261m와 4,302m에 티타늄으로 만든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러, 북극점 수심 4,302m 해저에 국기 꽂아
이것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러시아 내의 국가적 자부심을 앙양시켰다. 그러나 상징적인 제스처였던 러시아의 국기 심기는 다분히 오해를 일으킬 수 있었다. 몇몇 비평가들은 북극의 새로운 ‘냉전’, 어떤 비평가들은 이것을 북극의 ‘골드러쉬(gold rush)’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어쨌든 이 사건은 수개월 동안 북극문제에 대한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미디어와 보고서에는 녹고 있는 북극의 빙하와 지친 북극곰의 사진이 등장했다. 이제 북극에 대한 관심은 기후변화, 천연자원, 주권 주장, 새로운 항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북극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발한 당사자는 바로 러시아였다. 그리고 러시아가 그렇게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북극권은 북위 66°33′을 기준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선인 북극 서클(Arctic Circle)의 북쪽을 말한다. 북극권은 4천만㎢, 지구표면의 8%, 지구 육지면적의 15%, 전체 바다면적의 5%에 해당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북극권 육지면적의 40% 이상, 북극권 해안선의 50%를 차지한다. 게다가 북극권 인구의 3/4 이상이 러시아의 북극권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지리, 면적, 인구, 산업시설, 군사, 자원의 측면에서 북극권 최대의 국가이다.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신청했던 러시아의 북극해 대륙붕 외측한계 설정 요청이 거절당하자,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안보회의’를 이끌고 있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는 러시아 국기를 북극에 꽂기 위해 북극을 방문했다. 그는 북극에서 러시아의 국익을 위해 2004년 ‘북극특별이사회’를 창설했다.
러시아의 북극 탐사와 해저 국기 심기는 자원 확보와 영유권 분쟁에서의 선점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할 문건 보충을 위한 과학적 증거자료의 수집을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 너머로 관할권을 확대하여 북극해의 지배와 해당 지역의 자원 확보, 즉 이 지역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의 소유권 확보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북극지역에는 지구 전체 매장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는 100억t의 천연가스와 석유, 은과 구리, 다이아몬드, 아연이 매장되어 있다. 특히, 북위 88°의 로모노소프 해령(해저 산맥) 인근에 대한 심해과학 조사는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120만㎢에 이르는 지역의 영토 편입)를 주장하기 위해 러시아 동시베리아 추코트카 반도와 북극해가 대륙붕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중요한 조치였다.
러 국가안보회의, 북극 방위 확대 전략 추인
그러나 이런 일련의 러시아의 정책은 국제법적으로 어떠한 법적 효과도 없다. 국기를 심는 것이나 군사적 힘에 의해서 북극권의 광물자원이나 수산자원에 대한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공세적인 북극 진출은 계속되고 있다.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전략적 측면에서 북극지역에 대한 정책검토를 완료함으로써 기득권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08년 러시아는 북극 국경방위군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안보전략을 추인했다. 또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북극의 러시아 국경에 관한 법률을 수립할 것에 서명했다. 또 국가안보회의는 2009년 3월 말 ‘2020년까지 북극에서의 러시아 국가정책 원칙’이란 북극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북극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주요 사안으로 자국의 ‘북극 주권 확보’를 강조했고, 또 “어떠한 정치·군사적 조건에서도 군사안보를 보장해 줄 특수부대를 창설해 북극지역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나아가 북극지역에 군사기지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으로 국경수비를 책임지는 연방보안국(FSB)이 북극지역을 통제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북극해 주권 확보를 위한 2단계 전략도 제시했다. 1단계(2008~2010)는 광범위한 지질·지리적 탐사와 연구를 통해 북극해의 로모노소프 해령 등 여러 해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받기 위한 법적 토대 마련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2011~2015)는 북극지역의 영토 경계를 국제법적으로 확정하고, 3단계(2016~2020)는 러시아의 주요 전략적 자원 기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의 연장선에서 2010년 7월 러시아는 과학자인 블라디미르 소콜로프가 이끄는 사상 최대 규모, 약 650만달러의 프로젝트인 북극해 탐사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 관리들도 포함된 약 5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러시아 북극 탐사단은 과학탐사선 아카데믹 표도로프호를 타고 원자력 추진 쇄빙선 야말호의 호위를 받으며 3개월 동안 북극해 탐사활동에 투입되어, 북극해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당연히 이들의 탐사활동은 북극해 해저가 러시아 대륙붕의 자연적인 연장임을 입증할 자료수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연히 새롭게 재집권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강력한 러시아’를 더욱 밀어붙일 생각이고, 이것은 북극의 차가운 얼음바다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배규성 / 배재대 한국-시베리아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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