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1월 1일 0

영화리뷰 | 헐리우드식 상상력의 끝? 2013년 1월호

영화리뷰 | 레드던(Red Dawn)

헐리우드식 상상력의 끝?

2012년 12월 12일 오전 9시51분.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에서 은하 3호 로켓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 실험발사를 실행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인공위성 발사다.

북한이 이와 같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미국까지 도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알려진다. 미국 일부지역이 사거리에 드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실에서 북한이 미국과 ‘맞짱’ 뜨려는 분위기 때문일까. 다소 황당한 내용의 영화가 올해 미국에서 개봉했다. 바로 레드던(Red dawn)이다.

북한이 미국을 침공?

우리에게는 참으로 터무니없는 소재의 영화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개봉 첫 주말에만 1,460만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북한의 존재가 현실인 우리에게는 와닿지 않는 내용지만 미국인들에게는 가끔 국제면을 장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소식에 호기심을 갖고 보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북한이 미국을 무력 침공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미국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는 소련, 베트남, 그리고 아랍이었다. 현실 국제정치에서 미국과 대척점에 있던 국가들은 반드시 헐리우드 영화로 재가공돼 영상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소비되었다. 이제 소련은 붕괴되었고 베트남과는 관계개선이 되었으며 빈 라덴은 사망했다. 더 이상 적국의 이미지를 차용할 존재가 사라지자 최근에는 외계인 침공 영화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은 엉뚱하게도 ‘북한’이다.

2012년에 제작된 영화 <레드던>은 1984년에 처음 개봉되었던 영화다. 올해 개봉한 것은 리메이크인 셈인데 적국이 소련에서 북한으로 바뀐 것이다. 1984년작 <레드던>은 1980년대에 미국이 소련, 쿠바, 니카라과 연합군에게 침략받는 것을 가상적으로 그려냈다. 플롯은 단순하다. 침략군으로부터 고교생들의 게릴라 조직인 ‘울버린즈’가 탄생하고 이들이 침략군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베트남전에서 겪은 교훈을 ‘역발상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유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1984년 당시 흥행성적에서 20위를 기록하였다.

북한이 미국을 무력 침공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상상력은 2011년에 나온 게임 ‘홈프론트(Home Front)’에서 따온 듯하다. 게임 ‘홈프론트’는 2012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등장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 영상을 보면 거의 실사에 가깝게 완성도가 높으며 등장인물도 그럴 듯하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게임에 등장하는 현재 북한 제1비서인 김정은의 모습이다. 게임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김정은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김정은과는 완전 다른 늘씬한 꽃미남인데다가 서울 표준말을 구사하는 장면에서는 살짝 실소가 나온다.

민감하기 때문에 이 게임이 우리나라에서 정식 출품되지는 못했다. 하긴 북한 주도의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고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병합한다는 내용이 비현실적이기는 하나 너무 나갔다. 이렇게 북한이 CS_201301_71 아시아를 석권하고 우주공간에 띄운 EMP 폭탄을 이용해 미국 전체를 무력화시키고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를 점령한다는 내용이다. 게임에서는 미군과 교전중인 북한군인들이 “간나 새끼 죽여버리갔다”라는 멘트를 수시로 내뱉으며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침략군, 중국에서 북한으로 바뀌어

영화 <레드던>도 북한군이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침투하면서 국지전의 모습이 그려진다. 1984년 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 고등학생들이 이라크전 참전용사의 지휘를 받아 이들을 몰아낸다는 내용이다. 원래 침략군은 중국군으로 상정되었지만 외교문제와 향후 영화 판로를 고려하여 북한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침략군들의 군복이 전부 신형 중국군 디지털무늬와 유사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북한군의 군복이나 말투 등은 전혀 북한스럽지 않다. 세세한 부분에서는 게임 ‘홈프론트’가 훨씬 낫다. 개인적으로 몰입도 측면에서도 게임 ‘홈프론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북한이 미국을 침략한다는 설정 자체가 황당하기도 하지만 국내 정서상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영화관계자들이 수입을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라 호기심에 접해보고 싶어도 국내에서는 당분간 그 ‘황당함’을 맛보기 힘들 것 같아 아쉽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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