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4월 1일 0

발행인의 제언 | 일본은 독일을 배워야 한다 2015년 4월호

일본은 독일을 배워야 한다

 2015년 올해는 2차 대전이 끝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70년 동안 전 세계도 변했고 아시아도 변했다. 2차 대전의 승전국이었으며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를 열었던 미국이 아시아의 새로운 세력에 의해 그 위력을 시험받고 있다.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 체제를 흔들고 있는 것은 굴기를 통해 G2체제를 위협하며 미국을 추월하고자 하는 차이나 체제 즉 중국인 것이다.

최근 중국은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서서 세계 1등 국가의 자리를 놓고 미국과 한판 승부를 하기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있다. 이런 아시아와 새로운 글로벌 상황에서 한국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면서 외교와 안보면에서는 미국과 여전히 혈맹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과거 청산 위한 진지한 노력 이어가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의 지역 상황을 호전시키며 미래를 향한 파인 플레이를 해나가려면 일본이라는 이웃나라와도 평화롭게 지내야 하고, 때로는 안보를 서로 걱정해주며 경제적으로는 상호협력을 해나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에 대하여 올바른 처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세사에서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대하여 어떤 역사적 부채를 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이토 히로부미 이후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을 주도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국가주의를 앞세워 한국을 침탈하고 중국을 침략하였다. 1910년 이래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화하였고 1941년 이후에는 중국을 교전국으로 정하여 엄청난 침략행위를 하였다.

지난 1945년 일본은 인류역사상 최초로 미국으로부터 핵무기라는 신무기로 응징을 당한 후에야 항복을 하였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 1965년 전후배상의 형식을 밟았고 선린우호를 다짐하며 국교를 재개하였다. 그래서 올해 2015년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 극우정권이 들어서면서 지난 50년 동안 한·일 간에 이룩해 온 선린관계 즉, ‘아픈 과거를 치유하며 미래로 나간다’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가 허물어져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라야마 전 총리나 고노 전 관방장관이 한·일 간에 아팠던 과거를 반성하며 조심스럽게 쌓아왔던 미래를 향한 선린의 언행과 공적까지도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이런 자세로 평화헌법을 뜯어 고치고 교전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한다면 또 한 번 한반도에서 16세기에 경험했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같은 불행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에 한국의 국영방송 <KBS>에서 뼈아픈 임진왜란의 교훈록이라고 할 수 있는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을 방영하고 있는 사실을 일본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일 문제를 풀어가는 지침서는 독일의 과거청산 과정에 들어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1970년 12월 7일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하고 홀로코스트의 원혼이 잠들어 있는 위령탑 앞에 겸허히 무릎을 꿇고 참회의 뜻을 밝혔다. 가스실에서 참혹하게 숨진 유태인 어린이들과 부녀자, 그리고 노약자들이 살아 돌아올리가 없지만 진정으로 잘못된 역사의 비석 앞에서 무릎을 꿇는 독일 총리의 모습을 보며 당사자들인 유태인 생존자들이나 후손들이 독일을 향한 원한의 시선을 거두었으며 전 세계인들도 독일인들의 그 용기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였다. 그 후 1984년 헬무트 콜 전 총리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희생 당한 프랑스인들의 묘지를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방문하여 진심어린 참회를 하였다. 이런 참회와 함께 독일은 지난 1956년 『독일연방보상법』을 제정하여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절차를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그 보상과정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으면서도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나 현실적인 보상을 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보다 못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3월 9일과 10일 사이에 일본을 방문하면서 이례적으로 아베 총리에게 역사 훈수를 두었다. 외교적인 결례를 무릅쓰고 아베 총리의 면전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3월 9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3월 9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년, 지금의 일본은?

“독일은 과거를 똑바로 마주하였습니다. 홀로코스트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다시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우리 독일의 진정한 반성 때문이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못 들은 척 하자 메르켈 총리는 간절히 첨언하였다.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은 세계질서 속에서 글로벌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평화적 화해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을 칠 일이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으며 가해국이었던 일본의 총리가 피해국이었던 한반도에 건너와 일본 헌병들이 어린이들과 부녀자들까지 가둬놓고 불태웠던 제암리 교회를 방문하고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중국 난징에 찾아가 30만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그 역사박물관에 잠시 들르는 일이 미래로 향하는 일본의 행보에 그렇게도 장애가 되는 일일까. 백 번을 고쳐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21세기라는 새 역사의 파고는 높고 세계질서는 바야흐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도 일본의 관동군이 마음대로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침없이 짓밟았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 세계 1등 국가를 꿈꾸는 굴기의 나라다. 한국 역시 지난 16세기에 6년간이나 길고 긴 전쟁에 짓밟히며 코와 귀까지도 잘려져 일본 땅에 묻히던 그런 나라가 아니며 36년간 전 국토를 내주고 일본군의 성적 노예로 10대 소녀들이 읍, 면 촌촌에서 강제로 잡혀가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 연전에 서울에서 지구촌의 G20 국가의 수장들을 모으고 의장국으로 회의를 주재했던 나라다. 올림픽에서도 일본에 결코 지지 않는 나라인 것이다.

일본이 진실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하고 새로 재편되는 글로벌 시대에서 이웃국가와 함께 번영하기를 바란다면 메르켈 총리의 따뜻한 충언에 귀 기울이고 전후 독일이 밟아 왔던 과거 청산과 선린의 행보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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