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탈북청소년, 통일한국 지도자로 키워낼 겁니다” 2015년 4월호
인터뷰 | 정옥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탈북청소년, 통일한국 지도자로 키워낼 겁니다”
남북하나재단.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2010년 설립된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성공적인 한국 정착을 의미하는 ‘착한(着韓)’을 캐치프레이즈로, 교육·보건·고용·보육 등 개별 상황과 환경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착한(着韓)인재’ 사업의 일환으로 탈북청소년이 미래 통일시대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성한다는 이른바 ‘메르켈 프로젝트’를 추진해 큰 화제를 모았다. 정옥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을 만나 탈북청소년의 정착 관련 현황과 프로젝트의 진행 및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Q. 탈북청소년들이 실제 한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A.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심리적 취약성, 건강상의 문제, 열악한 가정환경, 학령과 학력의 괴리, 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인해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대학 진학 후에도 교우관계 등 대인관계 형성이나 학업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죠. 특히 학령기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성적과 학습능력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학습의지가 저조해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이들에게 학습의지를 심어주고 나아가 통일미래의 리더로서 자질을 갖출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며 뜻을 향해 꿋꿋이 살아갈 수 있도록 리드해 줄 우리 사회의 성공한 엘리트들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한 상황이죠.
Q. 재단이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원제도는?
A. 탈북아동 학습지 지원, 탈북청소년 화상영어 지원, 탈북청소년 장학지원, 대안학교와 방과 후 공부방, 무연고청소년 그룹홈 지원사업, 예비대학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탈북청소년이 재학하고 있는 초·중·고 일반학교에 탈북교사들을 파견하는 전담 코디네이터 사업도 있고요. 또한 언어능력과 글로벌리더 육성을 위한 WEST 프로그램, 대학생 미래리더육성 PT대회 등과 같은 맞춤형 지원 사업들이 있죠. 아울러 탈북청소년의 언어능력 향상 및 정체성 확립을 도모하기 위한 글쓰기 지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맞춤형 교육지원에도 불구하고 정서불안이나 학령과 학력의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래학생들과의 어울림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게 사실이에요.
따라서 탈북대학생들의 학업지원과 더불어 통일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통일이 되면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북한사회 재건과 남북한 사회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메르켈 프로젝트’를 통한 멘토링 사업추진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죠.
Q. 프로젝트에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이름을 내세운 이유는?
A. 탈북아동과 청소년은 미래 통일세대로서 이들의 성공적인 학교생활과 사회 정착은 통일 미래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어요.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70% 이상이 20~40대 청장년인데, 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죠. 이들 모두가 리더가 될 수는 없겠지만, 자질과 의지를 지닌 탈북청소년을 발굴하여, 엘리트 교육을 통해 통일 리더로 육성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이에 동독 출신의 메르켈 여사가 통일독일의 총리가 된 것 같이, 탈북청소년들에게 통일한국을 이끌어가는 미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사업을 기획하고 사업명을 메르켈 프로젝트라고 칭하게 되었죠.
Q. ‘메르켈 프로젝트’, 어떻게 추진되었는지?
A. 2014년도에 도입된 ‘메르켈 프로젝트’는 협업을 통해 이뤄졌는데, ‘(사)창조와혁신’과는 탈북대학생 CEO멘토링 사업을, ‘(사)북한인권시민연합’과는 통통콘서트 사업을, 법무법인 율촌과는 씨드스쿨(seed school)을 운영하는 체계였죠. 특히 재단과 ‘창조와혁신’이 2014년에 공동으로 진행했던 CEO멘토링 사업은 향후 탈북청년을 남북한 사회를 이끌어 나갈 통일 엘리트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인성과 취·창업, 경영, 법률 등의 각 분야 전문가 15명이 자발적 멘토로 활동하며 25명의 탈북 대학생들에게 인성과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가치관 등에 대해 지도하였고, 서로 관심 분야의 지식과 경험들을 공유하는 시간들을 가졌으며, 분야별 명사특강 및 토론, 일대일 및 그룹 멘토링, 예비 사회인 교육, 역사·문화체험 등을 통해 탈북대학생들의 역량을 제고하고 자신감을 고취하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올해 ‘메르켈 프로젝트’는 전년도에 비해 더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실질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CEO멘토링 사업은 전년에 비해 사업의 수혜자 수를 30명 이상으로 늘리고 프로그램의 질적인 제고를 위해 사업비 규모를 확대하며 전문성 있고 역량 있는 멘토링 실행기관을 공모로 선정해 진행해나갈 예정입니다.
Q.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
A. 가장 큰 애로사항은 사업 초기에 멘토 대상인 탈북청소년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의지가 저조하여 모집이 어려웠다는 점이죠.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학부모님들과 탈북 선배들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여 모집하게 되었고요. 또한 프로젝트 실행 전에 사전교육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멘토·멘티 간 욕구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었고, 멘토에 대한 멘티의 물질적인 기대 등의 경향이 있었어요. 올해는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전교육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역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끈기를 보여준 탈북청소년들이 프로그램 참여 초기에 비해 자신감과 개인적 능력 및 리더십의 향상 등을 발견하였을 때 정말 프로젝트를 잘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큰 보람도 느끼죠.
Q. 프로젝트의 의의와 향후 계획?
A. 지금 이 땅에 정착하는 북한이탈주민 중에서 20~40대가 70% 정도 돼요. 모든 대학생들이 메르켈 프로젝트의 대상이라 한다면 그건 과장이고요. 북한에서 온 학생들 중에서 잠재력과 소명감,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한 확신과 노력의 의지, 이런 것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어요. 사실 탈북민들에 대한 다양한 단체에서의 멘토 활동이 있었고 지금도 많죠. 그런데 정기적으로 만나서 식사나 하고 단순히 그런 활동이 멘토링은 아니라고 봐요. 뭔가 청년들에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멘토링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는 것이겠죠. 멘토가 몇 명이다, 멘티가 몇 명이다 같은 숫자놀음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탈북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사업은 1~2년 사이의 이벤트성 프로젝트로 소기의 성과를 모두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일관성, 그리고 지속성을 갖고 추진해 나갈 겁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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