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中 ‘대중화경제권’ VS 日 ‘대동아경제권’ 2015년 4월호
기획 | 中 ‘대중화경제권’ VS 日 ‘대동아경제권’글로벌 파트너, ASEAN을 주목하라!
中‘대중화경제권’ vs 日‘대동아경제권’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대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올 연말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지난 2007년 아세안을 하나의 통합 경제권으로 만들자는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아세안은 2009년 로드맵을 작성하고 지금까지 단계별로 관세 철폐 등을 추진해왔다. 현재 아세안 10개 회원국들 중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브루나이 등 6개국은 모든 관세를 대부분 철폐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나머지 4개국도 올 연말까지 관세장벽을 없앨 계획이다.
“아세안, 2030년에는 EU와 겨룰 만한 경쟁력 갖출 것”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아세안 10개국이 유럽연합(EU)처럼 단일 경제권이 된다. 인구 6억4천만명에 국내총생산(GDP)이 약 2조8천억 달러, 총면적 450만㎢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 탄생한다. 아세안은 제품, 서비스, 투자, 자본 및 고급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5대 원칙을 토대로 총 12개 분야를 완전 개방한다. 지난 1967년 8월 8일 창설된 아세안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면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인구 대국이 된다. 또 아세안의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앞으로 10년간 7%를 웃돌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소는 아세안이 올 연말 AEC 출범에 맞춰 구조개혁을 성공리에 단행한다면 오는 2030년에는 EU와 겨룰 만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ADB 연구소는 아세안이 이때까지 연평균 6.4%의 고속 성장률을 달성, GDP 6조6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세안은 풍부한 자원과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비교적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다. 게다가 아세안은 지역적 접근성, 문화적 동질성 등에서 다른 지역 공동체보다 결속력이 단단하다. 특히 최근 들어 아세안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일본이 지난 1970~1980년대 아세안 회원국들과 유대를 강화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이 아세안 회원국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현재는 중·일 양국이 아세안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국익 차원에서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을 포섭해 ‘대중화(大中華)경제권’을 구축하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 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당근 전략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11월 13일 ‘아세안-중국’ 정상회의에서 이 지역의 기간산업 건설을 위해 2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또 현재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실크로드 기금도 상당 부분을 아세안의 인프라 건설에 투입할 방침이다.
中, 화교자본 지원 아래 공격적 투자 진행
AIIB의 자본금은 500억 달러, 실크로드 기금은 400억 달러다. 중국은 또 해상실크로드 은행 설립을 위해 최소 50억 위안(약 8,94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할 계획이다. 아세안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 그대로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4,440억 달러(2013년 기준) 규모인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1조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중국의 아세안 진출은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동남아 지역 경제를 사실상 화교자본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화교 수는 130여 국에 7천만명 정도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아세안에 거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도네시아 720만명, 태국과 말레이시아 각 580만명, 싱가포르 270만명, 필리핀 90만명, 베트남 70만명 등이다. 화교는 아세안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역내자본의 70% 이상을 주무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상위 10대 재벌을 화교계가 휩쓸고 있고, 200대 기업의 70%도 화교계다. 태국도 25대 재벌 중 23개가 화교계 소유이며 금융업은 80%를 화교가 장악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제조업의 3분의 1을 화교가 쥐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림그룹의 소도노 사림 회장, 필리핀의 호텔 재벌인 탄유 회장 등 화교계 경제 거물들은 세계적인 거부 대열에서도 당당히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화교들은 중국 정부의 아세안 진출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또 매년 아세안 지역 청소년 1천명을 초청해 교육까지 시키고 있으며, 아세안 회원국들의 주요 대학에 공자학원을 개설하는 등 ‘소프트 파워’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아세안 진출에 걸림돌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80%를 9개의 유(U)자 모양 점선으로 감싼 이른바 ‘남중국해 9단선’을 긋고 이 선의 안쪽 바다는 모두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남중국해에는 엄청난 자원이 묻혀 있다. 석유는 현재 2,220억 배럴이 매장(세계 4위 규모)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천연가스, 망간, 주석, 알루미늄도 대량 매장됐다. 이 지역은 풍부한 해산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전 세계 대형 유조선의 절반 이상이 통과하는 해상교통의 요지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남중국해는 정치·외교 및 군사, 경제적으로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는 베트남과 필리핀을 압박하는 ‘채찍’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군사력을 대폭 강화해 왔다. 중국은 올 들어 남중국해 일대에서 해군력을 투입한 기동 훈련과 해병대 상륙 훈련, 전투기와 폭격기들을 동원한 사격 훈련 등을 계속하면서 영유권 수호 의지를 과시해 왔다. 특히 베트남과 필리핀에 대해선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군사력으로 볼 때 중국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전력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필리핀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하기 위해 암초와 산호초를 인공 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화 하는 전략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해 막대한 자금 제공을 약속하면서 협력을 강화해 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12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회담하고 미얀마에 대한 인프라 구축 지원 명목 등으로 260억 엔(약 2,471억원)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또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200억 엔(1,9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아세안 10개 회원국을 모두 방문했고, ‘아세안-일본’ 특별정상회의를 주최하기도 했다.

일본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 순시선을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에 제공하며 남중국해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8월 15일(현지시간) 홍콩 활동가들이 센가쿠(댜오위다오)에 상륙하기 위해 타고 온 카이풍2호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두척 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
日, 영유권 분쟁 중국 비판 … 필리핀에 순시선도 제공
아베 총리는 아세안 회원국들의 인프라 정비 등을 위해 5년간 2조 엔(약 20조3,200억원) 규모의 개발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은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철저하게 아세안 편을 들어 왔다. 일본은 순시선 10척을 필리핀에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의 순시선 제공은 필리핀의 해상 경비 능력 향상을 지원함으로써 남중국해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은 베트남에도 경비정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일본은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해 이른바 ‘대동아(大東亞)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세안 지역을 대부분 점령해 통치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그동안 아세안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를 꾸준히 늘려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9억 달러였던 일본의 아세안 주요국에 대한 FDI는 2013년 239억 달러로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아세안에 대규모 공적 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프라 투자, 제도 및 행정 개혁,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아세안에 공업단지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투자했던 일본 기업들이 앞다투어 아세안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아세안 인프라 수요가 교통과 도시개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해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를 출범시키며 해외 인프라 수주 실적을 2013년 기준 10조 엔에서 2020년까지 30조 엔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세안에 대한 주도권을 어느 국가가 거머쥐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일 양국이 아세안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다툼은 앞으로 더욱 팽팽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장훈 / 국제문제 에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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