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아세안 정치·안보 협력, 기회의 창 열려 있다 2015년 4월호
기획 | 글로벌 파트너, ASEAN을 주목하라!
한-아세안 정치·안보 협력 기회의 창 열려 있다

한국과 아세안의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지난해 12월 11~12일 부산에서 개최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가운데)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12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한국과 아세안 국가 정상이 모두 부산에 모여 한-아세안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한 정상회의를 열었다.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공식적 관계는 정상회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제 25년, 즉 장성한 성인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2004년 포괄적동반자관계를, 그리고 2009년에는 전략적동반자관계를 맺었다. 2012년에는 주 아세안사무국 한국 대표부가 개설되었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차원의 집단적 관계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의 관계에서도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수립하는 등 장족의 발전을 보였다.
‘세일즈외교’ 넘어선 한-아세안 관계 발전방향 찾아야
이런 국가 간의 공식적 관계는 한국의 경제성장,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양측의 무역, 투자에서도 큰 발전을 보였다. 특히 공동의 노력으로 1997~1998년 경제위기를 넘긴 한국과 아세안은 2009년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했고, 2010년부터 그 효력이 발생했다. 현재는 아세안,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16개 국가로 구성된 지역포괄적경제협정(RCEP)이라는 지역 차원의 자유무역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의 무역상대국이며, 제3위의 투자처다. 또한 한국이 가장 많이 무역 흑자를 보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치·경제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인적·문화교류, 개발협력 등 큰 발전이 있었다. 연간 약 600만명의 인적교류가 한국과 아세안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단순한 관광뿐 아니라 본격적인 문화교류, 학술교류, 그리고 이민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류를 시발점으로 시작된 양측의 문화교류는 이제 한국 내 동남아 현상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양방향 문화교류가 일어나고 있다. 인적교류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내 동남아 문화를 소개하는 촉매자가 되어 국내에 음식 등 동남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과 동남아 지역의 경제,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동남아에 대한 한국의 공적원조도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공여하는 공적원조의 약 25%가 동남아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아세안을 둘러싼 지정학, 지경학적 지형을 놓고 보면 한국의 위치는 애매하다. 동아시아의 중국, 일본에 비해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진다. 아세안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처럼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대국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안보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군사적으로 크게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렇다고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한국만이 가진 특수한 전략적 가치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많이 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우리만의 전략적 위치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와 아세안 사이의 경제관계, 특히 무역관계도 외형과 달리 내적으로 취약한 점들이 있다. 아세안 입장에서 한국이 중요한 무역상대국인 것은 맞는데, 한국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무역적자, 즉 한국의 입장에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점은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대아세안 관계에서 여전히 경제교류,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세일즈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교류도 매우 빨리 발전했지만 한류와 동남아 현상의 무게를 비교하면 한국 쪽으로 매우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한국과 아세안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리 만무하다.
그럼 지금까지의 발전을 뒤로 하고 한-아세안 관계는 앞으로 험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가? 기회의 창이 존재한다. 이 기회의 창은 정치·안보 분야 협력의 방향으로 크게 열려 있다. 2013년 한국은 아세안과 안보대화를 신설했다. 아세안이 역외 국가들과 양자안보 대화를 개설한 첫 예다. 아직 중국, 일본과는 안보대화체를 만들지 않았다. 적어도 안보협력과 관련해서는 아세안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 한국을 편한 상대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동남아 국가들에게 위협적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덜하다. 중국, 일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군사력이나 경제력 때문에 오히려 아세안은 한국을 더 편한 대화상대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아세안 역시 중국과 미국이라는 강대국 경쟁 사이에 불안하게 노출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안보, 전략 문제에서 협력할 소지를 더 높인다.
25년의 한-아세안 협력 관계를 넘어서 50년, 100년의 한-아세안 관계를 다지기 위해서는 경제협력, 사회문화 협력뿐만 아니라 이제 정치, 안보, 전략적 협력의 단계로 한-아세안 관계는 진화를 해야 한다. 더욱이 2015년 말 아세안공동체 선언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활로와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도 한-아세안 간의 정치, 안보, 전략적 협력은 기존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데 매우 좋은 아이템이다.
한-아세안 안보대화체 충분히 활용해야
따라서 이미 만들어진 한-아세안 안보대화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이 대화체를 활용해 지역의 전략적 환경에 대해서 서로 고민을 털어 놓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또 서로 가지고 있는 특수한 안보 상황, 예를 들면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 동남아 입장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동남아 국가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비전통 안보 문제도 좋은 안보 협력 사안이다. 이 안보대화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향후 한-아세안 관계 발전의 핵심이다.
이재현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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