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체벌 대신 촌지? 2015년 4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28
체벌 대신 촌지?
적정한 수준의 체벌이 도를 넘어서면 학대가 된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북한에도 체벌이 있는지 자주 묻는다. 안타깝게도 북한에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남한처럼 언론에 보도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을 낳지는 않는다. 물론 최근 교사들에 의한 학생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동당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비행자료를 공개하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사회적 이슈가 아닌, 교육부문에 국한된 부분적 문제로 치부된다.
촌지 부탁, 차라리 잘 됐다?
북한에서는 낙후생들에 대한 체벌이 일반적이다. 여기 서 낙후생이라 함은 지각생, 복장불량 학생, 생활태도 불량 학생 등이다. 이런 학생들에 대한 체벌은 간단하다. 남한처럼 생활지도 차원에서 운동장을 몇 바퀴 뛰게 하고, 비판서(반성문)를 쓰게 한다.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담당과목 선생님들에게 맡겨진다. 이전에는 숙제를 마저 시키거나 추가 과제를 더 내주고 검사하는 형식이었는데 요즘에는 달라졌다. 촌지 현상이다. 학생의 가정형편에 따라 교사에게 필요한 것들을 요구한다. 반복되는 학생을 불러 교양한답시고 불러 슬그머니 이야기한다. 촌지 종류는 다양하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정상참작이 될 수 있는 A4용지, 고급노트를 원하기도 하고 고급담배, 술을 요구하기도 한다. 선생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이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생겨난 하나의 풍조로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렇다면 촌지를 부탁받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응은 제각각이겠지만 태반이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교사와 친해지고, 아이의 실력향상을 바라는 것이다. 실력향상이란 높은 성적을 의미한다. 아이의 점수를 교사가 좀 높여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대학에도 있다. 주로 시험기간에 이루어진다. 일부 교수들이 소대장(학급장)을 불러 휘발유, 술 등을 부탁한다(참고로 휘발유는 보통 시장 쌀값의 1.5배, 술과 쌀은 1kg 기준 가격이 같다). 이유는 겨울 난방용 화목을 실어오기 위해 술이나 휘발유가 필요하다거나, 친인척의 환갑, 진갑이 있다는 구실이다. 담임교수는 학급 학생들이 알아서 척척 하기에 걱정이 없으니 전공교수는 학생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학교(중·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이야기 하나 소학교(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직접 말한다.
한편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사 폭력도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앞서 말했듯이 노동당에서 교사들의 비행자료가 전달되거나, 경우에 따라 해임되는 교사들의 경우 대부분이 폭력에 의한 것이다. 폭력은 육체적, 정신적 구타로 자행된다. 아이들의 뺨을 때리는 건 보통이고, 수업용 지시봉이나 자로 아이들을 때리는 방법, 기합에 의한 체벌 등 다양하다. 교사들의 구타로 코피가 나거나 머리에 혹이 생기고, 종아리에 멍이 드는 아이들도 많다. 일부 체력이 약한 아이들은 몇 차례 반복동작에도 비틀거린다. 한번은 여교사가 아이들을 때릴 일이 있으면 일부러 끝이 뾰족한 구두를 신고 출근한다고 노골적으로 자랑하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사회에서 체벌과 폭력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에 대한 의식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체벌로 인한 피해, 조용히 처리를 당연시
정신적 구타는 촌지와 관련되어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촌지를 요구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괴롭힌다. 똑같이 숙제를 안 해왔어도 다른 학생들보다 더 심한 욕설을 퍼붓고 모욕을 주고 일부러 힘든 일을 시키기도 한다. 이런 교사들의 비행으로 학생들이 전학을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않는 것이 다. 교사의 체벌 이상의 체벌로 인해 학생들의 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하지만 교내에서 조용히 처리되어 문제 제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종종 방송에 나온 탈북자들이 한국보다 북한에서의 체벌이 적다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언론을 통해 문제로 제기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모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교사들도 날로 현명해진다. 북한에서도 자식을 하나, 둘밖에 낳지 않는 풍조가 확산되며 당연히 자식을 귀히 여기게 됐다. ‘돌부처도 칭찬하면 웃는다’는 말처럼 교사들은 학부모의 심리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 한다.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는 교사들에 대해 감시를 강화한다는 한국의 뉴스를 듣고 있자니 북한 교육이 나아가야 할 현실이 더 멀게만 느껴진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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