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의 창 | 김정은 방러를 둘러싼 수수께끼들 2015년 4월호
외신의 창
김정은 방러를 둘러싼 수수께끼들
요즘 북한을 담당하는 기자들끼리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대화가 “설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 순방을 하겠어요?”이다. 작년 말 러시아는 오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많은 국가 정상들을 초대했다. 그 중에 한국과 북한도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외교 전략으로 인해 수수께끼 덩어리가 한반도를 휩싸게 됐다.
첫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은 이 기념식에 참석할 것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통 러시아의 이러한 초대를 받으면 벌써 반갑게 응하고도 남았을 텐데, 북한이라는 변수가 존재하다 보니 쉬운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잠시 크렘린 궁전에 모여 있는 그날을 상상해보면 결정을 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간다. 모스크바에 많은 정상들이 와 있는데 그 지도자들과 악수한 박 대통령이 김 제1위원장은 그냥 지나쳐 갈 것인가, 혹여 악수라도 한다면 한 마디라도 나눠야 할 텐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잠시라도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어떠한 모습일까, 궁금증 투성이다.
러시아의 이 친절한 초대를 북한 입장에서 보면 더 재밌게 느껴진다. 러시아 언론을 비롯한 웬만한 외신들은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순방한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북한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들은 그가 러시아 방문을 막판에 급작스레 취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즉 아무리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 지도자가 러시아에 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확정이 아닌 셈이다.
남북 정상회담, 깜짝 성사되나?
사실 러시아의 초대는 북한에도 수수께끼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면서 북·중관계는 김정일 정권 시기보다 악화된 모습을 보인다. 중국의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이 북·중관계를 일반 국가관계로 규정한 적도 있고, 아직 방북하지 않은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과 한국에서 각각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중국과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 북한이 그 거리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참 애매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여기서 일차적인 수수께끼는 물론 북·중관계의 미래이다. 새로운 중국의 지도자가 한국보다 북한을 우선 방문하던 중국의 외교적 전통이 깨졌다. 거기다 시 주석과김 제1위원장이 북한도 중국도 아닌 제3국인 러시아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는 게 적절한지도 큰 논쟁거리다. 간단한 회의라도 가질 것인지, 혹은 한 쪽에서 회의를 제안했을 때 다른 쪽에서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모두가 불확실한 의문투성이다.
北 방러 표명,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
또 다른 관심은 북·중·러 삼각관계에 쏠린다. 애초부터 북한은 중국과 소련 간의 균형외교를 실시해왔다. 소련이 북한 내정에 개입하려 하면 중국과 가까워졌고, 중국이 국내 이슈에 간섭하려고 하면 소련과 친밀해졌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붕괴됐다. 설상가상 중국은 산업 강대국으로 등장하여 북한이 포기할 수 없는 동맹국이 되었다. 지도자가 된 후, 단 한 번도 해외 순방을 하지 않은 김 제1위원장이 처음으로 러시아에 방문하겠다는 것은 중국에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다. 미국을 앞에 두고서 중국과 러시아가 아무리 동반자여도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패권 경쟁이 있다. 중국은 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속 시원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한의 외교 전략에 과연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처럼, 김 제1위원장의 방러를 둘러싼 가장 큰 수수께끼는 이제부터이다. 이번 해외 순방이 이루어진다면 중국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공고화되었는지 눈여겨 볼 것이다. 이는 김 제1위원장과 동석하는 인물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성택이 숙청되기 전 북한 군부는 최룡해가 맡고 있었다. 숙청 후에는 최룡해가 한창 부상하다가 다시 사라졌으며, 작년 말부터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번 5월 9일은 북한 김정은 체제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기회이다. 즉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인지, 간다면 누구를 데리고 갈 것인지 모두 관심사이자 수수께끼다.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변은 5월 9일 알 수 있다. 이날 수많은 쟁점들 중 일부가 풀릴 것이다.
시나시 알파고 / 터키 <지한통신> 한국 특파원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