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인프라 없는 통일한국, 상상할 수 있나요?” 2013년 2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허지후 서울대 통일한반도인프라센터 부소장
“인프라 없는 통일한국, 상상할 수 있나요?”
A. 2004년 일본 게이오대 방문학자로서 남북 및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 통일외교 문제를 놓고 극단적 입장 차이를 보여 왔던 한국 내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소모적 정쟁으로 때론 객관적 사고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는데요. 일본에서 이러한 문제를 성찰하고 나름의 사고관 정립을 하고자 노력했던 시기였어요. 그 때 저를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놓고 보인 일본의 자세였죠. 납북 일본인 여성 메구미 씨의 가짜 유골문제였는데, 일본 언론은 수 개월간 온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반북 감정을 키워가고 있었어요. 당시 당면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역할 또는 아시아의 리더로서의 미래지향적 일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국내용 정치 이익에 매몰된 모습을 보게 된 것이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나 전후 독일이 보였던 전향적 자세와는 너무나 다른 면모에 실망하게 된 시기였어요. 그때 결국 남북문제 해결은 한반도 자체 지도 역량이 나올 때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남북 간 정치게임이 아닌 서로가 필요로 하는 실용적 의미에서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은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Q. 통일한반도인프라센터,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A. 2011년 11월 21일 개소했어요. 공과대학 교수 50명 정도가 겸무교수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죠. 센터 출범 전 2011년 초에 북한 SOC 건설 연구센터 설치를 위한 사전 연구를 진행했었어요. 여기에는 필요성과 활동 방향을 정하기 위한 관련 기본 내용 연구가 포함되어 있었죠. 그 중 우리가 인식한 것은 북한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으로 남아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따라서 북한 SOC 개발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을 이루고, 한반도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는 기초 위에서 준비된 통일을 이룩해 재앙이 아닌 한반도 도약의 축복이 되도록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죠. 그래서 개소식의 슬로건도 센터의 비전을 나타내고자 “더 큰 내일을 위한 오늘의 준비”로 정하게 되었어요.
미래를 위한 오늘의 투자라는 측면에서 우리 센터는 조직 당시 기능을 북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통일국토종합 계획, 각 분야 계획, 실행 계획, 비상 계획 등을 수립하는 것과 향후 사업시행을 위한 전략 계획을 수립하는 등 북한 SOC 개발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도록 설정하였죠. 센터의 운영 방향은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공조, 기업과의 실용적 협력연구, 그리고 연구기관 간 통합적 연구 수행을 바탕으로 기조를 잡았고요. 더 나아가 대학에 소속된 기관이기에 필요인력 양성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향후에 사업추진을 전제한 전략계획 수립과 실질적 코디네이션 역할도 의미 있는 기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실천과제의 추진을 위한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 수행체계에 대한 연구를 통한 지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공과대학 교수가 주축이 된 것에 대해 창립 당시부터 화제였는데?
A. 통일과 북한 문제는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 중심으로 담론을 형성하다보니, 총선 혹은 대선 등의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정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정쟁적 도구로 이용된 점이 많았죠. 그 결과 오히려 반통일적 분위기 형성에 기여한 점이 크다고 할 수도 있어요. 이젠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낼 순 없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어요. 한반도에 멈춰 있는 ‘냉전의 시계’를 이제는 풀어야 할 것이고, 그 해법도 달라야 한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된 것이죠. 향후 우리 발전의 성장동력은 다름 아닌 북한과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개척, 대륙과의 연계성 회복, 그리고 노동력 및 지하자원의 확보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단절된 교통망을 대륙과 연결함으로써 극동의 물류 중심지로 부상하는 기회를 얻게 되며, 우리말이 통하는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세계적인 물량의 각종 지하자원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죠. 이렇게만 된다면 고임금과 고령화로 노동력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및 제조업, 자원개발 분야에도 총체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비(非)이념적이면서도 실용적인 SOC 개발은 북한에 내생적 성장동력을 심어줌으로써 남북 경제격차를 줄일 것이고, 그 동안 점진적 사회통합의 과정을 통해서 통일에 이르게 하는 목적을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과정이자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믿음이에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일, 밝은 미래를 생각할 수 없죠. 통일은 정치적 담론보다는 SOC 구축 등 실용적 접근 방법을 통해서 더 유효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봐요.
Q. 센터가 최근 발표한 ‘북한 인프라개발을 위한 7대 실천과제’에 대해?
A. 새정부에 북한 SOC 개발 추진의지를 심는 동시에 구체적 과제를 제안함으로써 추동력을 붙이고자하는 의도였죠. ‘남·북·러 가스관연결(PNG)’, ‘대륙 교통물류 네트워크 연결’, ‘접경지역 다국적 도시 네트워크 구축’, ‘백두대간을 이용한 상수원확보 및 에너지 협력도시 구축’, ‘DMZ 인접 다국적 평화존 건설’, ‘개성공단 확대 및 금강산 사업재개’, ‘남포항 및 평양 물류타운 조성’ 등이 있는데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얻어지는 유무형의 편익은 무한할 수 있습니다만 우선 대표적인 예로써 남·북·러 PNG 사업의 경우를 이야기해 보죠.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소비 비율에서 LNG 비중은 13.3%로 석유, 석탄 다음 3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LNG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공급될 PNG에 비해서 액화과정과 저장기지가 필요한 LNG는 공급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거든요. 러시아로터 바로 파이프라인를 통해서 PNG를 공급받을 경우 최대 30%까지도 가스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어요.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는 매우 크겠죠. 현재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이미 관이 매설된 상태이고, 나머지도 러시아가 매설 의지가 있어요. 무엇보다 장점은 초기 정부 투자 사업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소규모이고, 사업성이 좋아 단기간 내 바로 회수가 가능하며 민간 참여도 용이할 것이라는 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철도, 도로, 송전관 개발 수요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산업단지를 개발하여 내부 성장동력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요.
그런데 한·러와 북·러의 추진 의지 및 협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 간의 합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러니 새정부에서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죠.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주면 민간의 사업수행 능력은 이미 입증이 되었기에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이루어지고, 미국, 일본, 러시아의 협의를 거쳐 사업추진을 하게 되면 대략 3년 내에 실현이 가능할 수도 있는 사업이라고 봐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서울대 통일한반도인프라센터 공동주최로 열린 ‘한반도 도약의 블루오션, 북방경제’ 국토인프라구축 정책제안회에서 허지후 한반도인프라센터 부소장(오른쪽)이 황인경 새누리당 여성본부장에게 ‘국토인프라구축 실천과제’를 전달하고 있다.
Q. 문제는 재원인데?
A. 북한 인프라 구축은 남한이 국책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모든 재원을 정부가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요. 정부가 사업 추진 초기 필수자금 정도를 투입하면 결국은 민간이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 등의 추진체계에서 투자재원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면 첫째 방법은 북한의 자원을 이용한 개발이에요. 정부(통일부)가 사업의 코디네이션 주관을 하고 건설, 엔지니어링, 해외기술사, 자원회사 등으로 구성된 SPC를 만들어서 그 조직이 자원현물화를 통해 재원조달 및 사업추진 주체가 되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면 국가 주요 SOC인 항만, 공항, 철도 등의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다국적 개발 방식인데요. 다국적 자원이 투자된다는 의미겠죠. 대표적인 것이 남·북·러 PNG 사업인데, 러시아가 관을 매설하고, 남한이 초기 투자하며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방식 등이 되겠죠. 접경도시나 산업단지 개발의 경우에도 중국, 러시아, 한국이 공동투자를 하고, 기타 해외자본 유치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금융기법 들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남한 개발에서 적용되었던 PF를 비롯한 다양한 기법들이 있죠. 남북관계 회복과 신뢰가 형성되면 얼마든지 다양한 금융도 가능하다고 봐요.
Q. 통일미래를 위한 한반도인프라구축 측면에서 새정부에 대한 제언?
A. 이미 검토되고 공감을 이룬 실천과제 추진을 중심으로 남북협력의 물꼬를 터야 해요. 가장 기본이 되는 문제는 ‘남북관계의 회복’입니다. 돈도 문제지만 관계회복과 환경조성만 되면, SOC 개발은 어떻게든 할 수 있거든요. 긍정적 관계회복과 추진모델이 세워지면 그걸 지렛대로 협력을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에요. 기본적으로는 통일국토 SOC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각 분야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래야 체계적인 국토이용과 종합적 국토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죠. 수행 체계의 합리성도 점검해 봐야할 것입니다. 현행 통일부와 각 부처 간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수행 및 관리 주체의 거버넌스 체계가 명확해야만 향후 효율적 사업추진이 될 수 있어요. 필요한 경우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세부작업 시 업무분장과 새로운 추진체계 필요성에 대한 검토와 재정립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봐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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