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일촉즉발 정세 속 정상적 국정운영 과시 2013년 4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일촉즉발 정세 속 정상적 국정운영 과시
북한이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반발해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끌고 가면서도 내부적인 경제 및 정치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는 10년 만에 전국 경공업대회가 열렸다. 북한에서 전국 단위의 경공업 관련 대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03년 3월 23∼24일 ‘전국 경공업부문 일꾼회의’ 이후 10년 만이다. 북한은 1990년 6월 ‘전국 경공업대회’를 개최했고, 1961년 4월에는 ‘전국 경공업부문 열성자회의’를 열었다.
10년 만에 경공업대회 개최 … “돌파구 열어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번 대회에 직접 참석해 육성연설을 통해 경공업 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연설에서 “사회주의 낙원을 만들려면 농업 전선과 함께 경공업 전선에 힘을 집중해 승리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며 “일촉즉발의 첨예한 정세가 조성된 속에서도 당 중앙은 전국 경공업대회를 열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공업 공장에서는 생산을 정상화할 데 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 기업소에서 생산을 정상화하는 것을 선차적인 과업으로 틀어쥐고 인민생활에 절실히 필요한 소비품을 다량생산하며 기초식품과 1차 소비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공업 발전을 위한 재원조달과 관련, “장군님께서 중공업의 위력도 인민의 생활에서 나타나게 해야 한다며 단천지구 광산들과 공장, 기업소를 뚝 떼어 전적으로 인민생활자금을 보장하는데 복무하도록 해주셨다.”고 밝혀 단천지구에서 생산되는 마그네사이트와 연·아연 등 유색금속을 수출해 벌어들인 자금을 경공업 발전에 사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 제1위원장은 “생산된 제품이 비법적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없애고 인민들에게 더 많은 소비품이 차례지게(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경공업 제품의 불법거래 근절을 강조하고 “우리 일꾼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입병은 경공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수입대체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며 농업과 경공업을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 전선’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일각에서 와병설이 제기된 김경희 당 비서가 지난 2월 27일 제3차 핵실험에 참가한 유공자들과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 참석한 이후 19일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국경공업대회는 지난 1월 북한의 노동당 말단 간부가 대규모로 참가하는 ‘제4차 전당 당세포 비서대회’와 지난달 열린 전국 3대혁명소조 열성자회의에 이은 전국 규모의 행사다.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차에 소년단과 청년단체, 여성단체 등을 대상으로 전국대회를 열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데 이어 사회 부문별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각인시키고 있는 셈이다.
“불타는 적개심으로 밀·보리 파종 다그쳐”
북한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하고 내부적으로 주민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하면서도 경공업대회를 개최한 것은 국가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경제발전을 위해 주민들을 독려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북한은 지난 3월 21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 회의를 4월 1일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월 21일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날 대의원들에게 회의 소집을 알리는 공시를 발표하고 3월 30∼31일 대의원 등록을 하도록 했다.
김일성 시대 이후 북한은 통상 매년 4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국가의 예·결산을 비롯해 조직개편, 내각인사 문제 등을 심의·의결해왔다. 4월 열리는 회의는 우리 정기국회에 해당한다. 북한의 명목상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개정을 비롯해 조약의 비준·폐기 등 국가 대내외 정책의 기본원칙 수립,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내각 총리 등에 대한 선출·소환, 국가의 경제 관련 정책을 심의·승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최고인민회의를 정상적으로 소집함으로써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정치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과시했다. 위기 속에서도 북한에서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이뤄질 뿐 아니라 경제활동도 정해진 수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3월 14일 봄철 밀과 보리 파종을 다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우리 공화국에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침략자들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으로 심장을 불태우며 전국 각지의 농업근로자들이 당면한 밀·보리 파종을 힘 있게 다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내각 농업성 류명선 부원(공무원)은 “전국적으로 파종계획을 3월 12일 현재 70% 이상 해제꼈다(다했다).”며 “특히 평양시, 평안남도, 황해남도에서는 봄 밀·보리 심기를 100% 끝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경제활동의 성과를 선전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17일자 1면을 경제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노동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평안북도 향산군에 있는 희천발전소의 2단계 공사 진행 상황을 전하면서 “희천발전소 2단계 공사대상인 청천강 계단식 발전소 건설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이 원수 격멸의 기상 안고 위훈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농사차비성과 확대’라는 글은 “결전의 시각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요즘 각지 농업 부문의 일꾼과 근로자는 목숨보다 귀중한 사회주의 조국을 결사 수호할 철석의 의지를 안고 농사 차비(채비)에 박차를 가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위협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정상적인 정치경제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위기국면은 4월에 접어들면서 한 고비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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