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4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그룹홈, 탈북청소년의 힐링 캠프죠” 2013년 4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임향자 하늘꿈학교장

“그룹홈, 탈북청소년의 힐링 캠프죠”

ITV_201304_44Q. 하늘꿈학교 설립 전까지 어떤 활동?

A. 1991년부터 해외에 선교사 파송을 위한 교육을 하고, 파송 후 후원하는 일을 해 왔어요. 1996년에는 해외선교 영역을 중국 시안부터 시작되는 실크로드를 따라서 이스라엘까지 넓히는 비전을 품게 되었죠. 이 비전에 따라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북한은 대홍수 후 1996년, 수백만의 아사자가 생겼고 엄청난 수의 탈북자들이 생존을 위해 중국 국경을 넘었거든요. 이들을 돕는 선교사를 후원하며 1999년 하나원 개원과 함께 북한이탈주민의 건강한 정착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남한 가정 ‘홈스테이(home-stay)’ 프로그램, 청소년 교육, 여성 교육 프로그램을 하늘꿈학교 개교 이전까지 진행했죠.

Q. 하늘꿈학교는 언제 시작?

A. 2002년부터 1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03년 6명의 교사와 6명의 학생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북한이탈주민 학생들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잖아요? 얼굴이 언론에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인데, 그래서 2003년 3월 6일에 개교하고 일주일 후에 개학하여 기숙학교로 시작하게 되었죠.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면서 같은 민족이지만 분단 60년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환경을 가진 전혀 다른 국가임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죠.

따라서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곧 남한과 북한 사이를 원활하게 연계할 수 있는 지도력, 즉 리더십을 갖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어요. 성인이 되어 가치관이나 세상을 보는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죠. 그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대안학교를 열게 되었던 겁니다. 실제로 2000년도 들어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많이 입국했지만 나이나 문화, 언어, 교과과정 등이 서로 많이 달라 남한 공교육에 편입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던 점에 착안한 것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북한이탈주민의 건강한 남한사회 정착은 통일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고 봐요. 이들이 남한사회에 건강하게 정착해야만 남한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탈북민이 남한사회 정착에 갖는 두려움의 시각이 함께 사라질 수 있지 않겠어요? 따라서 저희 하늘꿈학교는 교육 원칙으로 탈북민이 남한사회에 건강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전인 맞춤 교육을 합니다.

북한에서 습득된 잘못된 점은 버리고 이들의 장점을 살려 자존감을 높여주고요. 스스로 노력하여 차상위 계층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돕죠. 또 건강한 정착을 하는 탈북청소년들이 남한 거주 북한이탈주민의 ‘롤 모델(roll model)’, 즉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하고요. 남한과 북한을 경험한 탈북청소년들이 통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리더십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려고 합니다.

Q. 하늘꿈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A. 저희 학교는 탈북청소년에게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하고 있어요. 가장 큰 목적 두 가지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탈북청소년의 건강한 남한사회 정착과 통일시대의 리더십을 육성하는 것이죠. 지성교육은 네 개의 학급을 운영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획득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초·중·고등학교 정규과정 전 과목을 교육하고 있고요. 대학입시반을 운영하여 토익, 논술, 컴퓨터 교육은 물론, 대입원서 작성부터 모의 면접까지 진행하죠. 미국 대학생들과 두 달간의 일정으로 홈스테이를 하며 자연스레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죠.

인성교육은 ‘그룹홈’ 프로그램이라고, 공동생활 과정을 통해 가정에서의 교육을 하고 있고요. 전문가 상담이나 미술, 음악, 무용 등을 이용한 심리치료도 병행하고 있어요. 학교 내에 합창반, 축구팀, 영화제작반, 심리정서반, 오케스트라반 등 다양한 소모임도 이러한 인성교육의 일환이죠. 그 외에도 남북통합교육이라고 남북청소년(대학생)의 영어 및 통일캠프를 진행하고 있고요. 학업을 마친 탈북청소년들, 특히 사회에 나가기 직전의 청소년들을 위해 진학 및 취업교육도 하죠. 진로적성 검사와 상담을 통해 특기를 찾아주고, 직업특강과 현장탐방, 단기인턴십 등을 통해 실제 분위기도 익힐 수 있도록 합니다.

Q. ‘그룹홈’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

A. ‘그룹홈’은 생활 교사 1인이 부모의 역할을 하며 7명 이하의 탈북청소년들이 한 가정을 이루는 프로그램입니다. 북한 또는 남한에서 가족해체를 경험한 탈북청소년에게 부모역할을 하는 선생님과 형과 언니, 동생이 함께하는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을 제공하죠. 탈북청소년들은 탈북하면서 가정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죠.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남한까지 온 어린 학생들에게는 포근한 ‘집’이 필요해요. 부모님이 필요한 것이죠. 이들이 다른 문화권에서 겪는 충격, 적응에 대한 두려움, 상대적인 부족함에서 오는 박탈감을 풀어놓을 곳이 필요한 것이에요. ‘그룹홈’은 탈북청소년들의 ‘힐링 캠프’ 같은 곳이죠. 선생님들이 엄마, 아빠로서 직접 삶을 나누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탈북청소년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게 됩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우리 학생들이지만 서로 다독이고 안으면서 오히려 선생님들을 섬기는 모습을 드러내요. 선생님의 생일상을 직접 차려 주기도 하고요. 스승의 날이면 모두가 눈물바다가 되곤 합니다.

Q. 그룹홈 운영에 어려운 점?

A. 우선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 신뢰하기까지 쉽지는 않죠. 선생님들의 많은 사랑의 수고와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적은 월급에 사명감으로 감당하지만 2년 이상 되면 선생님들이 지치는 현실이 사실 많이 안타까워요. 또 초기에는 무기력증과 게임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힘이 들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잠자는 것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니 대견하고요.

사실 그룹홈을 위한 집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 조달에 어려움도 많죠. 공공요금 및 식비 등의 운영비 조달은 언제나 걱정이 되는 문제죠. 우리나라에서 처음 하다 보니 지난 7년간은 정부 지원이나 공적기금 지원이 전혀 없이 후원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또한 지금은 북한의 문화, 생활 및 통제체제에서 오는 특성을 알 수 있게 되어 이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했어요. 불성실하고, 일방적이고,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던 적도 많았죠.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제게 큰 감동을 줘요.

Q.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A. 우선 아이들이 대학가서 공부를 끝까지 마치고, 취업을 위해 국가고시에 합격한다든지 남한사회에 건강하게 정착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 있죠. 또 자신들의 고향과 조국을 위해 성장해서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볼 때도 그렇고요. 아이들이 하늘꿈학교를 자신들의 집으로 생각할 때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향후 계획?

A. 향후 3년간은 학교 교육의 모든 영역을 남한의 중간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힘쓸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기술과 직업과 재능으로 통일과 북한의 민주화,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육성하는 데 전력할 것이고요. 하늘꿈학교 동문 커뮤티니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계획이에요. 모쪼록 정부 차원에서도 탈북자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통일을 준비하는 지도력임을 인지하여 재정적인 측면에서나 프로그램 측면에서 여러 가지로 응원해주면 좋겠어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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