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버섯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아동 눈높이에 맞춰 2013년 4월호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1 | <저울형제가 일으킨 소동>
버섯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아동 눈높이에 맞춰
애니메이션 <저울형제가 일으킨 소동>은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23분짜리 영상으로 2010년 8월에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 작품은 북한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버섯에 대한 상식과 재배법을 코믹하게 만든 작품으로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어 버섯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강조하는 버섯재배에 대한 지식이 아동영화의 주제가 되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
300g 밖에 되지 않는데 정보당 100t 생산?
저울형제들은 무지개 동산 종자창고에서 봄이 되면 농사에 쓰일 종자들을 잘 관리하고 있었다. 이때 저울형제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씨앗연구소의 현미경 박사였다. 현미경 박사는 겨울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종자를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연락을 받은 동생 저울은 온실을 크게 지어놓고 종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한다. 현미경 박사는 저울형제가 버섯재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하였고, 버섯균을 가져가는 플라스크에게 버섯재배에 대해서 잘 알려주라고 단단히 당부하였다.
한편 무지개 동산 종자창고 한마당에는 옥수수 알갱이를 빼내고 남은 옥수수대궁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형 저울이 나섰다. 형 저울은 자기가 창고를 치우겠다고 하면서 동생 저울에게 자동차 열 대를 가지고 가서 종자를 받아오라고 하였다. 동생 저울이 막 떠나려 하는데 플라스크가 버섯종자를 가지고 종자 창고로 왔다.
버섯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형 저울은 플라스크에게 ‘생산량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플라스크는 1정보(町步)당 100t 정도 생산된다고 하였다. 저울형제는 플라스크의 말이 의심스러웠다. 플라스크의 무게가 겨우 300g 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생산이 가능할지 의심이 되었다. 형 저울은 플라스크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 온실과 농약을 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플라스크는 형 저울이 주겠다는 온실이나 농약을 마다하고는 옥수수대궁이가 있는 창고를 쓰겠다고 하였다.
플라스크는 옥수수대궁이를 갈고 버섯균을 심어 두었다. 플라스크의 관리 속에서 종균들은 정착하고 겨울을 보냈다. 겨울이 지나고 버섯 수확을 앞두게 되었다. 플라스크가 창고를 잠깐 비운 사이 저울형제들이 몰래 버섯창고로 들어가 재배장을 돌아보았다. 창고 안에는 농업 작물을 없고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사실은 버섯종균이었는데, 저울형제가 곰팡이로 오해 한 것이었다. 저울형제들은 곰팡이가 끼게 되면 종자들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리고는 곰팡이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창고를 빈틈없이 막아버렸다. 그리고 3일이 지났다.
농업, 북한 애니메이션 단골 주제
갑자기 버섯창고가 터질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현미경 박사가 기자들을 데리고 종자창고로 찾아왔다. 현미경 박사를 본 저울형제는 현미경 박사에게 곰팡이가 왔다고 말하려 하였다. 버섯들이 창고를 뚫고 나오는 것을 본 저울형제는 그제서야 버섯의 수확량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저울형제들은 버섯이 정보당 수확량이 높은 작물일 뿐만 아니라 쓸모없이 버려지는 옥수수대궁이 같은 것을 이용할 수도 있는 작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울형제가 일으킨 소동>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버섯재배를 소재로 하였다는 점이다. 버섯은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으며, 쓸모없이 버려지는 옥수수대궁이 같은 것도 이용할 수 있고, 겨울에도 재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쯤 되면 버섯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도 곧 버섯재배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배울 수 있다.
이처럼 버섯재배를 강조하는 것은 농업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농업분야이다. 2000년 이후 여러 해에 걸쳐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하고 식량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북한의 식량난은 여전하다. 적기적작(최적의 시기에 농사를 심자), 적지적작(땅에 적합한 품종을 심자), 두벌농사, 과학화를 통한 생산력을 강조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버섯재배를 강조하는 것이다.
아동들이 주로 보는 애니메이션으로 강조할 만큼 농업문제가 절실해졌고, 아동들이 배워야 할 상식의 하나로 버섯재배가 포함된 것이다. 버섯재배는 아니지만 농업과 관련된 주제는 북한 애니메이션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농업과 관련된 애니메이션으로는 개구리가 해로운 벌레들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개구리 보초>, 감자는 땅 속에서 열매를 맺지만 뿌리식물이 아니라 줄기식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음악경연날에 있은 일> 등이 그런 예이다. 아동영화의 주제 영역 속에는 농사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텔레비전 방송물인 <새로 온 처녀인수원>에서도 버섯재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대군인 출신의 처녀인수원은 탄광원들을 위해 버섯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버섯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요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직접 연구에 나서 폐광을 이용한 버섯재배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탄광원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버섯 요리를 마음껏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버섯재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방송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저울형제가 일으킨 소동>과 <새로 온 처녀인수원>에서 강조하는 것은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다. 한 겨울에도 재배할 수 있고, 쓸모없는 옥수수대궁이를 활용할 수 있는 버섯처럼 기존의 농업에만 머물지 말고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북한 인민들에게 강조하는 요구사항이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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