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 북한 13기 3차 최고인민회의 개최 … 주민생활 향상에 집중 2015년 5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북한 13기 3차 최고인민회의 … 주민생활 향상에 집중
북한이 지난 4월 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3차 회의를 열고 경제 건설을 국가목표로 정했다. 북한은 이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645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에서는 올해 예산안을 확정했는데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경축하기 위해 올해 전체 예산 지출을 지난해보다 5.5% 늘리기로 했다.
분야별로 보면 국방비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작년과 같았다. 또 과학기술부문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5% 증가시키기로 했다. 특히 산림(9.6%), 기본건설(8.7%), 체육(6.9%), 교육(6.3%), 문화(6.2%), 기초공업과 경공업(5.1%), 수산(6.8%), 농업(4.2%), 보건
(4.1%) 분야의 예산도 지난해보다 늘었다. 모두 경제 발전과 주민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항목이다. 기광호 재정상은 “인민경제 전반을 추켜세우고 인민생활 향상에서 전환을 일으키며 기념비적 창조물의 건설과 산림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여나갈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러나 예산 총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 편성을 토대로 북한이 올해는 주민생활의 질 향상에 국정운영을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며 “기업체들이 기업 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해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을 박도춘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에서 김춘섭 전 자강도 당 책임비서로 교체했다. 김춘섭 신임 국방위원은 군수공장이 밀집해 있는 자강도 당 책임비서를 지냈으며 이번에 박도춘을 밀어내고 국방위원에 선임된 것으로 미뤄 신임 당 군수담당 비서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노동당 정치국확대회의를 열고 인사 문제를 논의한 만큼 이때 당 군수담당 비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는 북한의 국방공업 및 군수산업 관련 정책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다.
예산지출 5.5% 증액 … 군수담당 국방위원 교체
북한은 2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비교적 폭 넓은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외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2주년 중앙보고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보고자로 나선 황병서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로 호칭했다. 황병서는 군 총정치국장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이번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까지 꿰차게 됐다. 이로써 작년 5월 황병서, 작년 10월 최룡해, 올해 4월 황병서로 서열 2위 인사가 바뀌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게 됐다.
노동당은 지난 2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주재로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조직(인사) 문제’를 논의했던 만큼 황병서는 이 회의에서 상무위원에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 직후 행사에서 북한 매체는 황병서를 최룡해 당 비서보다 앞서 호명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그동안 최고지도자인 김 제1위원장과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비서 등 3인 체제로 유지됐다. 황병서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확인됨에 따라 최룡해 당 비서는 상무위원에서 물러났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김정일 위원장 생일 기념보고대회에 참석해 보고한 최룡해를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호칭했으나 이후에는 이 직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핵심 실제 5인방, 김정은 백두산행 수행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4월 18일 새벽 김정일의 원수 칭호 수여일(4월 20일)을 앞두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 리재일·리병철 당 제1부부장과 백두산에 올랐다. 백두산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이래 ‘장성택 처형’ 결정 등 주요 계기 때마다 백두산에서 3대 세습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김 제1위원장의 이런 정치적 행보를 공식 수행한 이들 5인방은 김정일 3년 탈상 후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현 시점에서 그가 가장 신임하고 국정 운영 전반을 논의하는 핵심 실세임을 보여준다. 황병서는 ‘선군정치’의 군, 최룡해는 내치, 김양건은 대외정책 전반, 리재일은 선전·선동, 리병철은 군사전반을 관장하는 사실상 김정은 체제의 ‘이너써클’인 셈이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에 대해 집권 4년차에 들어서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 최고인민회의, 중앙보고대회 등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적 경험과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공개 활동을 통해 간부와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지난 3년간 거침없는 행보로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얻은 그가 굳이 이번 회의에 반드시 참석해야 할 절박성이 떨어진 셈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공식 집권 이후 같은 패턴을 보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1998년 9월 최고 통치자로 오른 이후 2002년까지 빠짐없이 회의에 참석했지만 2003년 3월 열린 제10기 6차 회의에 처음 불참했다. 이후 2004년을 비롯해 사망 전까지 참석한 횟수는 고작 4차례에 그쳤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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