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북한 동포 위해 베푸는 게 제 숙명이죠” 2013년 5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김치운 인터내셔날에이드코리아(IAK) 대표
“북한 동포 위해 베푸는 게 제 숙명이죠”
Q. 인터내셔날에이드코리아(IAK)와 함께하기 전까지?
A. 원래 행정공무원 출신으로 계속 서울시 행정에 몸담아 왔어요. 퇴직 후에는 계명대학교 행정학과에서 7년간 교수로 일했고요. 초등학교 시절에 장래희망을 물으면 남을 도와주는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하겠다고 대답한 것을 기억해요. 아마 어릴 때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 1979년에 미국 남가주대학교(USC) 행정대학원에 국비로 연수를 하던 중 그곳에서 NGO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미국의 NGO 활동을 중심으로 소논문을 쓰게 되었어요. 이때부터 민간 자선단체의 구호활동에 대해 많은 매력을 가지게 된 것이 IAK를 시작하게 된 동기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지방행정 책임자로 일선에서 주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 철거민에 대한 행정업무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몹시 상했던 기억이 있어요. 철거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분들과 대치할 때 그분들의 어렵고 힘든 환경을 경험하며 많은 갈등과 연민으로 속앓이를 했어요. 언젠가는 저분들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죠. 이러한 경험도 하나의 동기부여가 된 것이죠.
Q. IAK 설립과정?
A. IAK는 2001년 3월 29일 비영리 사단법인 국제구호 단체로 첫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12년간 꾸준히 가난으로 고통당하는 어려운 분들과 재해와 전쟁으로 인한 이재민과 함께 하였죠.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아시아 23개국에 약 360억원에 달하는 의약품과 의료기구 그리고 구호품을 전달하였어요.
IAK는 제가 공직을 퇴임하면서 바로 조직되었어요. 1999년 경기북부 지역에 대홍수가 있었어요. 사망자만 128명에 이르는 대홍수로 많은 수재민이 발생한 상황이었어요. 그때 미국의 구호단체인 인터내셔날에이드(IA)의 플럼(Ralph E. Plumb) 총재가 전세 비행기로 약품과 구호품을 싣고 왔는데, 막상 이를 수재민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거든요. 지금 횃불트리니티 신학교 부총장으로 계시는 송용필 목사님께서 제게 부탁을 하여 이를 경기도와 연계해 해결해 준 일이 있었어요. 이후 플럼 총재와 송용필 목사님께서 상의하셔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를 맡아달라는 의견을 제시하셔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것이죠. 당시 구호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든 터라 제의를 받아드리기로 하되, 지사 설립은 우리가 추구하는 구호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적인 단체를 한국에 설립하는 조건으로 하고 IA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참을 허락 받았어요.
2000년 10월 20일에 128명의 창립회원이 모인 가운데 창립총회를 가졌죠. IAK가 창립될 때까지 각별한 지도와 수고로 도와주셨던 송용필 목사님과 탁월한 행정력으로 뒷받침 해주셨던 김광시 사무총장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신영석 평화문제연구소 부이사장님께서도 많은 조언과 물심양면의 지원을 해주셨고 지금까지도 여러 방면에서 지도해 주고 계시죠.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Q. IAK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원 프로그램?
A. IAK의 활동도 다른 자선단체가 활동하는 내용과 별반 다름이 없어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에게 의약품과 구호품을 전달하여 위로와 소망을 주는 활동은 같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우리 IAK가 다른 단체와 차별화 되는 활동이 있다면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첫째는 IAK 산하에 의료봉사단인 ‘IAK Medical Service Team’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초대 대한산부인과 의사협회장을 역임하신 이준환 박사님이 단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이 의료 봉사진은 의사, 간호사, 약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재해로 고통 받는 현장과 진료가 필요한 지역이나 환자들을 위하여 진료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근간에는 탈북여성을 비롯한 이주 여성들에 대한 건강검진을 2년간 8차례에 걸쳐 진행했고요.
두 번째는 ‘VITA-HELP’ 사업입니다. 지구촌에는 약 2억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영양결핍으로 고통 받고 있고 매 5초마다 귀중한 생명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해요. IAK는 지구촌 영양결핍 아동을 돕기 위한 ‘VITA-HELP’ 사업을 통해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게 영양제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주로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모금활동인 ‘사랑의 저금통’으로 이루어지고 있고요.
세 번째는 IAK 협력선교사 활동입니다. IAK는 아시아 지역에 보다 역동적이고 효과적인 구호를 위하여 현지에서 봉사하고 있는 선교사를 협력선교사로 임명하고 그분들을 통하여 의약품과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어요. 현재 15개국에 20명의 선교사분께서 수고하고 계시죠.
Q. 대북지원과 관련 어떤 활동?
A. IAK는 활동영역의 초점을 북한과 동남아시아에 두고 있어요. 북한에 있는 우리의 동포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2004년 북한의 룡천역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IAK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당시 최고 규모였던 약품 100억원 상당을 사고현장에 지원하기도 했죠. 그 외 IAK의 대북지원 관련 프로그램은 언제나 평화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해 왔어요. 저도 평화문제연구소의 이사이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도 평화문제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이상과 정체성이 IAK의 정신과 같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올해부터는 두 기관이 공식적으로 함께 북한의 어렵고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한 사회공헌 MOU를 체결하고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시작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Q.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A. 두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2004년 2월 말경 미국의 협력단체인 ‘Kingsway Charities’에서 무려 260억원에 달하는 의약품과 구호품이 서울에 도착하였어요. 그 어마어마한 양의 의약품에 대해 분류작업을 마치고 난 후 저희는 고민에 빠졌죠. 약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것이 화상치료제와 타박상치료제, 그리고 안약 등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약품은 유통기한이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저기 연락을 해도 이 약품을 가져가려고 하는 곳이 없는 거예요. 약 10개월 정도 유통기한이 남은 약들을 보면서 막막했죠. 이 많은 약을 보내주셨을 때는 뜻이 있을 것인데 특히 화상치료제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해결해 달라고 창고에서 정말 절실하게 기도하며 매달렸어요. 그런데 4월에 북한 룡천역에서 대규모의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이에요. 뉴스보도가 나온 날 아침에 민간 구호단체가 긴급회의를 한 자리에서 화상약 6천명분, 100억원 상당의 지원은 톱뉴스였죠. 보름 후에 인천 부두에서 전국의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힘을 모아 120억원 상당의 약품과 구호품을 선적하고 IAK 유현정 팀장이 현장으로 출발했을 때, 그 때가 가장 보람이 있었던 기억입니다.
또 하나는 2005년도에 동남아에 쓰나미 재해가 일어났을 때 IA 본부는 피해가 가장 심한 인도네시아에 구호를 하고, IAK는 그 다음으로 재난이 심한 스리랑카를 지원하기로 했어요. 주한 스리랑카 대사관을 통해 라면과 약품을 전달하고 IAK 긴급구호팀이 현장인 갈레(Galle)에 도착하였죠. 그런데 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보내준 의약품이 항만과 병원 복도에 산재하고 있었어요. 그분들은 약보다도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 쓰나미로 사라진 주택이라고 하더군요. 마침 이준환 박사님이 스리랑카 정부와 협의를 하여 갈레에 있는 초등학교 부지의 사용을 허락 받았어요. IAK는 곧 IAK Village를 건립하기로 하고 뜻 있는 분들의 후원을 받아 주택 48동 공동취사장, 공동세탁장, 공동생활관 등을 포함한 건립사업을 마쳤어요. 준공식 날에 스리랑카 보사부장관이 참석하여 입주식을 가졌는데 각 가정마다 새 주택의 열쇠를 전달하고 송용필 목사님께서 방문하여 해주신 축복의 기도에 주민들이 감격하며 기뻐했던 그 모습이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Q. 정부 차원에서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들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한다면?
A. 2004년도 룡천역 폭발사고 당시 신의주를 거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북한의 동포를 돕고 그들과 같이 울고 웃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 아닌가 하는 감정을 느꼈어요. IAK는 우리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비영리 사단법인이기에 근본적으로 정부의 지침이나 정부가 의도하는 정책에 따르고 순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다만 정부가 인도적 대북지원단체에 대해 무엇보다 NGO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 다시 말해 대북활동에 필요한 인프라들을 마련해 주는 부분은 정책적으로 고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같은 지역에 2중, 3중으로 같은 종류의 지원을 하게 되어 효율성 측면에서 효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Q. 향후 계획?
A. 특별한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새롭게 진행해 나가기 보다는 이제까지, 묵묵하게 활동해온 것과 같이 어렵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을 향해 사랑을 전하고 베푸는 활동을 꾸준히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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