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투자유치·에너지협력 확대 … 통상환경 개선 협의 없어 2013년 6월호
특집 | 한·미동맹 60년, 신뢰동맹으로 함께 전진
투자유치·에너지협력 확대 … 통상환경 개선 협의 없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국 배석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회담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7일 한·미 정상회담은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를 내었다는 것이 한·미 양측의 공통적인 평가다.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은 물론이고 범세계적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환경, 빈곤퇴치 등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안정에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형성하게 된 것은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는 안보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으로 안보불안은 바로 경제실적 악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현안인 ISD 개정 논의 제외돼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정치·외교·안보 분야가 주요 의제였고, 통상문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다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안보 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고, 한·미 관계에서 통상이슈는 자칫 민감한 이슈가 되기 때문에 굳이 첫 정상회의에서 민감한 이슈를 논의해야 할 정도의 통상 현안이 많지도 않았다.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FTA 이행 이후 무역실적 평가, 투자자정부제소권(ISD) 개정,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 등이 정상회의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양측 실무진은 경우에 따라 민감해질 수 있는 통상현안을 제외하기로 일찌감치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미 FTA 이행 1년을 평가하는 회의가 미국에서 개최되면서 미국 내 일부 산업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 당국이 한·미 무역역조 심화에 대해 언급할 것을 요청했다. FTA 이행으로 무역균형이 단기간 내 이루어지는 것을 예상하기 어려우나, 그동안 미국은 무역역조 심화 국가에 대해 불균형 시정을 위한 성의 있는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 국내 일각에서는 첫 정상회의에서 ISD 개정 문제를 진전시키기를 주장했다. ISD 개정 문제는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이후 전임 이명박 정부가 약속했던 사항으로 그동안 양국의 전문가들이 개정 방안에 대해 실무차원의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우리 측이 ISD 개정을 요구하면 미국이 쇠고기 추가개방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 경우 자칫 첫 한·미 정상회의에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이들 사항을 논의하지 않기로 사전합의하게 되었다.
과거 정상회의를 보더라도 취임 후 첫 정상회의에서는 원칙론 차원에서 의견 차가 적은 소프트한 이슈를 논의하면서 정상 간 신뢰를 쌓고, 이후 지속되는 정상회의에서 민감한 이해관계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 불안요소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월 4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에 수출용 승용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사진은 우리나가라 사상 처음으로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2011년 12월 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모습 Ⓒ연합뉴스
호혜적 방향으로 원자력협정 개정키로
그렇다고 통상분야 실적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3억8천만달러에 달하는 미국 기업의 대한국 투자 유치실적을 이끌어냈고, 원자력협정 개정 협의, 포괄적 에너지협력 공동성명, 정보통신기술(ICT) 정책협의회 신설, 전문직비자 쿼터 1만5천개 확보, 대학생 미국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 기한 연장 등 상당한 통상관련 방미 성과가 있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양국 정상이 명확한 입장을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원자력협정 개정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지난 4월부터 협상을 진행해 온 사안이며, 최근 국내 원전 수출과 관련하여 원자력협정 개정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워싱턴DC의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 비확산연구센터(CNS) 전문가들은 “향후 한·미 원자력협정개정과 관련된 양국의 합의가 장래 한국의 원전 수출에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핵연료와 기술을, 미국은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기술과 부품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지속될 협정 개정 협상을 통해 양측이 상호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정상회의 성명에 포함된 셰일가스 및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한 ‘포괄적 에너지협력 공동성명’도 향후 우리나라 에너지 개발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최초 미국에서 상용화한 셰일가스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기술을 논의하는 양국의 정부와 민간분야 전문가 회의 개최를 시작으로 향후 기술개발, 에너지 탐사 등에 대한 협력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측에 전문직비자 쿼터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전문직비자는 미 행정부가 아닌 의회 소관 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미 통상당국은 우리나라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미·호주 FTA에서 호주는 1만5천개의 전문직비자를 얻어냈다는 점을 들어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국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은 전문직비자 쿼터를 연간 8만5천개로 제한하고 있는데, 호주 1만5천개, 싱가포르와 칠레에 각각 6천8백개가 우선 배분되고, 나머지는 개인별로 선착순 발급 중이다. 미국 기업의 수요가 많은 인도와 중국 출신 전문직이 나머지 쿼터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있어 우리 국민은 비자를 받기 어려웠다. 향후 협상을 통해 전문직 업종과 비자 조건이 타결되겠지만, 오늘날 국내 취업 어려움을 해외에서 뚫기 위해 외국 진출을 모색하는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취지에서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을 5년간 추가 연장한 것도 우리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08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이 프로그램은 미국 내에서 ‘인턴취업-영어연수-여행’을 결합한 것으로 당초 올해 10월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2009년 시행 후 현재까지 1,600여 명이 프로그램 기회를 누렸다.
전문직 비자 조건 타결 … 대학생 취업연구 5년 연장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양국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하는 의제들에 한정되어 상당한 실적을 기록하였으나, 몇 가지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발견된다. 먼저, 한·미 군사동맹을 경제동맹으로 발전시킨 한·미 FTA 1년에 대한 평가와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가 필요했다. 한·미 FTA에 대한 언급 없이 전문직비자 쿼터 1만5천개 확보를 홍보했으나, 이는 한·미 FTA 협상에서 논의되었던 사항이고 협정에 포함된 건축사, 설계사 등 전문직 상호인정협정(MRA)의 진전과 직결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정상 간에 한·미 FTA 후속조치 협의를 우리 쪽에서 제안했어야 했고, 이를 전문직비자 쿼터 확보와 연계시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해야 할 사항이다.
또한 우리 수출기업이 당면한 최대 글로벌 통상현안인 엔저를 포함한 국제통상 환경 개선에 대한 협의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 첫 정상회담이긴 하나 국내 경제사정이 매우 어렵고 국제통상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국제금융 체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의 의도적인 엔저 정책 지속에다 미국발 국제금융 불안은 우리나라의 수출시장 악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안정적인 국제통상 환경 조성에 기여하도록 촉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인교 /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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