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3년 6월 1일 0

기획 | 남북이 만들어 온 통일경제 10년 2013년 6월호

기획 | 개성공단, 회생인가 폐쇄인가

남북이 만들어 온 통일경제 10년

현대아산과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가 2000년 8월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개성공단 사업은 시작되었다. 북한의 개성시와 판문군 일대 약 6,610만㎡(공단 2,644만㎡, 배후도시 3,961만 2,000㎡)를 3단계에 걸쳐 8년간 개발하는 것이다. 2003년 6월 드디어 첫 삽을 떴다. 개성공단 착공식 그 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군사적 긴장지역이 남북 상생의 경제특구로 탈바꿈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희망의 오색 축포가 울려 퍼졌다. 착공식 당일에는 여름 장맛비가 그치고 모처럼 날씨가 화창하게 갰다. 남북 관계자들은 “하늘까지 돕는다.”고 덕담을 나누면서 개성공단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6월 30일이 되면 개성공단 탄생 10주년이 된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3차례의 핵실험 등 극도의 남북경색에도 끄떡없이 버텨왔다. 우리 정부가 대북 교류협력을 중단한 5·24 조치에도 개성공단은 살아남았다. 지난 10년 동안 계획에 미치진 못했지만, 개성공단은 무럭무럭 성장 가도를 거듭해 왔다.

2004년 4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기업 15개사가 선정됐다. 그해 12월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된 첫 제품인 ‘통일냄비’ 1천세트가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매진됐다. 그 후 2006년 10월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23개 기업이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가동 기업은 2009년 처음 100개를 넘은 후 현재 123개로 증가했다.

첫 제품 ‘통일냄비’ 1시간 만에 매진

개성공단의 생산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2006년 1월에 총 생산액 1억달러를 돌파했다. 입주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본 궤도에 오른 2005년 1,491만달러였던 생산액이 2012년 4억6,950만달러로 30배 이상 증가했다. 잠정 폐쇄조치 이전까지 누적 생산액은 20억1,703만달러를 기록했다. 개성공단 생산성은 초기에는 남쪽의 50%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중국과 베트남보다 훨씬 앞섰으며, 남쪽의 90% 수준까지 근접했다.

개성공단 교역액은 가동된 이후 2013년 3월말까지 83억4,7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중 반입은 38억9,100만달러, 반출은 44억5,600만달러로 반출이 반입보다 더 많았다.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가 발생한 2010년에도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 교역액은 14억4,286만달러(반입 7억527만달러, 반출 7억3,759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역을 주도했다. 남북교역 전체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4년에 6.0%에 불과하던 것이 매년 높아져 2007년 22.4%, 2010년 75.5%, 금년 1~3월에는 99.7%에 달했다. 개성공단 방문 인원도 계속 증가했다. 2005년 4만800명에서 2012년 12만명으로 3배나 증가했다. 월 1만명 이상이 개성공단을 방문할 정도로 남북 소통의 한마당이었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는 2006년 11월에 1만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철수하기 전엔 5만4천명에 달했다. 이 중 30대 이하 여성이 70%가 넘는다. 10명 중 2명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 우수한 인력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성공단은 개성시 및 인근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개성공단 가동 이후 북측 근로자들은 많은 변화를 보였다. 초기에는 남쪽 인력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지만, 같이 일하면서 남측을 이해하고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깨끗한 작업 환경과 경제적 인센티브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공장에 설치된 목욕탕, 점심 때 주는 고깃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화장품이나 과자류 등도 북한 근로자의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북측 여성 근로자들의 얼굴이 한결 화사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간식으로 제공하는 초코파이는 북측 주민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 되었다. 2007년 월 50만개씩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초코파이는 불과 5년 만에 10배 이상 공급량이 늘어 현재는 월 600만개에 달한다. 초코파이는 북한 전 지역에 유통되면서 1개의 가격이 북한 암시장에서 1만원(북한 돈)에 거래될 정도다.

남북경협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

개성공단은 남북경협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수행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개성시내에 임가공사업을 주면서 개성공단 바깥지역까지 연계가 되고, 개성지역에서 새로운 경제협력사업 추진도 가능해졌다. 또한 남북 경제협력에서 물류가 매우 중요한데, 개성공단이 존재함으로써 남북간 물자수송이 육로를 통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남북한 특수성 때문에 개성공단이 갖는 한계도 있었다. 3통(통행·통신·통관)문제는 여전히 개성공단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원산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생산제품의 수출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정경분리가 적용되지 않아 북한이 툭하면 개성공단을 흔들어 댔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만들어가는 통일경제의 희망이다. ‘개성공단 드림’에 올라탔던 입주 기업들은 패닉 상태다. 현재로선 사실상의 폐쇄 수순으로 가는 것 같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향후 남북경협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개성공단 고사 위기를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북한은 하루빨리 개성공단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있듯이, 지금의 위기만 잘 극복하면 개성공단 발전뿐만 아니라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경협의 길이 새롭게 열릴 것이다.

조봉현 /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